한 고객이 롯데그룹의 온라인 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한 고객이 롯데그룹의 온라인 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국내 최대 유통그룹인 롯데는 오프라인 시장은 장악했지만,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롯데쇼핑 7개 계열사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0조7000억원이었는데, 이는 쿠팡(12조원으로 추정) 한 곳의 거래액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2년간의 준비 끝에 롯데그룹이 4월 28일 그룹 통합 쇼핑 앱(app) ‘롯데온(On)’을 선보였다. 총 3조원이 투입된 롯데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손꼽아온 디지털 전환의 핵심 사업이다. 롯데온이 유통시장 침체 속에서 롯데쇼핑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롯데온은 그동안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롯데닷컴, 하이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7개 계열사가 각각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이다.

롯데는 롯데온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공지능(AI)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꼽았다. 롯데는 우리나라 국민 75%에 해당하는 39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점을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통합·분석했다. 고객 행동과 상품 속성을 400여 개로 세분화해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맞춤형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가령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샀다면 롯데온에서는 물놀이용품을 추천해준다. A 고객과 구매 패턴이 비슷한 B 고객에게는 A 고객의 구매 리스트를 참고해 상품을 추천해준다.

롯데는 전국 1만500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단순히 빠른 배송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했다. 고객은 주문 후 2시간 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롯데마트의 ‘바로배송’,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롯데슈퍼의 ‘새벽배송’, 세븐일레븐과 롯데백화점 등 롯데 7000여 개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받아 가는 ‘스마트 픽’, 퀵서비스 같은 형식의 롯데백화점의 ‘퀵배송’ 중 원하는 배송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현재 바로배송은 롯데마트 중계․광교점에서만 가능하며, 새벽배송은 롯데슈퍼 온라인전용센터 14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회사는 배송 범위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롯데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간의 경계 없는 쇼핑 플랫폼을 만드는 데도 주력했다. 가령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자주 방문하는 오프라인 점포의 행사 정보를 롯데온을 통해 제공하는 식이다. 고객이 롯데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롯데온은 그룹 유통 계열사 외 다양한 판매자가 입점하는 오픈마켓 시스템도 도입해 판매 상품을 다양화했다.

롯데온은 쿠팡, 네이버쇼핑,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 법인 쓱(SSG)닷컴 등과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경쟁 상대로 이들을 꼽지 않았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선제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며 “원하는 상품을 알아서 추천해주는 ‘검색창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4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온의 궁극적인 목표는 ‘검색창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라며 “통합된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고객에게 고도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롯데쇼핑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4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온의 궁극적인 목표는 ‘검색창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라며 “통합된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고객에게 고도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롯데쇼핑

온라인 시장 장악 절실한 롯데쇼핑의 미래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미래가 달린 사업이기도 하다. 롯데는 경기 침체와 함께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동안 오프라인 시장에 머물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 17조6328억원, 영업이익 42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1%, 28.3% 감소한 수치다. 롯데쇼핑은 2011년에만 하더라도 영업이익이 1조6629억원으로 지금보다 약 네 배 높았다.

롯데쇼핑이 부진한 성적을 내는 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성장했다. 쿠팡은 지난해 전년보다 64.2% 늘어난 매출 7조153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이베이코리아도 지난해 수수료 기준 매출이 전년보다 12% 늘어난 1조954억원으로 집계됐다.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7% 증가한 615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롯데쇼핑은 지난 2월 수익 효율화를 위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 700여 곳 중 200여 곳의 문을 3~5년 내 닫는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온라인 시장 장악이 절실하다.

신동빈 회장도 롯데온을 신경 쓰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자회사가 별도로 관여해온)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점포에서의 성공 체험을 모두 버리고 디지털화를 추진해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의 연계를 강화하는 ‘옴니 채널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도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거래액을 2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난관도 예상된다. 롯데온은 서비스 첫날 트래픽이 몰리며 오전 한때 이용이 중단됐다. 아직 계열사 간 나뉜 물류 체계를 통합하지 못한 것도 한계다.

여기에 온라인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4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한 ‘SSG닷컴’을 선보인 신세계그룹은 지난해엔 그룹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부들을 떼어내 SSG닷컴 법인을 세우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세 곳으로 늘렸고 현재 네 번째 물류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27곳이었던 배송센터를 지난해 말 기준 168곳으로 늘렸고,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로 물류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연초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는 물류센터를 전면 가동해 G마켓, 옥션에서 오후 8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