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 우송대 글로벌한식조리학과 / 이규민 디오케이브루어리 대표가 맥주 제조 기법을 막걸리 생산에 적용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이규민
우송대 글로벌한식조리학과 / 이규민 디오케이브루어리 대표가 맥주 제조 기법을 막걸리 생산에 적용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2019년 9월 생긴 신생 양조장 디오케이브루어리(대표 이규민·이하 디오케이)는 맥주 제조기법으로 신개념 막걸리를 만드는 이색 양조장이다. 막걸리를 수제 맥주나 와인처럼 만든다. 우선 색깔부터 막걸리가 아니다. 이 회사의 간판 상품인 ‘걍즐겨’는 핑크빛의 로제와인을 닮았다. 맛을 봐도 ‘이게 막걸리 맞나?’라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한두 모금 더 마시면 원료인 쌀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걍즐겨는 조선비즈가 올해 주최한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막걸리 부문 대상을 받았고, 수십 곳의 전통주점에서도 취급하고 있다.

이처럼 이 회사 막걸리들은 독특하다. 석류즙을 넣은 핑크빛 로제와인 색깔의 막걸리가 있는가 하면, 홍차를 넣어 쌉싸름한 맛을 낸 막걸리도 있다. 스위트 와인의 대표주자인 이탈리아 모스카토 와인 맛이 느껴지는 막걸리는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이뿐이 아니다. 맥주의 주된 원료인 몰트를 첨가하고 핸드 드립 스타일, 더치 스타일 커피까지 넣은 흑막걸리도 개발 중이다. 이쯤 되면 이 술이 막걸리인지, 맥주인지, 와인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러나 막걸리인 것은 맞다. 막걸리의 주원료인 쌀과 누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맥주나 와인 느낌이 나는 것은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서다.

디오케이 이규민 대표는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한 요리사다. 대학 졸업 후 미국과 덴마크에서 요리사 경력을 쌓았다. 그는 보조요리사로 일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브루펍(맥주를 직접 양조해서 파는 식당)에서 신개념 막걸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곳은 30여 종의 수제 맥주를 만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수제 맥주 회사였다.


디오케이브루어리의 막걸리 제품들. 왼쪽부터 두유노, 걍즐겨, 뉴트로. 사진 디오케이브루어리
디오케이브루어리의 막걸리 제품들. 왼쪽부터 두유노, 걍즐겨, 뉴트로. 사진 디오케이브루어리

이색 막걸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하고 요리사 경력을 더 쌓기 위해 덴마크에서 일한 식당이 브루펍이었다. 내가 일한 그곳은 일반 맥주를 만드는 곳이 아니었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의 맥주를 계속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반은 애플사이다 같은 느낌, 또 반은 페일에일 같은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트리플 인디아페일에일(IPA)처럼 홉을 왕창 넣은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수제 맥주를 접하고 ‘막걸리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수제 맥주처럼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다. 귀국해 막걸리 양조에 뛰어들었다.”

디오케이 막걸리들이 맥주 제조기법 중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수제 맥주 업계가 즐겨 쓰는 드라이호핑(dry hopping) 기법이다. 수제 맥주에 쌉싸름한 향과 맛을 내기 위해 맥주 발효 도중에 홉을 첨가하는 공법을 말한다.

디오케이 제품에 많이 활용한 드라이호핑의 장점은.
“디오케이 막걸리들은 발효가 마무리될 즈음에 독특한 향을 내기 위해 맥주 제조기법의 일종인 드라이호핑처럼 다양한 부재료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드라이호핑 방식을 사용하지만, 직접 홉을 넣는 것은 아니다. 우리 옛 문헌에도 덧술할 때(2차 발효) 여러 가지 재료를 같이 넣기도 한다는 기록이 있다. 일종의 드라이호핑법이라고 볼 수 있다. 걍즐겨(세 번 담그는 삼양주)의 경우, 세 번째 담금(3차 발효)까지 마무리됐을 때 허브 꽃차의 일종인 히비스커스와 석류즙을 넣는다. 그리고 조금 더 저온 발효를 거친다. 부재료를 미리 넣으면 발효 도중에 생기는 고온으로 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이호핑과 마찬가지로 발효 마지막 단계쯤에 원하는 향을 입힌다.”

‘걍즐겨’는 어떤 제품인가.
“술 색상이 핑크빛인 것은 히비스커스와 석류즙을 넣었기 때문이다. 산미(신맛)가 있고 시트러스한 향(자몽 향 같은 열대과일 향)이 나는 것도 이 두 가지 부재료 덕분이다. 발효와 숙성을 포함해 2~3주 정도 걸린다. 대기 온도와 습도에 따라 기간이 약간 달라진다. 걍즐겨는 맥주 스타일을 많이 차용한 막걸리다. 맥주 효모인 프렌치 세종 효모를 넣어 약간 거친 향을 내는 막걸리로 만들었다.”

두 번째 제품인 ‘뉴트로’는 어떤 제품.
“맛은 쌉싸름하다. 홍차를 마시는 느낌이 있다. 실제로 홍차를 넣었다. 시트러스 계열의 산미와 블랙티의 잔잔한 향이 특징이다. 가라앉아 있는 고형물을 섞지 않았을 경우, 색상은 화이트와인과 비슷하다. 뉴트로 콘셉트를 정할 때 페일에일, IPA 계열의 맥주를 벤치마킹했다. 페일에일 맥주는 약간 꽃향기가 나고 쌉싸름한 잔향이 남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직접 홉을 쓰지 않고도 페일에일 맥주 스타일을 구현할 방법을 고민했다. 비터(bitter)한 느낌의 홉을 넣지 않고, 홍차에서 느낄 수 있는 비터한 느낌을 주면 어떨까? 그래서 홉 대신 홍차를 넣었다. 그리고 꽃향 느낌을 주기 위해 라임과 레몬도 넣었다.”

디오케이의 제품을 제대로 즐기는 음용 방법이 있나.
“병으로 구매했을 경우, 처음부터 흔들어 섞지 말고 맑은 술 윗부분을 먼저 맛보기를 권한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는 섞어 마시라고 한다. 처음과 두 번째 마시는 느낌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맑은 부분만 마실 경우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느낌과 비슷하다. 디오케이 술은 제조기법으로 보면 맥주에 더 가까운데, 실제 맛을 보면 맥주보다는 와인에 더 가깝다. 섞어 마시면 막걸리 특유의 밀키한(걸쭉한 단맛) 느낌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한 병으로 두 가지 맛을 다 즐기라고 권한다.”

새로 나올 막걸리는.
“북한산 피크닉이 곧 나온다. 꽃술이라고 보면 된다. 막걸리 색깔은 주황색이다. 패션프루트(산미가 있는 열대과일의 일종으로 맥주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국화, 우롱차, 그리고 북유럽산 꽃인 엘더 플라워(탄산수에 레몬·라임 대신 많이 쓰는 재료)를 넣었다. 고급 재료를 많이 넣었다. 전체적으로 꽃향기가 나면서 약간 산미가 있다. 올겨울에는 흑막걸리도 내놓을 예정이다. 몰트 세 가지와 커피를 넣은 막걸리다. 난관은 제품보다 시장(소비자) 부분이다. 1000원대 막걸리 맛과 가격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실험적인 우리 제품 자체가 생뚱맞을 것이고 가격도 몇 배 비싸니 곱게 볼 수 없을 것이다. 현재 600㎖ 한 병에 5000~6000원대다. 목표는 가급적 일반 소비자들이 보다 캐주얼하게 마실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대신에 퀄리티 높은 제품을 맛보여주자는 것이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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