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서강대학교 경영학, 두산인프라코어 전략실 대리 / 사진 이소연 기자
이재성
서강대학교 경영학, 두산인프라코어 전략실 대리 / 사진 이소연 기자

“1990년대생들은 일에 대한 환상이 너무 많아요. 아무리 ‘청년 실업이 심하다’ ‘구직난이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은 조금만 기대에 어긋나면 나가버리네요.” 이재성 코멘토 대표가 국내 대기업 등의 인사 담당자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라고 했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 543개의 인사 담당자를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5명 중 1명이 입사 후 1년 이내에 조기 퇴사했다. 퇴사 사유로는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퇴사한다’가 37.1%로 가장 많았다.

취업 멘토링 스타트업 ‘코멘토’에서는 20대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이 희망하는 직무 현직자를 5주간, 총 10시간 동안 만나며 현업과 유사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스타트업의 메인 프로그램인 ‘직무부트캠프’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현직자가 최대 8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본인이 몸으로 부닥쳐 온 직무 관련 경험을 나누고, 현업에서 실제 수행했던 업무를 재구성한 ‘시뮬레이션 과제’를 제공한다.

직무부트캠프는 차가울 만큼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언론홍보(PR) 업무 프로그램에서는 보도자료 작성법뿐 아니라 홍보 행사 참석자의 식사, 기념품 지급 관련 법규 등 자잘한 ‘잡일’까지 모두 체험한다. 화려해 보이는 백화점 영업관리(MD) 직무 수업에서는 멘토가 악덕 고객이 했던 욕을 읊어주며 이를 응대하게 하고 일주일에 2~3회 구두 신고 넓은 백화점을 뺑뺑 돌아야 하는 현실도 알려준다. 이 직무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많아 1년 내 퇴사율이 높다. 준비생은 그제야 ‘장래희망’과 ‘일’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코노미조선’은 6월 22일 서울 수표동 사무실에서 코멘토 이재성 대표를 만나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으로 변화하는 채용 시장에서 직무 경험 제공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5년 창업한 이래로 코멘토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현직자 멘토링 프로그램 및 온라인 질의응답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왔다. 5주간 완주율은 90%에 달하며 이탈자는 대부분 중도 취업자다. 누적 회원 수는 50만 명, 연세대·이화여대 등 다수 대학과 수원시청 등 정부 지자체 및 일자리센터 30여 곳과 제휴 협약도 맺었다.


직무부트캠프에서 전자회사 인사(HR)직무 6년 경력자인 현직자 멘토가 수강생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코멘토
직무부트캠프에서 전자회사 인사(HR)직무 6년 경력자인 현직자 멘토가 수강생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코멘토

꼭 코멘토에 돈을 내고 현업 경험을 해야 하나.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인턴 경험을 쌓을 수도 있는데.
“인턴이 진정한 직무 경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젠 기업뿐 아니라 취업준비생들도 다 안다. 인턴은 현업에서의 경험 중 극히 일부만 경험할 수 있으며 이 기회마저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직무부트캠프 참가자의 60%가 인턴을 1번 이상 한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돈을 내고서라도 다시 현직자를 만나려는 이유는 인턴 경험이 겉치레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서류 정리 작업부터 아예 기업이 사회공헌용으로 뽑아 공모전만 시킨 사례도 많다.”

그렇다면 고객 대부분이 현업 경험이 없는 취업준비생인가.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미 직장 경력이 있는 이른바 ‘중고신입(업무 경험을 가진 신입지원자)’도 10% 넘게 있다. 직장에 다니며 직무부트캠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회원 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원래 목표했던 직무가 막상 잘 맞지 않아 다른 직무로 바꾸려는 이가 약 40%였다. 우선 급한대로 취업은 했으나 원래 원했던 직무에 미련이 남아 다시 준비하는 사람도 40%에 달한다. 나머지 20%는 직장에 사수가 없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직무 역량 개발을 더 하고 싶어서 수업을 듣는 해당 직무 현직자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멘토링 프로그램도 타격을 받았을 것 같은데.
“매출이 일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코로나19로 채용이 감소할수록 취업준비생들이 이전에는 지원하지 않았던 더 다양한 기업과 직무를 어쩔 수 없이 고려하게 되면서 되레 회원 수는 많아졌다. 예컨대 대기업에서 채용이 많이 줄면서 정보기술(IT) 기반 스타트업에서 대부분 채용하는 신생 직무인 ‘퍼포먼스 마케팅(구글 검색 광고 등 온라인에서 노출되는 광고를 통해 자사 웹사이트로 고객을 유입하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늘었다. 대기업에서 주로 하는 전략 마케팅뿐 아니라 이러한 다른 형태의 마케팅에도 코로나19 이후 더 관심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새롭고 특이한 직무일수록 낯설고 정보도 별로 없지 않나. 그래서 이를 알아보려는 구직자 수요가 증가한다. 이번 6월 직무부트캠프 수강생은 역대 최대로, 2019년 4월 프로그램 첫 출시 이후 17배 증가했다. 또한 3 대 7이었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온라인 100%로 전환하면서 이에 대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업과 유사한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인가.
“직업에 대한 환상을 처참하게 깨준다. 예컨대 인사(HR)는 인사 담당자들이 입 모아 말하는 취업준비생이 가장 환상을 많이 가지고 지원하는 직무다.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의 적성에 맞고, 영업보다는 우아할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코멘토에서 운영하는 인사 직무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인사 담당 신입이 해야 하는 각종 ‘잡일’까지 다 하게 한다. 책상 옮기기, 스테이플러 심 채우기 등 교육을 담당하는 인사 직무자가 매일 하게 될 일의 현실을 보여준다. 편의점 영업관리의 경우, 그냥 물건 팔고 점주 좀 만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현직자 멘토를 편의점 점주라고 생각하고, 매출이 저조했던 점주에게 폐업을 권유하는 과정을 시키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직무에서 느끼게 될 스트레스를 간접 경험한다. 현실을 모르고 어느 직무에나 무차별 지원하는 것을 간접 경험을 통해 일부 막을 수 있다.”

오히려 수강생에게는 안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맞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아무 직무나 무차별로 수십 종 난사해 취업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대규모 공개채용은 사라지고 있고, 앞으로는 개별 직무별로 수시 채용하는 제도가 자리 잡을 텐데 내가 할 직무에 대해 나쁜 점까지도 잘 알아야 하지 않나. 코멘토를 통해 미리 직무의 단점까지도 체험하면서 미래의 리스크(위험)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직무부트캠프 수료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0%에 달하는 회원이 캠프 참여 후 처음 지원했던 직무와 다른 직무로 취업했다. 이는 반대로 기업의 입장에서도 직무와 맞지 않는 사람이 들어오는 비용을 줄인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취업 교육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채용 시장은 기업 인재상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신입 공채에서 특정 직무 역량을 기반으로 뽑는 수시 채용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채 시험공부처럼 직무 역량 공부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경험한 사람의 조언 없이는 어렵다. 또한 오랜 교육 기간은 사라지고, 직무를 바탕으로 애초에 기업이 신입을 뽑으면서 기존에 대기업에서 담당하던 신입 교육 비중도 많이 낮아질 것이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더 많은 실무자가 자신의 업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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