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도노휴 조지타운대 화학과, 다트머스대 MBA,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리독스’ 이사 / 사진 .406벤처스
리암 도노휴
조지타운대 화학과, 다트머스대 MBA,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리독스’ 이사 / 사진 .406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주목받는 미래 산업 분야다.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9년 265억달러(약 32조원)에서 2021년 412억달러(약 5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투자자와 투자 업체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거금을 투자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는 2018년 이후 8개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했다. 정부가 6월 25일 현행 의료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비대면 진료를 전국 네 곳의 대형 병원에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향후 2년간 임시 허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날 원격의료 솔루션 업체 ‘비트컴퓨터’의 주가가 3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조선’은 356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분야에 대해 다뤘다. 커버 스토리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이 생겼지만,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독자 문의가 이어졌다.

‘이코노미조선’은 대표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406벤처스(.406 Ventures)’의 창립자 리암 도노휴와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투자 가치가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와 시장 전망 등에 대해 알아봤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가 지난해 유망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150곳에 가장 많이 투자한 투자사 10곳을 뽑았는데, .406벤처스가 그 안에 들었다. .406벤처스는 11억달러(1조3271억원)를 운용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을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전망은.
“코로나19로 비대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일상 속 익숙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의료진이 문제 삼아 왔던 불필요한 진료로 낭비되는 인력과 진료 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원격진료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진료 건수 중 30% 이상이 불필요한 진료로 소모된다고 한다. 이를 원격진료를 통해 효율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코로나19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우울감, 외로움 등을 느끼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이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역시 성장할 것이다.”

어떤 헬스케어 회사에 투자하나.
“모든 회사가 각자 특정한 시장을 겨냥해 상이한 방식으로 사업하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지금 당장 아픈 사람뿐 아니라 미래에 아플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이들이 계속 건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똑똑한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가 주목할 만하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은 특정 질병을 가질 확률이 높은 고객층이 누군지를 정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파악해 집중 공략한다. 그다음, 디지털 마케팅 전략 등 방법을 동원해 이들이 자신의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 온라인 플랫폼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인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과정이 끝난 후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한다.”

이러한 투자 원칙이 적용된 예가 있을까.
“.406벤처스가 투자한 원격 심혈관 치료 스타트업인 ‘하트비트헬스(HBH)’가 좋은 예다. 하트비트헬스는 온라인 기반 심혈관 치료 관리 솔루션 플랫폼이다. 심장병 전문의와 환자를 연결해 장기적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환자의 치료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업체 역시 잠재적 고객층을 효과적으로 설정해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인 좋은 사례다. 하트비트헬스는 다수 병원과 보험 업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들을 먼저 찾아낸다. 그다음 이 사람들에게 ‘당신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미리 확인해 봐’라며 원격 심장병 검사를 하게 마케팅한다. 더 나아가 이 검사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얻은 사람들이 검사 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플랫폼에서 심장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전문가로부터 조언받으며 생활하도록 유도한다. 끝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심장 질환으로 고통받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점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며 서비스 효과성을 입증한다. 우리 앱을 썼더니 심장이 안 좋은 사람들이 심근경색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갈 확률이 현격히 낮아졌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회사를 평가할 수 있는 인적 요소는.
“강한 의욕과 현장 경험을 포함한 강한 역량을 갖춘 사업가가 이끄는 회사를 높게 평가한다. 자신이 직접 의료 현장에서 겪었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참을 수 없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 말이다. 예컨대 .406벤처스가 투자한 1차 의료(입원이 아닌 통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 사회 기반의 의료 서비스) 네트워크 스타트업인 ‘아이오라헬스(Iora Health)’의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카 페르난도풀은 종합병원 의사 출신으로 현업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뇌했던 인물이다. 그는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주지 못하는 미국 의료 체계에 크게 분노했고, 이를 열정으로 승화시켜 환자와 관계 형성에 집중하는 의료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투자 시 유의점은.
“이 회사들이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잘 살펴야 한다. 먼저 의료 규제가 계속 바뀌면서 불안정성 때문에 사업자들에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규제가 강해서 문제 되는 점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의 규제 역시 또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기존 의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 언제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큰 변수가 있다. 이렇듯 과도한 수의 경쟁 업체와 자본금이 밀려들어 오면서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도리어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전망이 좋은 분야는.
“원격진료, 유전자 검사 그리고 디지털 치료제다. 특히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할 소프트웨어인 디지털 치료제의 전망이 가장 좋아 보인다. 상품화하기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야를 떠나서 결국 거대한 인구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추출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을 잘 파악하는 회사가 성공할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은 결국 의료 시스템 전체를 구제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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