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하한양대 경영학 석사, 전 다음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총괄, 전 카카오헤어샵 사업총괄 본부장 / 사진 이소연 기자
윤정하
한양대 경영학 석사, 전 다음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총괄, 전 카카오헤어샵 사업총괄 본부장 / 사진 이소연 기자

올리브영처럼 화장품을 파는 드러그스토어나 로드숍에 들어가면, 화장품을 직접 발라볼 수 있는 샘플이 있다. 몸에 제품을 발라보고 괜찮은지 소비자가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국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손길이 무수히 많이 거쳐 간 화장품을 내 몸에 바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며 오프라인 소비 자체가 ‘번거로운 일’이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화장은 누군가를 따라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화장을 잘하는 누군가를 지켜보며 나도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 비슷한 제품을 사용하며 유사한 화장법을 연습한다.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를 활용한 마케팅 위력이 뷰티 분야에서 특히 더 강한 이유다.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의 유튜브 구독자는 500만 명도 거뜬히 넘고, 이들이 광고한 제품은 바로 다음 날 품절되곤 한다. 그러나 수십만 명의 인플루언서 중 소비자와 비슷한 외모나 피부 유형을 가진 단 한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최근 5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창업한 지 2~5년 된 기업이 받는 투자)를 유치한 잼페이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인플루언서의 유튜브 영상을 ‘언택트 뷰티 소비 지침서’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셀프카메라를 찍으면 AI가 ‘페이스 매칭’ 기능을 통해 내 얼굴과 가장 비슷한 인플루언서 3명을 추천해준다. 앱에서 피부 유형(건성·지성·민감성)과 여드름 여부, 쌍꺼풀 유무 등을 골라서 ‘필터’를 설정하면,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나와 피부와 외모가 비슷한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골라 ‘큐레이션’해 준다. 여기에 화장법·화장품 기반으로 수많은 뷰티 영상 중 필요한 부분만 추출해 제공하는 기능까지 더해 소비자가 똑똑하고 편리하게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코노미조선’은 최근 서울 우면동의 한 카페에서 윤정하 잼페이스 대표를 만났다. 윤 대표는 “편리함과 신속성을 중시하고 연예인보다도 인플루언서를 더 신뢰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뷰티 제품을 더 잘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1 뷰티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잼페이스에서 재생하면, 영상 하단에 화장 부위, 사용 제품에 따라 원하는 구간으로 타임점프가 가능하다. 사진 잼페이스2 인플루언서가 영상에서 사용한 제품을 클릭하면, 다른 인플루언서가 같은 제품을 리뷰한 영상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사진 잼페이스3 잼페이스의 AI 얼굴 인식 기능인 ‘페이스 매칭’을 사용하면, 나와 가장 닮은 인플루언서를 추천해 준다. 사진 잼페이스
1 뷰티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잼페이스에서 재생하면, 영상 하단에 화장 부위, 사용 제품에 따라 원하는 구간으로 타임점프가 가능하다. 사진 잼페이스
2 인플루언서가 영상에서 사용한 제품을 클릭하면, 다른 인플루언서가 같은 제품을 리뷰한 영상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사진 잼페이스
3 잼페이스의 AI 얼굴 인식 기능인 ‘페이스 매칭’을 사용하면, 나와 가장 닮은 인플루언서를 추천해 준다. 사진 잼페이스

잼페이스를 만든 계기는.
“카카오에서 카카오헤어샵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총괄하면서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는 절대다수의 뷰티 정보를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닌 영상에서 얻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들은 포털이 아닌 유튜브에서 원하는 물건을 검색하는 게 더 익숙한 세대인데, 업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뷰티 영상 큐레이션 앱, 잼페이스를 만들었다.”

글로우픽 등 여러 뷰티 앱이 있는데.
“언급한 앱들은 모두 영상이 현재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인 2010년대 초중반에 만들어졌다. 당시 뷰티 업계에서 핵심은 포털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온라인 카페 같은 ‘커뮤니티’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전국 소비자를 충격에 빠뜨렸던 ‘성분 안전성 검증’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만들어졌던 앱은 텍스트로 화장품 리뷰를 적고 의견을 공유하거나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통해 신속하고 편리하게 화장법이나 제품 관련 정보를 얻고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바로 보면 안 되나.
“잼페이스는 정보의 홍수인 유튜브에서 이용자에게 꼭 맞는 영상을 큐레이션해 제공한다. AI를 통해 무수한 뷰티 유튜브 영상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 AI 얼굴 인식과 이용자의 필터 설정으로 파악한 이용자 개인의 외모에 맞는 영상만 먼저 보여준다. 유튜브에서 ‘건성 피부이면서 속쌍꺼풀이 있는 사람의 핑크 중심의 청순한 메이크업’을 검색하는 것은 어렵지만, 잼페이스에선 설정값에 위 네 가지 값 ‘건성, 속쌍꺼풀, 핑크, 청순’을 클릭하면 AI가 데이터에서 관련 영상만 꺼내준다.”

또 다른 장점은.
“잼페이스는 분량이 긴 유튜브 뷰티 영상 중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취사선택해 보고, 관련 제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타임 점프(순간 이동)’를 도와준다. 뷰티 영상 13만 건을 분석한 결과, 얼굴 모든 부위를 화장하는 ‘풀 메이크업’ 영상이 대부분이라 평균 길이는 10분 31초이고 여기서 언급되는 화장품 개수는 평균 11.7개였다. 틱톡처럼 90초가 안 되는 숏 비디오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겐 너무 길다. 잼페이스는 AI 기술을 활용해 유튜브에 풀 영상으로 올라온 것을 얼굴 부위와 제품 종류별로 영상의 의미 단위로 분석한다. 예컨대 13분 분량의 영상에서 눈 화장을 하는 부분인 2분간(5분 36초~7분 50초), 그중에서도 내가 사고 싶은 로드숍 브랜드의 신상 아이라이너가 등장하는 부분(6분 30초)으로 곧장 이동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제품 옆 ‘더 보기’를 클릭하면, 같은 제품을 리뷰한 다른 인플루언서의 영상에서 해당 제품이 등장하는 구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어 제품을 신속하게 비교·분석한 후 구매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은 어떻게 가져오나.
“유튜브에 공개돼 있는 뷰티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모두 크롤링(웹에서 정보를 가져와 데이터베이스로 수집)한다. 잼페이스는 누구나 외부에서 연동해 유튜브 영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API 정책’에 따라 외부 노출을 허용한 영상을 합법적으로 앱에 모으고 있다. 잼페이스에서 생산되는 조회 수 트래픽은 유튜브 영상 조회 수에 그대로 더해진다. 많은 앱이 이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앱 ‘케이크’ 역시 영어로 된 짧은 인기 영상을 유튜브에서 크롤링해, 영상에 나오는 영어 표현과 뜻·발음을 영상 하단에 정리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수익은 어떻게 나누나.
“인앱광고(앱상에 배너 등의 형태로 광고를 넣는 방법)나 커머스(앱에서 직접 제품을 살 수 있는 기능) 기능을 도입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뷰티 인플루언서와 공유할 예정이다. 유튜브의 경우 아직 수익 관련해 약관에 정책적으로 명시된 바가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표 뷰티 영상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태국·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원하는 뷰티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해 K뷰티(K-beauty) 인플루언서와 함께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에서 K뷰티의 한류 열풍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잼페이스에서는 베트남 유학생 인턴도 고용하는 등 현지에 맞는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