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개척한 포드 익스플로러가 6세대 모델로 재탄생했다. 사진 포드
국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개척한 포드 익스플로러가 6세대 모델로 재탄생했다. 사진 포드

독일 차 일색인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미국 차가 있다. 바로 포드 익스플로러다. 지난 5세대 모델은 2017년과 2018년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1위까지 차지한 바 있다. 국적을 넘어 국내 대형 SUV 시장을 선도해온 익스플로러를 만나봤다.

올 뉴 익스플로러의 첫인상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하다. 최근 쏟아지는 SUV 가운데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뿜어낸다. 후륜구동 방식의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층 역동적이고 균형 잡힌 모습을 갖췄다. 측면 A·B·D 필러를 검은색으로 처리해 마치 지붕이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는 익스플로러 고유의 아이덴티티다. 여기에 리어램프와 머플러를 후면 각 모서리에 배치해 안정감을 높이는 등 전작의 특징을 잘 계승했다.

다만, 과거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하나로 통합된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했지만, 이전 세대의 각지고 단단한 얼굴이 더 매력적이었다.

실내는 한마디로 광활하다. 휠베이스만 3m가 넘는다. 탁 트인 파노라마 선루프는 쾌적한 공간을 더 넓게 비춰준다. 시트 구성도 효율적이다. 레버 하나로 폴딩 및 슬라이딩 조작이 가능한 이지 엔트리 시트는 탑승객의 승하차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파워폴드 기능은 3열 승객 공간과 트렁크 적재 공간을 유연하게 조율한다.

여기저기 있는 수납공간도 깊고 넓다. USB 타입 A·C 포트와 230V 콘센트도 적절하게 배치됐다. 일상에서 노트북 사용은 물론, 캠핑이나 차박(車泊)과 같은 야외 활동에도 유용하다.

공간에 대한 놀라움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뀐다. 부드럽고 안락한 시트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소재 및 마감은 아쉽다. 센터패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 등이 있는 곳)에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불만이다. 우선 화면 크기나 각도부터 시인성이 떨어진다. 12개 고성능 스피커와 뱅앤드올룹슨(B&O)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됐지만, 내비게이션 기능과는 연동되지 않는다. 센터패시아 안쪽에서 울리는 길 안내 음성은 탁하고 먹먹하다.

이런저런 불만을 뒤로하고 도로로 나섰다. 익스플로러는 2.3L 가솔린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엔진 배기량이 살짝 작은 느낌이지만, 실제 성능만큼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 304마력의 출력과 42.9㎏·m의 토크는 2t이 넘는 육중한 차체를 가볍게 이끈다. 특히, 10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러우면서도 효율적인 움직임을 지원한다.

새로운 플랫폼은 역동적인 외관과 넉넉한 실내는 물론, 주행 성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스티어링 휠이 이끄는 데로 민첩하고 경쾌하게 움직인다. 연속된 곡선 구간에서도 차분하게 코너를 공략한다. 5m가 넘는 대형 SUV란 사실이 무색할 만큼 안정감 있게 빠져나온다.

감성 품질은 아쉽지만, 주행 안전 사양은 만족스럽다. 레인 센터링 기능이 새롭게 추가된 차선 유지 시스템이나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은 커다란 덩치와 달리 예민하게 반응한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무작정 빠르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가·감속으로 차량 탑승객을 배려한다.

시승 후 측정한 연비는 9.3㎞/L로, 공인연비(8.9㎞/L)보다 살짝 더 높게 나왔다. 경쟁 디젤 모델보다 낮지만, 엔진 소음 및 진동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익스플로러는 1990년 1세대 출시 후 세계적으로 800만 대가 팔린 스테디셀링 모델이다. 6세대 모델 역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다만, 치열해진 대형 SUV 시장에서 셀링 포인트가 다소 흐려진 모습이다. 과거 화려했던 명성을 잊고 상품성 하나하나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포드 올 뉴 익스플로러 뒷모습. 사진 포드
포드 올 뉴 익스플로러 뒷모습. 사진 포드
포드 올 뉴 익스플로러 앞좌석. 사진 포드
포드 올 뉴 익스플로러 앞좌석. 사진 포드
포드 올 뉴 익스플로러 트렁크. 사진 포드
포드 올 뉴 익스플로러 트렁크. 사진 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