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AP연합 / 팀 쿡 애플 CEO. 사진 EPA연합
왼쪽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AP연합 / 팀 쿡 애플 CEO. 사진 EPA연합

액면분할의 ‘마법’이 애플과 테슬라에는 통했다.

8월 3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NYSE)에서 애플은 전날보다 3.4% 상승한 주당 129.0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12.6% 오른 498.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0.68% 오른 1만1775.5를 기록해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 기록을 41번째 갈아치웠다.

애플의 경우 7월 30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주식 1주를 4주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때부터 8월 31일까지 주가가 34% 올랐다.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겠다고 8월 11일 발표한 테슬라는 이날까지 무려 82% 넘게 상승했다. 이미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고공행진한 것이다.

이 덕분에 애플은 미국 상장사 중에선 처음으로 시가총액 2조달러(약 2400조원)를 돌파했고,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부자 3위에 올랐다.

블룸버그 빌리어내어(억만장자) 인덱스에 따르면 9월 1일 기준으로 일론 머스크의 보유 자산은 총 1150억달러(약 136조원)에 달한다. 연초보다 318.7%(878억달러·약 104조원) 늘어난 규모다.

액면분할이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은 애플과 테슬라의 성장 가능성이 앞으로도 크다고 본다.


가파르게 오른 주가, 계속 오를까?

애플은 2분기(4~6월)에 596억9000만달러(약 71조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수치로, 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특히 애플이 집중하는 아이튠즈, 앱 스토어 등 서비스 부문 매출액이 131억6000만달러(약 16조원)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아이폰이나 맥북 등을 만드는 제조 업체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폰 중저가 모델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중(反中) 정서와 애플의 중저가 시장 공략, 중국 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으로 애플의 점유율 증가가 예상된다”며 “2021년 애플의 출하량이 1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애플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며 목표 주가를 주당 431달러에서 520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아밋 다리야나니 에버코어 애널리스트는 “학교가 다시 열리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기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노트북과 태블릿 PC, 스마트폰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역시 9월 22일 개최되는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테슬라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로드러너(Roadrunner)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하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월스트리트는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주가에 잠재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회사의 실적이나 성장이 주가와 꼭 연결된다는 법은 없다. 애플의 호실적에도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지표들이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도 있다.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5배에 육박한다. 이는 아이폰이 전례 없이 성장하던 2007년 말 이후 최고치다.

테슬라 역시 최근 주가가 너무 올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500% 상승하며 월마트와 비자 같은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팩트셋이 테슬라를 담당하는 36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만이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라고 했고 31%는 팔아야 한다고 답했다. 50%는 ‘홀드(hold·보유)’ 의견을 냈다.


국내 주식은 액면분할 ‘죽 쒀’

미국에선 애플과 테슬라의 액면분할이 효과를 봤지만 한국에선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4일 주식 1주를 50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했다. 이날 주가는 5만1900원을 기록했고, 다음 날 5만2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5만원 아래를 밑돌았고, 올해 9월 1일 기준으로 5만4200원을 기록하며 액면분할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3일 주식 1주를 10주로 쪼갠 롯데칠성도 액면분할의 혜택을 못 봤다. 주가는 16만5500원에서 이날 9만3700원으로 43.4% 내렸다.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5월에 10 대 1의 액면분할을 했는데, 분할 직후 주가(37만6500원)보다 현재 주가가 55% 넘게 내렸다.

주식 가격이 내려도 미래 핵심 산업을 주도할 비전이나 꾸준한 실적 개선,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호재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다면 주가는 큰 변동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Keyword

액면분할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한 비율로 나누는 개념. 주식 수는 증가하지만, 기업 가치에는 변화가 없다. 대신 1주당 가격이 내려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주식을 살 수 있게 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plus point

한국서도 애플·테슬라 향해 “돌격, 앞으로”

한국에서도 액면분할을 진행한 애플과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24일부터 31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사들인 테슬라와 애플 주식은 매수 결제 금액 기준으로 각각 5억168만달러(약 5900억원), 4억6292만달러(약 5500억원)로 집계됐다.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테슬라는 54.4%, 애플은 75.7% 증가했다. 액면분할 효과를 노린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두 회사는 모두 8월 28일(현지시각) 매수 주문이 체결된 물량까지 분할 대상으로 포함해 31일부터 액면분할의 효력이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실물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주식시장에는 투자자가 몰리며 실물 경제 움직임과 엇갈리는 이른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애플과 테슬라가 이 영향을 톡톡히 본 것이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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