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준 일본 국립츠쿠바대 졸업, 서울탁주 영업본부 사장(2010~2015년) / 장재준 서울탁주 회장이 막걸리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장재준
일본 국립츠쿠바대 졸업, 서울탁주 영업본부 사장(2010~2015년) / 장재준 서울탁주 회장이 막걸리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1년에 무려 2억 병이나 팔려 ‘국민 막걸리’로 불리는 장수막걸리는 신선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중소 규모의 웬만한 동네 슈퍼 매장에는 당일 생산한 제품이 오후부터 진열돼 애주가들을 기다린다. 장수막걸리의 광고 전단에 내건 글이 그래서 ‘십장생(10일 장수 생고집)’ 막걸리다.

장수막걸리 유통기한은 단 10일. ‘10일 지난 장수막걸리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판매 현장에선 10일 전이 아니라 5일 전에 생산된 장수막걸리도 보기 어렵다. 생산되는 즉시 유통되고, 유통되자마자 판매가 거의 끝나는 ‘선순환 구조’를 장수막걸리는 갖고 있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서울 7곳과 2010년에 지은 충북 진천공장 등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8개 양조장은 새벽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효된 막걸리를 750㎖ 투명 페트병에 주입하고 박스에 담는 공정을 말한다. 병에 담기 전 막걸리는 14일간의 발효를 거친다. 장수막걸리 측은 “공장은 일 년 내내 가동하며, 생산 설비 보수공사를 위해 술을 병에 담는 공정은 일 년에 5~6일 정도 쉰다”고 말했다.

장수막걸리 8개 공장 중 가장 부지런한 양조장은 진천공장이다. 전국의 대형마트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진천공장은 날짜가 바뀌는 오전 0시부터 생산을 시작해 아침 무렵에 끝낸다. ‘당일 생산, 당일 출고(유통)’의 원칙이 장수막걸리가 가장 신선한 막걸리를 만드는 비결이다.

올해 1월 신임 회장에 취임한 서울탁주 장재준 회장을 서울 망원동 본사에서 만났다. 취임 후 언론과 첫 인터뷰였다. 장수막걸리를 만드는 서울탁주의 시작은 1909년 무교양조장이다. 이후 1963년 서울 지역 51개 양조장이 합동 제조장으로 개편되면서 7개 양조장으로 통폐합됐다.

이들 7개 양조장은 1996년 ‘장수 생막걸리’라는 공동 브랜드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해 여태껏 막걸리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지금도 51개 조합원(주주)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젊은층을 겨냥해 만든 인생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 서울탁주
젊은층을 겨냥해 만든 인생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 서울탁주

올해 6월 장수막걸리는 페트병 색깔을 녹색에서 투명으로 바꿨다. 그 이후 청량감이 다소 줄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기존의 녹색병에서 투명한 병으로 바꾸었지만, 제조 레시피의 변화는 전혀 없고 맛의 차이도 없다. 우리도 병을 바꿀 즈음 소비자들의 반응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 연구소에서 여러 번 산도를 점검하고 미세한 맛의 변화가 있는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 녹색 병과 투명 병의 색상 변화에 따른 시각적 선입견도 소비자들이 맛의 변화라고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기존의 녹색병이 청량감을 더 주는 것 같다.”

장수막걸리는 유통기한이 10일이지만, 인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30일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가.
“장수막걸리는 신선하고 청량감이 특징인 반면, 젊은층을 겨냥한 인생막걸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제품으로, 지향하는 맛의 방향성이 다르다. 장수막걸리는 특유의 탄산감과 신선한 생막걸리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10일간만 판매하고 있으며, 장수막걸리보다는 판매량 자체가 적어, 지방의 소매점에서 오래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인생막걸리는 30일간 판매하는 것이다. 막걸리 뚜껑을 열어보면, 부직포 캡(숨구멍이 있는 생막걸리 전용 캡)이 들어가 있다. 이 부직포가 두께가 있어 그 사이로 탄산가스를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이 틈으로 가스가 밖으로 나간다. 장수막걸리는 병 속에 살아 있는 효모가 여전히 왕성한 발효 활동을 하므로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이 외부로 빠져나가도록 만든 것이다. 이 ‘뚜껑의 비밀’에 장수막걸리의 신선함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장수막걸리는 국산쌀 제품보다 수입쌀 제품이 월등히 많다.
“전체 장수막걸리 중 국산쌀로 만든 제품은 11~12%가량 된다. 대형마트에 주로 공급하는 진천공장의 경우엔, 국산쌀 비중이 60%에 이른다. 나머지 공장들은 여전히 수입쌀로 만든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막걸리 원료로 쓰는 국산쌀은 3년 된 정부미다. 한마디로 묵은쌀이다. 반면에 수입쌀은 햅쌀이다. 전분·당 같은 성분만 따졌을 때는 크게 차이가 없어, 두 제품의 품질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국산쌀로 만든 장수막걸리와 수입쌀로 만든 장수막걸리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 대부분 구분 못 한다. 매년 국내산 쌀 제품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막걸리 외에 약주, 증류식 소주 등으로 제품군을 늘릴 계획은 없나. 무감미료 고급 라인 계획도 궁금하다.
“인공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는 사실 개발이 끝났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현재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당장 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 여건만 좋아지면 곧 출시할 방침이다. 다만, 막걸리 외에 약주, 증류주 같은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은 아직 계획이 없다.”

최근 몇 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서울 망원동에 있는 장수막걸리 본사는 여느 기업의 본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 7개 양조장은 독립적인 회사다. 장수막걸리라는 공동 브랜드를 사용할 뿐, 본사에 경영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서울 7개 양조장의 매출·이익 등은 본사도 알 도리가 없다. 다만, 7개 양조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진천공장(서울장수주식회사)은 영업실적이 공개돼 있다. 진천공장은 지난해 336억원의 매출과 3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매출 감소가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이다. 그래서 공장 청결과 방역 강화에 신경을 많이 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모임 자체를 꺼리다 보니 매출이 소폭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이 늘어나면서 매출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다. 원래 술을 자주 드시는 분들은 집에서는 마시지 않는데, 요즘에는 추세가 집에서 마시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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