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친환경, 깨끗함이라는 회사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을 칠성사이다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친환경, 깨끗함이라는 회사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을 칠성사이다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맑고 깨끗한 제품으로 건강한 생태계 환경을 만듭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온라인 쇼핑몰 ‘칠성몰’ 메인 화면에 나오는 문구다. 올해 칠성사이다 출시 70주년을 맞은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했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장인 쇼핑몰을 친환경, 깨끗함이라는 회사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청귤·복숭아 맛 칠성사이다를 새롭게 선보이고, 광고 모델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을 기용했다. 또 생수·탄산수 등을 회원제로 정기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도 시작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거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칠성몰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증가했고, 향수·컵·파우치 등 칠성사이다 70주년을 맞아 선보인 다양한 굿즈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실제 칠성사이다 향이 나는 굿즈 향수 ‘오 드 칠성’은 판매 30시간 만에 완판됐다.


식품 등 제조 업계에 부는 D2C 바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제조·유통 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제조 업체들이 유통사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면, 이제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제품을 직접 판매한다. 이른바 제조 업체의 D2C 전략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품 제조 업체를 중심으로 D2C 열풍이 불고 있다.  

D2C는 제조 업체가 유통 업체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자체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전략의 최대 강점은 유통 단계를 줄여 얻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다. 유통 업체에 판매 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제조 업체 이익을 늘릴 수 있다.

제조 업체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 시장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마케팅 또는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체 온라인몰에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판매를 강화하고, 반대의 경우 제품을 보완해 새롭게 출시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조 업체의 D2C 전략 중 이 부분에 가장 주목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제조 업체들이 자체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판매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고객과 적극 소통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회사 정체성을 고객에게 심어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쿠팡, 네이버 등 거대 온라인 유통 플랫폼과 경쟁해 승리하려면 제조 업체의 온라인몰에 그 기업만이 지닌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며 “아직은 D2C 초기 단계로, 각 기업이 어떤 무기를 장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D2C 전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식품 업계다. 코로나19 사태로 식자재는 물론 가정간편식(HMR)의 온라인 소비가 급격히 늘면서 자체 온라인몰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1위 식품 업체 CJ제일제당의 자체 온라인몰 ‘CJ더마켓’의 올해 1~9월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상의 온라인몰 ‘정원e샵’의 매출도 23% 늘었다.

식품 업체들은 할인 혜택을 주고 자체 온라인몰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더마켓은 다양한 상황과 테마에 맞는 가정간편식 중심의 식문화를 제시하고 있다”며 “매일 새로운 메뉴를 제시하는 ‘이렇게 먹어보세요’ 코너를 통해 날씨·생일·야식 등 다양한 테마에 맞게 메뉴를 제안하고 해당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패션 업계도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내 대표 패션 기업 LF다. LF는 ‘종합 쇼핑몰’이라는 성장 방향을 잡고 수년 전부터 판매 상품을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패션·뷰티·리빙을 망라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영역에 걸쳐 4500여 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고, 현재 회사 매출의 25~30%가 온라인몰에서 발생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몰 매출 증가 폭이 커졌다.

제조 업체 D2C 전략의 한계도 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물류센터를 짓는 쿠팡 등 유통 업체와의 배송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식품 등 제조 업체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래로 D2C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자체 온라인몰 사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쿠팡의 과도한 납품 가격 인하에 반발하며 쿠팡에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사진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쿠팡의 과도한 납품 가격 인하에 반발하며 쿠팡에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사진 LG생활건강

과도한 납품 가격 인하에 반발…쿠팡과 거래 끊어

D2C와 관련 일각에선 유통 업체와 거래에서 주로 을(乙) 입장이었던 제조 업체들이 “더는 유통사 플랫폼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역공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2017년부터 D2C 전략을 펼치며 실적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탈(脫)아마존을 선언하며 나이키의 모든 제품을 아마존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 거대 유통 플랫폼에 맡기지 않고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을 직접 판매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올해 초 취임한 존 도나호 나이키 사장 역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회사 성장 방향을 밝혔다.

국내에선 거대 온라인 유통 채널로 성장한 쿠팡과 몇몇 제조 업체 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쿠팡의 과도한 납품 가격 인하에 반발하며 쿠팡과 거래를 끊었다. 지난해 6월에는 “쿠팡이 대규모 유통 업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 과정에서 상품 반품,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배타적 거래 강요, 경영 정보 제공 등 갑질을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변신 자동차 로봇 ‘또봇’으로 유명한 완구 기업 영실업도 쿠팡과 납품 가격을 두고 갈등을 빚은 후 쿠팡을 통한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자체 온라인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가 이번 쿠팡발 제조·유통 업체 간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우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LG생활건강·영실업 외 쿠팡과 납품 가격 갈등을 빚은 제조 업체가 더 있고,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업이 늘 수 있어서다. 반대로 갈등이 사라질 수도 있다. 쿠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조 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쿠팡과 거래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다. 온라인몰 사업을 강화하는 한 제조 업체 관계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유통 업체에 휘둘리는 제조 업체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역공에 나선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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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거래) 제조 업체가 유통 업체의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자체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최대 강점은 유통 단계를 줄여 얻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다. 유통 업체에 판매 수수료를 내지 않아 제조 업체가 이익을 늘릴 수 있다. 또 제조 업체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 시장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효과적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