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 공개된 BMW 뉴 5시리즈가 10월 5일 공식 판매에 돌입했다. 7세대 부분변경 모델인 뉴 5시리즈는 BMW의 주력 모델 중 하나다. 사진 BMW코리아
5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 공개된 BMW 뉴 5시리즈가 10월 5일 공식 판매에 돌입했다. 7세대 부분변경 모델인 뉴 5시리즈는 BMW의 주력 모델 중 하나다. 사진 BMW코리아

BMW 7세대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드디어 출시됐다. 지난 5월 인천 영종도에서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진 지 5개월 만이다. 신차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잡고 수입차 1위 자리를 다시 꿰찰 수 있을까.

신형 5시리즈는 부분변경 모델답게 디자인 변화는 제한적이다. 파격적인 변신보다 전체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먼저 두 개의 키드니 그릴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했다. 앞서 출시된 7시리즈의 거대한 그릴이 부담스러웠다면, 신형 5시리즈는 딱 알맞은 크기다. BMW 특유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우아함을 더했다.

L 자형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어댑티브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는 한층 선명한 눈매를 연출했다. 다만, 엔젤 아이 또는 코로나 링이라 불리던 상징적인 요소가 사라졌다. 매력적인 눈매를 보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 한편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뒷면은 입체적인 면발광 LED 리어램프와 층층이 곧게 뻗은 아웃라인 그리고 각진 배기구 등이 어우러져 단단한 인상을 갖췄다.

실내도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대시보드와 기어 노브 주변에 센사텍 가죽 및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 모두 12.3인치 대화면을 적용했으며,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기본 사양으로 탑재했다.

시동을 걸고 새롭게 추가된 기능을 살펴봤다. 우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연결이 눈에 띈다.

이제 번거롭게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전화와 문자, 뉴스, 일정 관리, 팟캐스트, 인공지능(AI) 비서 등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내비와 같은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정보도 운전석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띄울 수 있어 활용도가 많이 늘어났다. 물론,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SK텔레콤 T맵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자체 내비게이션도 유용하다.

다만, 도어 잠금 및 해제부터 시동까지 걸 수 있는 모바일 디지털 키는 아이폰과 애플워치에서만 가능하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한동안 신용카드 모양의 카드키를 지갑에 넣고 다녀야겠다.

이어 음성 인식 기능도 대폭 개선됐다. ‘안녕 BMW’라 부른 뒤, ‘에어컨을 켜줘’나 ‘조수석 창문을 내려줘’와 같이 말하면 된다. BMW답게 ‘스포츠 모드로 바꿔줘’라고 말하면 주행 모드도 설정된다. 처음에는 생소한 기분에 이것저것 명령어를 내뱉지만, 이내 평소처럼 손을 뻗어 버튼을 조작한다. 음성 인식이나 손가락 제스처보다 아직은 버튼 조작이 훨씬 더 빠르고 직관적이다.

시승차는 530i x드라이브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다. 파워트레인은 252마력의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520i 모델과 동일한 배기량의 직렬 4기통 엔진이지만, 출력과 토크 모두 월등하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은 복잡하고 답답한 도심에서 여유를 더해준다. 비좁은 공간을 밀고 들어오거나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량을 빠르게 인식하고 부드럽게 멈춰 선다. 주변 차량과 교통 상황을 3D 그래픽으로 계기판에 띄워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기능도 인상적이다.

시 외곽으로 나가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다. 굳이 스포츠 모드로 바꾸지 않아도 경쾌하게 속도를 높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숫자는 체감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치솟는다. 직선 구간에서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제한 속도를 훌쩍 넘긴다.

BMW답게 연속된 방향 전환이나 긴 곡선 구간에서도 안정적이고 깔끔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미끄러질 법한 상황에서도 금세 자세를 바로잡는다. 예상한 지점에 정확히 멈추는 제동력도 여전하다.

손과 발을 바쁘게 움직일수록 아쉬움도 조금씩 커진다. 자연스레 직렬 6기통 엔진이 떠오른다. BMW 직렬 6기통 엔진은 ‘실키식스’라 불릴 만큼 매끄러운 회전 질감을 자랑하지만, 고속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자극을 선사한다. 530i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살짝 밋밋하다. 540i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슬며시 부풀어 오른다.

BMW가 신형 5시리즈를 선보이자, 메르세데스-벤츠도 같은 달 신형 E클래스를 내놓았다. 신형 5시리즈가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첨단 사양에서 분명 우위를 점했지만, 삼각별이 가진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수입차 시장을 양분한 두 차의 전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BMW 뉴 5시리즈 운전석. 사진 BMW코리아
BMW 뉴 5시리즈 운전석. 사진 BMW코리아
BMW 뉴 5시리즈 뒷모습. 사진 BMW코리아
BMW 뉴 5시리즈 뒷모습. 사진 BMW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