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전쟁,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스포츠용품 전쟁에 버금가는 글로벌 브랜드 대결이 펼쳐진다. 바로 ‘콘솔 전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는 11월 신형 콘솔 출시를 앞두고 있다. MS는 10일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Xbox Series X)’를, 소니는 12일 ‘플레이스테이션 5(Playstation 5)’ 판매를 시작한다. MS는 ‘엑스박스 원(Xbox One)’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4’를 출시한 2013년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형 콘솔이다. 두 회사가 이틀 간격을 두고 출시하는 만큼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흔히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콘솔 게임은 주로 TV에 연결해서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게임에 쓰이는 조이스틱 등의 전용 게임 기기를 영어로 콘솔(console)이라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콘솔 게임 시장은 최근 닌텐도가 휴대용 하이브리드 콘솔 게임기에 주력해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MS와 소니가 거치용 콘솔 게임기에서 맞붙는 형국이다.

MS는 지난해 12월 ‘더 게임 어워드 2019(The Game Awards 2019)’에서 처음으로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를 공개했다. 역대 콘솔 기기 중 가장 높은 성능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게임 패스’를 앞세워 그간의 콘솔 게임 시장 공백을 깨고 나왔다. 소니 역시 올해 6월 디지털 쇼케이스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 5를 처음 선보였다. 이전 세대보다 업그레이드된 ‘듀얼 센스’ 컨트롤러와 강화된 독점 게임 콘텐츠를 과시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반응은 뜨거웠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9월 18일과 9월 22일 각각 진행된 플레이스테이션 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사전 예약에서 준비한 물량이 모두 동났다. 불과 한 시간 만이었다.

둘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플레이스테이션 2(소니)가 독식하던 콘솔 게임 시장에 MS가 엑스박스로 처음 출사표를 던진 이후, 2005년에는 엑스박스 360(MS)과 플레이스테이션 3(소니)가, 2013년에는 엑스박스 원(MS)과 플레이스테이션 4(소니)가 시장에서 격돌했다. 올해가 벌써 ‘4차 대전’인 셈이다.

지금까지는 소니가 저렴한 가격과 적극적인 이용자 개방 정책을 앞세워 MS에 우위를 점해왔다. 특히 PC, 모바일 게임과 달리 특정 콘솔 기기에서만 독점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이 중요한 콘솔 게임에서 소비자는 더 많은 독점작을 보여준 소니의 손을 들어줬다. 적극적인 로컬라이징 전략(한국어 지원)도 한몫했다.


절치부심한 MS…우열 가리기 어려워

하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MS가 절치부심했기 때문이다. MS의 신형 콘솔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가 그래픽, 프로세서, 저장 장치 등 대부분 스펙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에 앞선다. MS는 게임 패스와 기기 대여를 일원화한 ‘엑스박스 올 액세스’ 서비스, 기존 출시된 엑스박스 시리즈와의 하위호환 시스템 등 소비자 편의를 위한 노력도 늦추지 않았다.

가격 경쟁에서도 MS가 우위를 점했다. MS는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가격을 499달러(59만8000원)로, 저가형 모델인 ‘엑스박스 시리즈 에스(Series S)’ 가격을 299달러(39만8000원)로 책정했다. 게임 성능을 낮추는 대신 크기를 줄인 시리즈 에스는 소니의 전작인 플레이스테이션 4보다도 저렴하다.

반면 소니는 MS의 정책 발표 후 ‘땜질식’으로 정책을 보완하는 안일한 모습을 보여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는 발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공기청정기’에 비유될 만큼 기기 크기도 크다. 플레이스테이션 5 일반 에디션 가격은 499달러로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와 같지만, 국내 출시 가격은 소니가 62만8000원으로 3만원가량 비싸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니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독점 게임 타이틀 때문이다. 소니는 9월 17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파이널 판타지 XVI(Final Fantasy XVI), 갓 오브 워(God of War) 등 새로운 독점 타이틀 라인업을 공개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이를 의식한 MS는 미국의 유명 게임 배급사인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인수에 나섰지만,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모든 게임을 엑스박스에 독점 출시하지는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신작 경쟁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게임 전문 쇼핑몰 위브엔터테인먼트의 박상원 매니저는 “결국은 소프트웨어 싸움”이라며 “아무리 MS의 엑스박스 기기 스펙이 향상됐다고 해도 독점 신작이 꾸준히 나오지 않으면, 이번에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 각 사
자료 : 각 사

코로나19에 콘솔 게임 시장 폭풍 성장

이러한 열기를 반영하듯 콘솔 시장도 성장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콘솔 게임 시장은 약 327억달러(약 37조3500억원)로 모바일 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게임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콘솔 게임 기기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에서 콘솔 게임 기기 판매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콘솔 게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는 전체 게임 시장 대비 콘솔 게임 시장의 매출이 3%밖에 안 될 정도로 콘솔 게임이 부진했다. PC게임에 최적화된 국내 온라인 환경과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의 국내 인기 게임이 콘솔 기기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점 때문에 콘솔 게임의 경쟁력이 약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러한 흐름을 바꿔 놓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플레이스테이션 4의 판매량이 약 두 배 증가했다. 회사원 김지민(29)씨는 “콘솔 게임 기기가 어릴 때는 비싸게 느껴졌지만 한 번 사면 오래 즐길 수 있고 게임 환경이 쾌적하다”며 “과금을 유발하는 모바일 게임과 유저가 너무 많아 매력이 떨어지는 PC게임에 비해 유용할 것 같아 다시 콘솔 기기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에 발맞추고 있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콘솔 전용 게임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MS·소니 치킨게임으론 한계

코로나19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MS는 코로나19로 게임 개발자들의 업무가 지연되면서 8월 출시 예정이던 독점 신작 ‘헤일로 인피니트’ 출시를 내년으로 미룬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최근 재확산하면서 생산 공정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소니 역시 제품 출시 및 공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역대 콘솔 기기 중 가장 무거운 무게와 항로 제약에 따라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윤장원 동명대 디지털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콘솔 시장의 최근 성장세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반등으로 보인다”라며 “‘단순 업그레이드식’의 신제품 출시는 결국 한정된 시장에서 MS와 소니의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