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호 한국교통대학교 졸업 / 김원호 모월양조장 대표가 양조장 설립 배경과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모월양조장
김원호
한국교통대학교 졸업 / 김원호 모월양조장 대표가 양조장 설립 배경과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모월양조장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우리술품평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증류식 소주 ‘모월인’을 생산하는 모월양조장은 원주 토착쌀인 토토미로 술을 빚는다. 양조장 구성원부터 남다르다. 모월양조장 김원호 대표와 그의 고교 동창생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고향의 논을 지키자”며 협동조합 형태의 양조장을 2014년에 설립했다.

김 대표는 “고향인 원주 쌀로 좋은 술을 많이 만들어 전국에 유통하면, 고향 논 일부라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술 양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조장과 술 이름인 모월은 ‘어머니와 달’의 합성어다. 김원호 대표가 건네준 회사 소책자에는 모월을 “사람을 품은 술, 모월은 물과 달, 어머니의 정성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잘난 아들, 못난 아들 구분 없이 다 품어주는 어머니처럼 임금이 행차하거나 밤손님이 부잣집 담 넘을 때도 똑같이 밝은 빛을 비춰주는 게 달이 아니던가? 모월은 원주의 옛 이름이다. 교통 요충지인 원주는 외지인이 많이 살아 옛날부터 ‘텃세 없는 고장’으로 유명했다. 치악산을 한때 모월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번에 대통령상을 받은 모월인은 알코올 도수 41도의 증류식 소주임에도 알코올 향이 강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은 이 술을 “좋은 사람이 좋은 옷을 입었다”고 평했다. 그의 말처럼 술병부터 남달랐다. 1억원을 들여 10만 병을 새로 만들었다는 술병은 어머니의 긴 치맛자락을 빼닮았다.

모월인은 어떠한 첨가물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의 깔끔함을 자랑한다. 쌀 증류주 특유의 누룩취가 강하지 않은 것은 증류할 때 처음과 끝에 나오는 원액 상당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류(증류 초기에 나오는 증류 원액)는 3~5%가량 버리고 후류(증류 끝부분에 나오는 원액) 30% 정도는 재증류한 뒤 맛을 보고서 다음에 사용할지를 결정할 정도로 최상품 원액만 상품화한다. 증류 전 단계인 약주는 45일간 발효, 3개월간 숙성 등, 발효와 숙성 4개월 이상을 거친 후에야 증류에 들어간다. 증류주 모월인(41도), 모월로(25도) 말고도 약주인 모월청(16도), 모월연(13도)이 있다.


‘모월인’은 전통주에 주는 최고상인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을 올해 받았다. 사진 모월양조장
‘모월인’은 전통주에 주는 최고상인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을 올해 받았다. 사진 모월양조장

제조상 특이점은.
“사용하는 쌀은 원주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인 ‘토토미’를 쓴다. 10% 정도이긴 하지만 직접 쌀농사를 한다. 양조인이면서 농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쌀은 동네 어르신이 지은 쌀 그리고 계약재배하는 농협 쌀을 쓴다. 모월인 증류 전 단계인 약주 모월연은 2담금, 이양주다. 밑술·덧술 모두 고두밥을 쓴다. 2차 담금까지 발효는 대략 45일 걸린다. 발효실 온도는 20도, 발효 탱크에서 1차 숙성이 동시에 이뤄진다. 최대 5개월(발효 기간 포함)까지 숙성한다. 그다음에 맑은 술을 떠내서 섭씨 3~4도에서 2차 저온 숙성 과정을 한 달 정도 더 거친다. 그러면 약주 모월연이 완성된다. 모월인 소주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는 2차 숙성을 거치지 않고 발효실에서 발효와 숙성 4개월 거친 뒤 술지게미는 제거하고 청주로만 증류한다.”

20도 정도에서 석 달 이상 오래 숙성하는 이유는.
“숙성을 오래 하면 술의 향미가 달라진다. 좋아진다는 의미다. 발효가 끝나 잔당이 없는 상태에서 맛을 보면 알코올 향만 도드라진다. 그러나 숙성을 거치면 날카롭던 알코올 향이 무뎌지는(부드러워지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향기도 난다. 누룩 양은 3%밖에 안 된다. 그래서 발효가 길어지기도 한다. 후숙성을 통해 향미나 맛의 부드러움이 개선된다.”

원주 쌀 토토미는 어떤 쌀인가.
“토토미의 ‘토’ 자가 흙 토인데, 토토는 11월 11일을 뜻한다. ‘농업인의 날’이다. 요즘엔 이상하게 ‘빼빼로데이’라고 다들 기억하지만. 농업인의 날은 이곳 원주에서 시작됐고, 이제는 전국으로 다 퍼졌다. 원주에서 시작한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브랜드화한 쌀 이름이 원주 토토미다. 벼 품종은 추청(아키바리·일본에서 들여온 벼)과 삼광벼를 쓴다.”

모월인은 증류 과정에서 초류와 후류를 버리고 본류만 택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증류액의 중간 부분 60~70% 정도를 쓴다. 증류 초반의 초류는 3~5% 정도 버린다. 원래 곡주에는 몸에 나쁜 메탄올 성분이 거의 없는데, 그래도 증류 처음에는 몸에 안 좋은 성분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그 정도는 버린다. 알코올 도수 40도에 도달하면 후류 컷(따로 보관)을 하는데, 약 30%는 곧바로 쓰지 않고 재증류해서 다음번 증류 시에 추가한다. 후류만 따로 모아 재증류해서 향·맛 등의 품질을 평가하고 재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후류에서 나오는 기분 나쁜 향이 있다. 그런 것들이 재증류 후에도 도드라지면 재사용하지 않는다. 술에 쓰지 않은 원액은 소독제 등 다른 용도로 쓴다.”

술 이름인 모월은 어떤 의미인가.
“모월은 어머니 달이란 뜻이다. 합성어인데 ‘원주에 오는 사람들은 다 품어주라’는 의미다. 엄마는 자식이 대통령이든 거지든 상관없이 다 품어주는 존재 아닌가. 달도 마찬가지다. 밤손님(도둑)이 담을 넘든 왕이 밤 행차를 하든 똑같이 비춰주는 게 달이다. 원주의 옛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행정구역상의 이름은 아니었다. 원주가 남한강 초입에 있다 보니 삼국시대 때부터 전쟁터가 되기 일쑤였다. 6·25전쟁 때까지 그랬다. 한 번은 고구려가 차지했다가 다음은 백제, 신라가 점령했던 땅이 원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지 사람이 많이 사는 고장이 됐다. 지금도 원주 인구의 70~80%는 외지 출신이다. 통닭집 옆에 또 통닭집을 차려도 싸움이 나지 않는 곳이 이곳 원주다. 그만큼 텃세가 없다.”

양조장 중 드물게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13명의 조합원이 있는데 또래 친구 대부분이 농민의 자식이다. 뜻을 함께한 고교 시절 친구들끼리 얘기한 것이 ‘논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논이 무엇인가. 우리의 먹거리, 쌀을 수확하는 터전이다. 최대한 지역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양조장을 차렸다. 조합 형태로 시작한 이유는 2014년 설립 당시 도에서 개인에게는 양조장 면허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 계획은.
“닥나무 성분을 넣은 막걸리 신제품 ‘모월닥주’를 내년 봄에 내놓을 생각이다. 대량생산이 아니라서 원주 지역에만 시판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3년간 숙성한 증류주 ‘모월산’을 출시한다. 알코올 도수 50~55도 정도의 고도주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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