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은 2019년 12월 ‘최고헬스담당임원(CHO)’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도 전에 시작한 구글의 행보였다. 초대 CHO로 부임한 카렌 데살보는 11월 12일 조선비즈와 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20’ 기조 강연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등 구글의 데이터 기반 기술을 초능력에 비유하며 “(구글의 목표는) 의료진에게 ‘초능력(superpower)’을 선사해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구글은 10월 28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비영리 의료기관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과 함께 AI 기반 암 식별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구글과 메이요 클리닉이 개발 중인 AI는 방사선 촬영 영상 이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해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살보는 “전문의의 방사선 판독 시간이 줄면, 환자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가족·친구·공동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초 구글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유방암 진단용 AI가 인간 의사를 뛰어넘는 진단 능력을 보였다는 실험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3만 명의 여성 유방 엑스선(X선) 촬영 이미지를 보고 방사선 전문의와 AI가 암 발병 여부를 진단한 결과, AI가 인간 의사보다 위양성률, 위음성률 등의 오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와 개인 정보 보호의 균형 중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후 사람들은 의심 증상을 느낄 때마다 코로나19 증상에 해당하는지, 검사가 필요한지, 어디서 검사받을 수 있는지 등을 구글링하고 있다. 구글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 당국과 협력해 유튜브, 구글맵, 플레이스토어 등에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게시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진이 가능한 20개국 1만7000여 곳의 의료기관 목록도 확보했다. 데살보는 데이터 기술이 공중보건에 기여하기 위한 조건으로 “데이터 활용과 개인 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5월 애플과 함께 출시한 코로나19 접촉자 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의 서비스 철학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앱은 확진자나 그와 접촉한 사람이 사용자 주변 1.8m(6피트) 반경 안에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다. 데살보는 “이 앱은 접촉자의 존재 여부만 알려줄 뿐, 접촉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한다”면서 “개인 정보가 적절히 보호된다면 AI와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나중에 어떤 병에 걸릴지,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