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는 11월 19일(현지시각) 허프포스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허프포스트 창립 멤버인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CEO는 15년 만에 친정 기업을 흡수하게 됐다. 사진 블룸버그
버즈피드는 11월 19일(현지시각) 허프포스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허프포스트 창립 멤버인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CEO는 15년 만에 친정 기업을 흡수하게 됐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경쟁사인 허프포스트(옛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한다. 디지털 미디어의 대표주자 격인 두 회사가 한 식구로 만난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지지부진한 광고 수익에 허덕여온 온라인 매체들이 합종연횡(合從連衡)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온라인 광고 시장은 페이스북과 구글이라는 강력한 정보기술(IT) 공룡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버즈피드는 11월 19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허프포스트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버즈피드는 허프포스트의 모회사인 버라이즌 미디어와 주식 교환을 통한 인수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콘텐츠와 광고 전략을 공유하면서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단 편집국을 합치거나 사이트를 통폐합하지는 않는다. 버라이즌은 소주주로 남아 버즈피드에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허프포스트는 2011년 미국 타임워너의 인터넷 언론 부문 자회사인 AOL에 인수된 바 있다. 이후 AOL은 2015년 버라이즌에 인수됐다. 버라이즌은 2017년 야후까지 사들인 뒤 AOL과 야후를 운영하는 자회사 버라이즌 미디어를 세웠다. 버즈피드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야후를 콘텐츠 영향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버즈피드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나 페레티는 “버즈피드와 허프포스트의 독자층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허프포스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할 것이고, 그들(독자)은 우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주요 외신은 이번 인수 소식을 꽤 비중 있게 다뤘다. 허프포스트를 산 페레티 CEO가 2005년 허프포스트 전신(前身) 허핑턴포스트의 시작을 함께한 창립 멤버이기 때문이다. 페레티 CEO는 허핑턴포스트 멤버이던 2006년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실험 성격의 프로젝트로 버즈피드를 만들었고, 허핑턴포스트가 AOL에 매각된 2011년 버즈피드를 독립 회사로 정식 출범시켰다. 그리고 9년 후, 자신을 분가시킨 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페북·구글의 광고 시장 독식

물론 외신의 주목이 ‘페레티 CEO가 친정 기업을 인수했다’는 흥미로운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딜이 디지털 미디어 간 합종연횡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의 관심을 끄는 진짜 이유다.

21세기 들어 종이 기반의 전통 언론 매체는 디지털 미디어의 빠른 성장세에 치여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버즈피드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전통 매체를 위협한 여러 신생 매체 중에서도 혁신성을 인정받는 대표주자다.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를 겨냥한 재밌고 가벼운 콘텐츠로 등장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뒀다. 2013년 ‘포브스’는 페레티 CEO를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의 파괴자(disruptor)’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버즈피드조차도 돈 버는 일에서는 애를 먹었다. 혁신의 크기가 반드시 수익의 크기와 비례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광고와 콘텐츠를 창조한다”며 한껏 자부심을 드러낸 페레티 CEO의 발언도 디지털 광고 시장의 ‘절대 권력자’ 페이스북과 구글 앞에서는 한낱 오기(傲氣)에 불과했다. ‘미디어 시장의 파괴자’로 불리는 업체가 이 정도인데, 다른 디지털 매체의 수익 개선은 더 요원할 수밖에 없다.

IT 전문 매체 ‘매셔블’은 미국 대형 출판사인 지프 데이비스에 넘어갔고, 여성 전문 미디어 ‘리파이너리29’는 바이스에 인수됐다. 엔터테인먼트 매체 ‘벌처’를 보유한 ‘뉴욕 미디어’는 복스 미디어가 사들였다. 1020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뉴스 사이트 ‘믹’과 ‘루키’, 버라이즌의 온라인 미디어 자회사 ‘오스’ 등은 아예 회사 문을 닫았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벽을 절감한 디지털 미디어 업계는 광고 수익 의존도 낮추기에 나서야만 했다. 버즈피드가 미국 맨해튼 중심가에 장난감 가게를 열고 월마트에서 조리기구를 판매하게 된 이유다. 바이스도 HBO와 손잡고 영화 등 영상 콘텐츠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IT 공룡에 가로막혀 지난 수년간 실적 악화와 비용 절감, 대량 해고 등의 우여곡절을 견뎌온 디지털 미디어 업체를 더 힘겹게 만든 원인이 됐다. 컨설팅 업체 FTI컨설팅에 따르면 올해 디지털 매체들의 온라인 광고 매출은 예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실리콘밸리 전문 매체 더밀크를 운영 중인 손재권 대표는 올해 6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발간한 ‘팬데믹, 미디어의 본질을 묻고 근간을 흔들다’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광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광고 의존도가 심한 미디어는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LA타임스와 바이스 등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한편 일부 관리자의 임금을 삭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타임스(NYT) 같은 전통의 강자는 구독 수입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방어할 수 있지만, 광고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디지털 매체는 코로나19가 야기한 대학살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했다.


Plus Point

“韓 온라인 뉴스 시청자는 유튜브 애용”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 사이트에 종속됐다는 점에서 한국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매체들처럼 국내 언론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2020년의 한국인이 뉴스를 어떤 방법으로 소비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에 따르면 한국인은 뉴스를 텍스트로 읽거나(44%) 듣는 것(6%)보다 동영상으로 보는 것(45%)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주 동안 온라인 동영상 뉴스를 소비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인 비율은 77%였는데, 이는 조사 대상국 40개국 가운데 1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뉴스 이용률은 61%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인은 유튜브를 통한 뉴스 시청 비율이 4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뉴스 웹사이트나 앱(33%)을 통해 시청한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유튜브(28%)는 페이스북(32%)보다도 뒷순위였다. 한국의 남다른 유튜브 사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