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연세대 신문방송학 학·석사, 현대중공업 근무, 덤앤더머스 창업, 배민프레시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연세대 신문방송학 학·석사, 현대중공업 근무, 덤앤더머스 창업, 배민프레시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집에 세탁기가 없다.” 12월 7일 만난 세탁 대행 스타트업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40) 대표가 한 말이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 대표와 기자의 생활 조건은 상당히 비슷하다. 일하는 아내와 생후 1년 전후의 아이 등. 당연히 빨랫감이 넘쳐난다.

기자의 경우 퇴근 후 매일 세탁기를 돌린다. 최근에는 건조기를 구매했고, 빨래를 너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공간을 아꼈다며 흡족해하곤 했다. 그런데 세탁기가 없다고? 조 대표는 당황하는 기자에게 설명했다. “세탁하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겠지만,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또 세탁기를 두는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날 만난 집 안 청소 스타트업 ‘생활연구소’를 이끄는 연현주(43) 대표도 조 대표와 비슷한 생각을 풀어냈다. “청소 등 집안일을 하는 시간에 가치 있는 다른 무언가를 한다면 삶이 어떻게 변할까?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돕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 또 청소하는 매니저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소비자 일상에 있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이기에 가능하다.” 두 회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기반 세탁, 청소 서비스는 론칭 이후 매월 고객이 20%씩 증가하고 있다. 이런 성장성을 인정받아 의식주컴퍼니는 국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235억원을, 생활연구소는 총 135억원을 투자받았다.


2011년 ‘덤앤더머스’ 창업에 이은 두 번째 창업이다. 세탁 비즈니스의 성장성을 봤나.
“샐러드 등 신선식품을 새벽 배송하는 덤앤더머스를 창업했고 2015년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매각했다. 이후 3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퇴사 후 미국 여행에서 세탁 공장을 둘러보게 됐는데, 청결한 세탁, 처리 속도 등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란 걸 느꼈다. 과거 창업, 경영했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배달 서비스를 세탁 사업에 붙이면 꽤 괜찮은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8년 의식주컴퍼니를 창업했고, 2019년 3월 세탁 및 배달 서비스 ‘런드리고’를 선보였다.”

런드리고의 핵심 전략은.
“세탁의 모바일 전환과 비대면 서비스다. 음식 배달 등 다른 서비스는 현재 모바일 기반으로 전환 중이다. 그러나 세탁 서비스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이다. 또 세탁물을 맡기면 보통 3일 후에나 찾을 수 있다. 공급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런드리고는 이런 기존 세탁 비즈니스와는 다르다. 고객이 런드리고 모바일 앱을 통해 예약하면 하루 만에 세탁 후 배송한다. 또 비대면 서비스로 현관 앞 수거함에 세탁물을 넣어두고 받을 수 있다. 고객은 세탁소가 몇 시에 문을 닫고, 언제 배달하는지 등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세탁, 배달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했나.
“서울 강서구에 2975㎡(약 900평) 규모의 ‘세탁 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세탁을 한 후 서울 전역과 분당, 일산, 김포 일부 지역에 배송하는 구조다. 오후 11시 전에 소비자가 현관 앞 수거함에 세탁물을 넣어 두면, 공장으로 수거해와 세탁 후 다음 날 밤 12시 전까지 수거함에 넣어 둔다. 물론 수거함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옷들이 담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첨단 세탁, 스팀 설비를 들여와 구축했다. 세탁, 드라이클리닝, 다림질, 포장 등의 작업을 부분 자동화했고, 이를 통해 서비스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집에 세탁기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 런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회사 대표여서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탁하는 시간에 책을 보거나 여가를 즐기는 등 보다 가치 있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또 주거 공간의 혁신도 이룰 수 있다. 모두가 당연히 세탁기를 둘 공간을 생각하는데, 그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세탁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이 시장은 어떤 특징이 있나.
“세탁, 청소 등 그동안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했던 일을 돈을 내고 서비스받도록 전환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업화할 수 있다. 물론 기술 발달 등으로 집에서 하는 노동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또 소비자가 한번 이용한 후 편리함을 알면 다시는 그런 노동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내년 뉴욕을 타깃으로 런드리고 서비스 오픈을 준비 중이다. 세탁 산업에서 세계 1등이 목표다. 세탁은 다른 분야와 달리 문화적 특성이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 깨끗하게 빨고 빠르게 배달하면 어느 나라에서든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연세대 불어불문학,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업개발팀장, 카카오 O2O 홈서비스 사업부장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연세대 불어불문학,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업개발팀장, 카카오 O2O 홈서비스 사업부장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카카오에서 근무하다 2017년 생활연구소를 창업했다.
“카카오 신규 사업 개발팀에서 약 1년 동안 청소 중개 서비스를 준비했다. 회사도 성장성에 공감했지만, 택시·대리운전 등 다른 사업이 너무 많아 진행을 못 했다. 그래서 서비스를 가지고 나와 생활연구소를 창업했다. 카카오는 사업 초기 10억원을 투자했다.”

어떤 부분이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나.
“서비스를 받는 사용자는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고, 공급자(청소 매니저)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좋은 장터를 만들면 양쪽 다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또 청소라는 홈,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청소 시장 규모는 7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후 꾸준히 시장이 성장했고 현재는 10조원 정도로 전망된다.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 모두 잠재적 소비자다.”

현재 고객 수는.
“회사 모바일 앱 ‘청소연구소’에 가입한 고객은 60만 명에 이른다. 매달 고객이 평균 20%씩 증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단발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했던 고객이 정기 구독 고객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층이 이용한 후 부모 또는 주변 친척 어른에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고객의 20%가 자녀와 부모가 동시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생활연구소의 핵심 경쟁력은.
“고객과 청소 매니저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회사가 매니저를 배정하는 게 아니라, 매니저 스스로 청소할 곳을 선택하게 한다. 회사는 매니저의 현 위치, 주로 일하는 시간대, 선호하는 집 등 매니저와 고객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분석해 추천·매칭한다. 이를 위해 매니저를 인터뷰해 청소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구축한다. 예를 들면 고양이를 싫어하는 매니저에게 고양이가 있는 집을 청소하게 할 수는 없다. 청소를 즐겁게,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고객도 만족하고 성과도 좋다.”

청소 매니저 교육, 관리도 중요하다.
“그렇다. 현재 2만7000명의 매니저를 두고 있다. 청소 방법, 고객 응대 방법 등 회사 교육을 받아야 매니저로 일할 수 있다. 누구나 교육을 받고 일할 수 있다. 물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불가능하다. 인터뷰를 통해 어떤 성향인지도 파악한다. 그래야 고객이 원하는 매니저를 파악해 매칭할 수 있다. 또 도난 사건 발생에 대비한 교육도 하고 있고, 만약 고객이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 피해를 본다면 100% 보상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평균 55세 여성 매니저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30~40대 젊은 주부나 주업이 있는 자영업자가 시간이 날 때 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비스 상품과 지역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올해 11월 부산에 진출했다. 내년 상반기 내에 주요 광역시에 서비스하는 등 전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사 청소, 매트리스 청소 등 기존 청소 분야는 물론 아이 돌봄 등 서비스를 다양화해 나갈 계획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