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 오미자 생막걸리 제조업체로 유명한 문경주조가 최근 신제품 ‘폭스앤홉스’를 내놓았다. 문경주조가 어떤 양조장인가. 2008년 일반 생막걸리에 문경 특산물 오미자를 넣어 ‘대박’을 쳤고, 10년 뒤인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만찬주로 선정된 ‘오희 스파클링 막걸리’를 만든 양조장이다.
막걸리 신제품 폭스앤홉스에는 쌉싸름한 향과 맛을 내는 맥주 원료 홉이 들어갔다. 맛이 맥주 같다는 평과 화이트와인 같다는 평이 동시에 나온다. 문경주조를 이끄는 홍승희 대표는 “쌉싸름한 수제 맥주를 즐기는 젊은층도 전통주를 쉽게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홉이 들어간 술을 만들었다”라고 했다. 홍 대표가 사용한 홉은 양조장 인근 밭에서 직접 기른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수제 맥주 브루어리 중 직접 기른 홉은 고사하고 국산 홉을 사용한다는 사례도 듣지 못했는데, 직접 기른 홉을 넣은 막걸리라니.
신상품 폭스앤홉스는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음식 문화도 변하고 술 문화도 변하고 있다. 폭스앤홉스 같은 경우는 젊은 세대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술을 가까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홉에서 비롯된 수제 맥주의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는 젊은층이 홉이 들어간 우리 막걸리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개발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만찬주로도 선정된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 역시 스파클링을 즐기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폭스앤홉스의 제조 과정은.
“전통주 만드는 방식으로 지역 쌀과 누룩, 물을 재료로 먼저 1차 막걸리를 만든다. 발효 도중에 홉을 넣어 함께 발효를 시킨다. 1차 발효 때는 홉을 분쇄해서 넣고, 2차 발효 때는 향이 잘 우러나라고 말린 홉 꽃잎 그대로 넣는다. 그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기계를 사용해 필터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폭스앤홉스 병 밑바닥에는 침전물이 조금 남아 있다.”
양조장을 문경에 세운 이유는.
“술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이라고 하지 않나. 좋은 양조 환경과 물을 찾기 위해 여러 군데를 답사했다. 그 와중에 지금 양조장이 있는 문경 동로면 근처를 지나가게 됐다. 우선 산세가 좋고, 물맛도 좋았다. 양조장 바로 앞의 하천이 금(비단)천인데, 이곳이 금천의 최상류, 발원지다. 한마디로 청정지역이다. 이 일대가 월악산 줄기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앞으로도 오염되지 않고, 좋은 물로 술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미자 막걸리는 과일이 들어간 첫 번째 생막걸리다. 그전에는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난관을 어떻게 뚫었나.
“제품 개발의 어려움과 별개로 오미자를 첨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오미자는 과일이긴 하지만 한약재로도 쓰인다. 그래서 생막걸리에는 첨가할 수 없다는 게 주무관청인 국세청의 입장이었다. ‘굳이 오미자를 넣겠다면, 생막걸리가 아닌 살균막걸리로 만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생막걸리로 만들겠다고 버텼다. 살균 처리하면 신선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미자는 신맛이 강한 게 특징이지만, 살균 효과도 있다. 그래서 술맛이 변하지 않고 오래가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오미자가 방부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국세청에 ‘오미자가 들어간 막걸리는 굳이 살균 처리를 하지 않아도 오미자 자체가 방부제 역할을 한다. 생막걸리로 만들어도 맛이 상하지 않는다’고 수도 없이 주장했다. 결국 수개월이 지나서 국세청의 허가가 떨어졌다. ‘과일이 들어간 1호 막걸리’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연이다. 뭐든지 1호는 어렵다. 오미자 막걸리가 출시된 다음부터 귤, 땅콩, 유자 등 온갖 과일이 들어간 막걸리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본격적인 프리미엄 전통주 제조는 2010년 문희주가 시작이다.
“그렇다. 문희탁주와 약주는 고려시대 왕에게 진상하는 술로, 궁궐에서 빚었다. 누구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술이었다. 내가 술 이름으로 정한 ‘문희’는 문경의 옛 이름으로 ‘기쁜 소식을 듣는다’라는 뜻이다. 이 술은 전통 삼양주 방식으로 만드는데, 황토방 안에서 90일에서 100일 옹기 숙성을 거쳐 완성한다. 그러나 만드는 게 정말 어려웠다. 레시피대로 만들어봤지만 원하는 술맛이 나지 않았다. 쌀과 물이 옛날과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료를 조금 바꿨다. 문헌에는 100% 찹쌀로 만든다고 돼 있는데, 나는 유기농 찹쌀로 업그레이드했다. 밑술에 두 번 덧술하는 삼양주다. 밑술은 멥쌀, 덧술은 두 번 다 찹쌀을 쓴다. 그래서 단맛이 강하지만, 천연의 단맛이다. 술맛 본 사람들이 과일 향이 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오희 스파클링 막걸리는 어떻게 만들었나.
“오희는 문희주와 제조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오희는 1차 발효 후 탄산을 강화하기 위해 2차 발효를 거친다. 반면에 문희주는 한 번의 발효로 끝난다. 오희는 1차 발효를 끝낸 술 중 맑은 약주 부분만 떠내 오미자를 첨가해 2차 발효에 들어간다. 2차 발효 탱크는 공기가 드나들지 못하는 특수 탱크를 쓴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가스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때 최소 한 달 이상 발효(2차)해야 오미자에서 우러나는 향이 난다. 1차 발효도 짧으면 15일, 길면 한 달가량 걸린다. 결국 병에 넣어 숙성까지 거치는 시간을 다 합치면 3개월은 걸린다. 병 밑에 침전물이 약간 생기지만, 전체적으로는 오미자 색이 도드라지는 투명한 스파클링 형태다.”
폭스앤홉스 가격은.
“폭스앤홉스는 오희와 제조 공정이나 원료가 비슷하다. 그런데 막걸리로 승인받은 오희는 세금이 5%, 기타 주류인 폭스앤홉스는 30%로 세금은 폭스앤홉스가 여섯 배다. 그래서 폭스앤홉스는 1만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최대한 단가를 낮추려고 애써야 할 것 같다.”
숙성실 옹기에 증류주를 숙성 중이던데, 신제품 증류주가 곧 나오나.
“지역 특산주로 국세청 기술연구소에는 이미 허가를 받았다. 술 이름과 알코올 도수 정하고, 사용할 병 정도만 더 정하면 된다. 문희주를 베이스로 한 증류주는 이미 일 년 이상 숙성해서 곧 시판할 준비가 돼 있다.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