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승용 문배술 5대 전수자. 이기춘 식품 명인, 무형문화재. / 문배술 기능보유자이자 부자(父子) 관계인 이기춘 대표와 이승용 실장.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왼쪽부터) 이승용 문배술 5대 전수자. 이기춘 식품 명인, 무형문화재. / 문배술 기능보유자이자 부자(父子) 관계인 이기춘 대표와 이승용 실장.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문배술은 2014년부터 도자기 병에서 투명 유리병으로 바꾸면서 취급 주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만큼 젊은층의 반응이 좋아졌다. 또 2017년부터는 품질 개선을 위해 매년 2억~3억원을 생산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문배술 이승용 실장)

“천년을 이어온 문화유산인 문배술 기능보유자는 매출을 크게 키우는 것보다 보전, 전수가 더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아들인 이승용 실장은 전수자로서 나무랄 데가 없다. 문배술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술을 훨씬 젊게 만들고 있다.” (문배술 이기춘 대표)

남북정상회담 만찬 식탁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술인 문배술이 요즘 점점 젊어지고 있다. 도자기 병 일색이던 패키지가 투명 유리병으로 바뀐 것은 이미 오래전. 최근에는 장욱진 화백의 작품을 문배술 유리병 라벨에 새긴 ‘아트 컬래버레이션(이하 컬래버)’을 선보였다. 장욱진 화백의 ‘나날이 좋은 날’이란 작품이 라벨에 입혀진 문배술 1만 병은 예상보다 4~5개월이나 앞선 올해 2월쯤 조기 소진될 전망이다.

문배술은 조만간 비무장지대(DMZ) 물로 만든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 김포에 생산공장을 둔 문배술은 본래 평양에 양조장이 있었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평양정상회담 때 남한에서 가져온 문배술을 보고, 김 위원장이 “문배술은 대동강물로 만들어야 진짜배기”라고 한 언급은 지금도 문배술에 ‘장기 과제(대동강물로 문배술 빚기)’로 남아있다.

문배술은 메조와 찰수수로 빚은 증류주다. 쌀 증류주가 대부분인 국내 증류주 시장에서 잡곡만으로 만든 거의 유일한 전통주다. 배를 넣지 않았지만, 문배(돌배)나무 과일 향이 난다고 해서 문배술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문배술 4대 전수자인 이기춘 대표, 아들인 이승용 실장을 문배술 양조장에서 만났다.


장욱진 화백의 그림을 병 라벨에 입힌 제품. 사진 문배술
장욱진 화백의 그림을 병 라벨에 입힌 제품. 사진 문배술

평양에 있던 평촌양조장은 규모가 어느 정도였나.

이기춘 대표(이하 이기춘) “북한 최대 기업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남한의 삼성그룹 같은 회사였다. 공장에 철로가 깔려 있었고, 문배술이 기차로 러시아에 수출됐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아버지가 신변 보호를 위해 공장 안에 학교를 지어, 그 학교에 다녔다.”


본격적으로 유리병 제품을 내놓은 건 언제부터인가.

이승용 실장(이하 이승용) “예전에 술이 잘 안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고민했던 것이 ‘왜 우리 술은 명절에만 잘 팔릴까? 술집에서는 문배술이 왜 안 팔릴까?’ 등이었다. 그래서 문배술을 젊게 만들려고 2014년부터 유리병 제품을 만들었다. ‘유리병 문배술’이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호응을 얻었고 취급 주점도 1000군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안다.”


전통 증류식 소주는 소줏고리에 술을 내리는 상압증류 방식을 택한다. 그런데 문배술이 감압증류 방식을 택한 이유는.

이기춘“평양의 평촌양조장 시절에 실험실에서 감압증류를 해보기도 했다. 김포공장은 대량생산에 용이한 감압증류기를 설치했다. 문배술 향을 내는 데도 감압은 문제가 없다.”

이승용“대량생산이 감압증류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지만 소줏고리로 문배술을 증류하는 연구를 매년 하고 있다. 시대 상황이라는 게 있다. 과거의 문배술은 지금보다 향이 진했는데, 소비자들이 강한 향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다소 향을 부드럽게 내기 위해서는 상압증류보다는 감압증류가 낫겠다고 판단했다. 김포공장 때부터 감압 방식을 쓰고 있다.”


장욱진 화백 작품 컬래버 시장 반응은.

이승용“양주 장욱진미술관과 공동 진행했다. 장욱진 화백의 향토성과 천년을 이어온 문배술의 전통성을 접목해 대한민국의 문화적 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협업이었다. 지난해 7월에 출시해서 1년간 1만 병 판매가 목표였는데 지금 추세로는 올해 1~2월 중 전량 소진될 것으로 보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다른 형태로 컬래버를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북한의 대동강 물로 문배술을 만드는 것이다.”


오크통 숙성을 해볼 생각은.

이승용“오크통 숙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오크통도 여럿 준비해놨다. 오크통 공부를 더 한 다음 어떤 오크통이 문배술 숙성에 최적인지 실험해볼 참이다. 오크통에 숙성하더라도 문배술 향을 잘 살릴 숙성 기간이 얼마인지를 계속 연구할 생각이다. 오크통에 3년 정도는 숙성할 생각이다.”


양조장을 개방하지 않는 이유는.

이승용“업무량이 많은 데 비해 직원은 적기 때문이다. 내가 집중적으로 일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뒤 양조장을 개방할 생각이다. 외부에 개방할 준비도 하고 있다. 전시실도 새로 꾸미고 있고, 앞마당에 나무데크와 화덕도 만들어 놓았다. 새해에는 내 나름대로 ‘찾아오는 양조장’ 이벤트를 하고 싶다. 가령 1박 2일 일정으로 4~5명, 최대 8명이 참가하는 작은 행사도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직접 제품 설명과 시음을 진행하고, 문배술에 어울리는 요리를 셰프가 현장에서 내놓는 식이다. 나중에 투자 여력이 생기면 여유 부지를 아늑하면서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문배술 남북 공동 생산은 어려운가.

이기춘“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지시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북한 사람들은 이 사업을 대동강 물장사하듯이 생각했다. ‘대동강 근처에 양조장을 새로 지어 문배술을 만들라’는 거였다. 북한에 양조장 짓겠다고 하면 우리 정부가 허가해 주겠는가.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에 양조장을 짓는다는 건 여러 가지 부담이 컸다. 그래서 무산됐다.”


전통 보전과 산업화(매출 확대) 중 더 중요한 것은.

이기춘“문배술은 나라가 지정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전수 보전이 우선이다. 회사 매출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100억, 200억 하는 회사 부럽지 않다. 산업화는 아들인 이승용 실장이 맡아 할 것이다.”


아들인 이승용 실장이 후계자로서 잘하고 있다고 보나.

이기춘“아들은 대학 들어갈 때부터 술 제조 관련 전공을 선택했다. 농화학을 전공했다. 전수 보전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현재 잘하고 있다. 전수 보전을 잘하고 있어 아쉬운 점은 없다. 매출 더 키우는 것보다 전수 보전이 더 중요하고, 또 그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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