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온라인 편집숍 육스에서 진행한 ‘노마의 스타일’ 라이브 방송. 사진 에스팀
명품 온라인 편집숍 육스에서 진행한 ‘노마의 스타일’ 라이브 방송. 사진 에스팀

이탈리아 명품 보테가 베네타는 지난해 8월 중국 유명 왕홍 리자치(李佳琦)와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1만2300위안(약 208만원)짜리 미니 클라우드 백 230개를 10초 만에 팔았다. 공식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동일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준비한 제품이 완판됐다.

프랑스 명품 주얼리 카르티에가 지난해 11월 타오바오라이브에서 주얼리 쇼를 개최했는데 2시간 동안 77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이 방송에선 9000만위안(약 152억원)짜리 목걸이를 포함해 400여 점의 시계와 보석 제품이 소개됐다.

콧대 높은 명품들이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에 뛰어들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란 실시간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모바일 쇼핑으로, 줄여서 ‘라방’이라고도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유튜브·넷플릭스·틱톡 등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SNS)가 보편화하면서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소비 행태로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방송을 켜고 물건을 팔 수 있는 데다, 판매자와 고객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라이브 커머스의 장점이다.

국내는 아직 도입 단계지만, 롯데·신세계·현대·CJ 등 유통 기업을 비롯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조원대였던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10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라이브 커머스 성장 비결은 ‘쌍방향 소통’에 있다. TV홈쇼핑과 유사해 보이지만, 채팅이 추가돼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판매자들은 고객 대신 옷을 입어주고 “키 작은 하비(하체 비만)인데 몇 사이즈를 입어야 할까요?”라는 까다로운 질문에도 바로 답변한다.

방송하는 동안 사면 할인 혜택도 준다. 이런 과정은 높은 구매 전환율로 연결된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구매 전환율이 0.3~1% 수준이지만, 라이브 커머스의 구매 전환율은 5~8%로 추정된다. “심심할 때 라방을 본다”는 이들도 생겼다.

사실 온라인 쇼핑은 외롭고 지루하다. 혼자 상품 사진과 설명을 살피고, 구매자들의 리뷰를 찾아보고, 그 리뷰가 진짜인지 광고인지도 필터링해야 한다. 상품만 있고 경험은 없다.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는 여럿이 상품을 구경하고, 궁금한 걸 묻고 답하면서 유쾌한 쇼핑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오늘 뭐 먹었어요” 같은 일상적인 수다를 곁들이다 보면 어느새 충동구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온·오프라인 경계를 없앤 커머스”라는 평이 나온다.

판매 품목도 제한이 없다. ‘라방’ 하면 저가품 판매에 강할 것 같지만, 원하는 정보를 꼼꼼히 살필 수 있기에 명품이나 자동차, 부동산 거래 등 온라인 침투가 적은 고가 상품 판매에 용이하다. 구찌는 지난해 6월부터 피렌체에 가짜 매장을 세우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쇼핑객과 소통하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던 개인화 쇼핑 서비스를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BMW, 아우디, 테슬라도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품의 경우 일대일 응대가 보편적인데, 비대면 소비가 확산한 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거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 번 방송하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보기 때문에 홍보를 위해서라도 라이브 커머스를 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했다.


카카오쇼핑 라이브 방송. 사진 카카오쇼핑
카카오쇼핑 라이브 방송. 사진 카카오쇼핑
왼쪽부터 타오바오라이브의 테슬라 홍보 방송, 400만 명이 시청했다. 루이뷔통의 라이브 판매 방송. 버버리의 라이브 방송. 사진 타오바오라이브·샤오홍슈
왼쪽부터 타오바오라이브의 테슬라 홍보 방송, 400만 명이 시청했다. 루이뷔통의 라이브 판매 방송. 버버리의 라이브 방송. 사진 타오바오라이브·샤오홍슈

비대면 쇼핑 이끄는 라이브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가 빨리 정착한 중국에선 2017년 190억위안(약 3조2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9610억위안(약 191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9%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경우 지난해 11월 광군제 기간 매출의 25%를 라이브 커머스로 거뒀다. 관심이 적던 서구 시장도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유통 체인 월마트는 최근 틱톡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로 패션 상품을 시험 판매했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아마존 라이브를 운영 중이다. 현지에선 페이스북, 유튜브 등 플랫폼 업체들이 동영상 쇼핑에 뛰어들면서 미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2023년까지 250억달러(약 2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패션 업계도 라이브 커머스에 주목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패션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판매자와 대면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소비재에 비해 감성적이고 충동구매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패션 업체들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높아야 1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필수가 되면서 라이브 커머스가 대면 쇼핑 욕구를 대체했다는 평이 나온다. 1~2시간 동안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어 브랜드 경험을 높이는 데도 제격이다.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었던 명품 업계가 라이브 커머스에 빠르게 합류하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

국내 패션계도 라이브 커머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2월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 럭셔리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에스아이라이브를 열었다. 자사가 보유한 럭셔리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로, 방송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전문 퍼스널 쇼퍼를 배치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업체 그립의 안현정 이사는 “라이브 커머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커머스”라며 “이커머스의 대체가 아닌 확장형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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