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 쿡(왼쪽)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표적 광고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AP연합
애플의 팀 쿡(왼쪽)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표적 광고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AP연합

애플의 새로운 사생활 보호 정책을 둘러싸고 애플과 페이스북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두 공룡 테크 기업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양사 최고경영자(CEO)인 애플의 팀 쿡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공개 석상에서 서로를 저격한 가운데, 페이스북이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까지 검토한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애플이 지난해 6월 이용자 사생활 보호를 외치며 ‘앱 추적 투명성(ATT)’이라는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발표하면서 양사의 갈등은 시작됐다. 갈등의 중심에는 맞춤형 광고라 불리는 표적 광고가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오프라인 옥외광고와 달리, 표적 광고란 나이, 성별 등 사용자의 개인정보 및 검색기록 등 취향을 반영해 특정 기업의 광고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내보낸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앱)은 표적 광고에서 얻은 수익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그동안 페이스북 등 기업은 아이폰 이용자의 승인 없이도 이용자의 검색 기록 등 데이터에 접근해 이를 표적 광고에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애플은 올해 상반기부터 새로운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14’에 있는 앱이 사용자의 검색 활동과 사용 기록을 수집하려면 일일이 팝업 창을 띄워 승인을 받는 것을 의무화했다. 여론조사 업체 탭리서치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앱 추적을 거부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된다면 표적 광고의 정확도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광고 단가 역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1월 27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2020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애플은 이용자를 위해 이 정책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사 영향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애플이 이 정책을 시행한다면 표적 광고에 의존하는 전 세계 수백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피해받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1월 16일 ‘소상공인을 위한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광고를 내고 회사 임직원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자 팀 쿡 애플 CEO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1월 28일 열린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을 겨냥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이용자와 데이터의 부당한 이용,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선택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결코 칭찬받을 수 없다”며 반박했다.

두 기업 간 갈등은 법정 소송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외신은 이날 페이스북이 애플의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수개월 전부터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악용해 자사 앱에는 혜택을 주는 반면 페이스북 등 외부 앱에는 프라이버시를 빌미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수익 모델에 따른 ‘밥그릇 싸움’

애플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페이스북은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을 각각 내세워 대립하고 있으나, 갈등의 핵심은 결국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광고로 수익을 내는 페이스북과 소비자가 직접 이용료를 지불하는 구독 중심의 애플이 벌이는, 양립할 수 없는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 모델이다. 페이스북 매출의 약 98%는 표적 광고에서 발생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대비 31% 증가한 28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 속에서 페이스북이 쉽사리 웃지 못하는 이유다. 업계는 애플의 운영체제 변경으로 인해 페이스북 광고 매출이 50% 이상 급감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등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일 뿐 아니라, 광고 수익 모델 대신 유료 구독 서비스를 택했다. 애플 TV플러스, 애플 뮤직, 애플 뉴스플러스 등 콘텐츠 서비스를 약 1만6000원에 구독할 수 있는 ‘애플 원’이 대표적이다. 앱스토어 내 제삼자 앱의 광고 수입이 줄면 이들 앱은 유료화가 불가피하고, 인앱 결제가 늘면 애플은 오히려 수혜를 본다. 애플이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강화되고 있는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대외적인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여론은 애플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광고를 보고 싶지 않은 대부분의 이용자가 애플의 정책을 지지함과 동시에, 이전부터 논란이 됐던 페이스북의 이용자 데이터 관리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18년 3월 영국의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8700만 명 이상의 페이스북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돼 거센 역풍을 맞았다. 이 정보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캠프에서 정치적 선전을 하는 데에 사용됐다.

애플의 새 정책이 예정대로 실시된다면, 서비스 이용료를 내지 않고 광고 기반으로 유지되는 개방형 인터넷 생태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싸움의 핵심은 페이스북과 애플이 돈을 버는 방법이 정반대라는 것이며, 어느 회사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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