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의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사륜구동 기술의 대명사인 지프 브랜드 중에서도 최고의 오프로더(비포장도로) 주행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 지프
지프의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사륜구동 기술의 대명사인 지프 브랜드 중에서도 최고의 오프로더(비포장도로) 주행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 지프

최근 중부 지방에 연이은 폭설과 한파로 교통 대란이 발생했다. 빙판길에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차를 버려둔 채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런 극한의 환경일수록 지프 ‘체로키 트레일호크’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고성능 오프로드(비포장도로) 특화 모델이다. 트레일호크는 사륜구동 기술의 대명사인 지프 브랜드 중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갖춰, 진정한 ‘하드코어 오프로더’로 불린다.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그 명성에 걸맞게 외관부터 특별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우선 지프를 상징하는 세븐 슬롯 그릴(7개의 세로형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 프런트 범퍼부터 가파르게 깎여 있다. 차체 손상을 줄이고 차량 진입 각을 키우기 위해 전용 범퍼가 장착된 것이다. 이는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어울려 단단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완성한다.

옆모습은 물 흐르듯 매끄러운 면 아래 스크래치에 강한 전용 보디킷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A필러(앞 유리창 양옆 기둥) 하단에 ‘트레일 레이티드’라 쓴 엠블럼은 오프로드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이 붉은 엠블럼은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오프로드 코스 중 하나인 미국 캘리포니아 루비콘 트레일에서 성능을 검증받은 차량임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뒷모습 역시 개성이 넘친다. 기능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갖춘 견인 고리부터 탈출 각을 위해 날카롭게 깎인 리어 범퍼, 붉은 독수리를 형상화한 트레일호크 엠블럼 등이 단번에 이목을 사로잡는다.

상대적으로 실내는 호불호가 나뉜다. 큼직큼직한 버튼과 깔끔한 다이얼은 직관적이고 조작성이 뛰어나다. 대시보드와 시트 등을 감싸는 레드 스티치(봉제선)는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반면, 전반적인 인테리어 구성은 한 세대 이전 차량을 보는 듯하다. 멋진 클래식이 아닌 칙칙한 올드 패션이다.

1열과 2열 그리고 트렁크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최근 출시된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교해 살짝 부족할 수 있지만, 다양한 수납 기능을 바탕으로 빼어난 공간 활용성을 제공한다.


큼직큼직한 내부 버튼과 깔끔한 다이얼은 직관적이고 조작성이 뛰어나다. 다만 전반적인 인테리어 구성은 한 세대 이전 차량을 보는 듯하다. 사진 지프
큼직큼직한 내부 버튼과 깔끔한 다이얼은 직관적이고 조작성이 뛰어나다. 다만 전반적인 인테리어 구성은 한 세대 이전 차량을 보는 듯하다. 사진 지프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32.1㎏·m의 V6 펜타스타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사진 지프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32.1㎏·m의 V6 펜타스타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사진 지프

빙판길도 여유롭게 주행, 포장도로 승차감은 아쉬워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을 찾아 교외로 향했다.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32.1㎏·m의 V6 펜타스타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끊김 없이 꾸준히 속도가 올라간다. 3.2L급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답게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원하는 만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독일 ZF의 9단 자동변속기는 매끄럽게 반응한다. 임의로 패들시프트를 조작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라이선스 제작 초창기 때와 달리 이제는 반 박자 빠르게 반응하는 변속기는 엔진과 궁합도 꽤 잘 맞아떨어진다.

한참을 달려 산 아래 비포장길을 찾았다. 초입은 녹은 눈이 다시 얼어 빙판으로 바뀌었다. 그늘진 비탈길은 녹지 않은 눈과 흙이 섞여 질척한 상태이며, 미끄러운 낙엽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고 저속에서 토크를 높여주는 4WD 로 기능과 스노(Snow) 모드를 각각 체결하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 2 시스템을 비롯해 지형 설정 시스템인 셀렉터 레인과 액티브 드라이브 록 기능 등을 통해 다른 체로키 모델보다 한층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췄다. 비탈길을 오를 때 순간순간 바퀴가 헛돌 때도 있지만, 금세 접지력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간다. 마음속 불안은 이내 여유로 바뀐다.

내리막에서는 저속 기어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을 사용했다.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 없이 스티어링 휠만 조작하면 느긋하게 내려올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오히려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은 매우 유용하다. 눈길에서는 탁월한 성능에 연방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온로드(포장도로)에서는 입이 굳게 닫힌다. 급격한 차선 변경이나 고속 코너 구간에서 롤링(가로 흔들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출렁이는 승차감에 뒷좌석 동승객이 멀미를 느끼기도 한다.

연비도 살짝 아쉽다.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오프로드 성능을 위해 다양한 장비가 장착된 만큼 공차 중량이 2t에 달한다. 2.4L급 엔진이 탑재된 체로키 리미티드 모델은 물론, 같은 파워트레인의 오버랜드 모델보다도 100㎏ 이상 더 무겁다.

체로키 트레일호크는 극한의 환경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무색무취한 SUV가 늘어나는 요즘, 뚜렷한 개성과 강렬한 존재감으로 SUV 본연의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신승영 모터그래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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