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2020 그룹 CEO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2020 그룹 CEO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이제는 정면 돌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그룹 CEO 세미나’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립에 공격적으로 임해줄 것을 주문했다. 지금까지는 ESG 관련 이슈에 수세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면, 앞으로는 ESG 경영을 비즈니스에 녹여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이 의지를 보인 덕분에 SK그룹의 ESG 경영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ESG를 중심에 둔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하고,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이념하에 SK그룹이 시작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국내외 주요 8개 ESG 평가기관의 컨센서스를 모아 발간한 ‘뉴 패러다임, ESG’에 따르면, SK그룹은 전체 128개 기업 중 5위를 기록했다. 특히 ‘S(사회)’ 부문 점수가 7.5점으로 전체 평균(5.7점)과 비교해 30% 이상 높았다.

이처럼 SK그룹이 ESG 경영에서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체계적 관리’에 있다. SK그룹은 150여 개 계열사의 일관된 ESG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SV(Social Value)위원회와 환경사업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를 갖추고 있다. 특히 SV위원회는 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 측정 시스템을 담당하며 ESG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 측정 시스템은 각 계열사가 기업활동을 통해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성과 등을 화폐 단위로 나타낸 것으로, SK그룹 ESG 경영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ESG 경영 성과를 정확히 측정해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최 회장의 지론하에 시작됐다. SK그룹은 지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그룹 관계사들은 올해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을 임직원 KPI(핵심평가지표)에 50% 반영하기로 했다.


사업 구조에 ESG 담는 SK…지배구조 혁신

산출된 사회적 가치 값을 바탕으로 SK그룹은 ESG 경영에서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다. ESG를 중심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꾸려진 ‘수소 사업 추진단’이 대표적이다. 그룹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로 ‘RE100’에도 가입했다. RE100에 가입하면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SK㈜는 회사 경영의 3대 요소인 인사, 전략, 감사를 이사회와 공유하고 최고 의결 기구로서 이사회의 실질적 참여 수준과 독립성, 전문성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SK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 선임과 사내이사 보수 금액 심의 기능 등을 수행하고, ESG위원회는 앞으로 회사의 경영 전략이나 중요한 투자 관련 사항을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