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재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 2020년 오리지널비어컴퍼니 설립 / 박상재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가 맥주를 숙성 보관하는 오크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박상재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 2020년 오리지널비어컴퍼니 설립 / 박상재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가 맥주를 숙성 보관하는 오크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샴페인 병에 코르크 마개를 한 수제 맥주를 본 적 있는가. 추어탕에 들어가는 향신료 제피를 넣어 맛이 알싸한 맥주, 샴페인 효모를 넣어 청포도 향이 나는 맥주, 소금을 약간 넣은 맥주는 또 얼마나 낯선가.

경기 북부 파주시 월롱면 황소바위길 390에 자리한 수제 맥주 양조장 ‘오리지널비어컴퍼니’는 ‘프리미엄 수제 맥주’를 지향한다. 남들 안 쓰는 샴페인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 사용은 물론 샴페인 효모, 제피, 오렌지 껍질, 고수 씨앗 등 최고 원료를 고수하는 탓에 병당 제조 원가가 1만2000원이 넘는다. 그나마 맥주 주세가 작년부터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 덕분에 세금 폭탄은 피했다. 종가세였으면 병당 2만원에 달했을 세금이 종량세 덕분에 600원에 불과하다. 그래도 소비자 가격이 3만원 안팎이라 손이 쉽게 가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편의점,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고 고급 식당과 주류 전문점에서만 취급하고 있다.

오리지널비어컴퍼니가 홉 대신 핵심 원료로 생각하는 것은 향신료의 일종인 제피다. 흔히들 산초라고 알고 있는 제피는 추어탕에 갈아 넣어 미꾸라지의 비린 맛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맥주에 제피라니. 제피의 톡 쏘는 매콤함이 들어간 맥주는 알싸하면서도 레몬 느낌이 난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기자를 양조장으로 안내한 박상재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대표는 “우리 회사야말로 진짜 수제 맥주 회사”라고 했다. 첨단 기계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양조 장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양조장을 찬찬히 둘러봐도 숙성을 겸한 발효 스테인리스통, 오크통, 맥아즙을 만드는 대형 솥 외에 이렇다 할 장비가 없다. 맥아즙을 만들기 위해 파쇄된 맥아를 물과 고루 섞는 것도 사람이 큰 주걱으로 직접 하고 있었다.

발효는 모든 제품이 3주 이내로 끝난다. 그다음 숙성 과정은 두 종류로 나뉜다. 저온 숙성 제품은 0~2도를 유지하는 저온 창고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한 뒤 병입한다. 반면에 오리지널비어컴퍼니의 문라이트와 불락 스타우트 제품은 3개월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빨리 만들어 빨리 유통하는 술이 맥주인데, 숙성을 3개월이나 한다니.


오리지널비어컴퍼니의 사계절 맥주들. 왼쪽부터 월롱 블랑, 코스모스 에일, 불락 스타우트, 문라이트. 금속과 접촉을 막기 위해 샴페인 병과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오리지널비어컴퍼니
오리지널비어컴퍼니의 사계절 맥주들. 왼쪽부터 월롱 블랑, 코스모스 에일, 불락 스타우트, 문라이트. 금속과 접촉을 막기 위해 샴페인 병과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오리지널비어컴퍼니

오크통에 3개월이나 숙성하는 이유는

“문라이트와 불락 스타우트는 버번위스키를 숙성했던 중고 오크통에서 3개월 정도 숙성을 거친다. 이렇게 하면 오크통에 남아 있는 버번위스키의 복합적 풍미를 맥주에 더하고, 숙성 과정에서 결감(술 일부가 오크통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대기 중으로 증발)을 통해 술 자체의 밀도가 더해지는 효과가 있다.”

샴페인 형태의 병이 특이하다. 이 스타일의 병을 쓰는 이유는
“품질 향상을 위해 채택했다. 흔히 수제 맥주 회사는 제품을 케그, 병 혹은 캔에 담는다. 이 중 어떤 걸 쓰더라도 맥주와 금속의 접촉을 막을 수 없다. 케그와 캔은 자체가 금속이고, 유리병을 쓴다고 하더라도 뚜껑인 크라운 캡이 금속이다. 우리는 샴페인 모양의 유리병과 병뚜껑 재질로 코르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금속을 100% 차단할 수 있다. 금속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때문에 맥주에 쇠 맛이 나는 경우가 없다. 병 안에서 맥주를 장기간 숙성하더라도, 맛과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변질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는 포장 방식이다.”

금속에 맥주가 닿으면 문제가 있나
“맥주는 기본적으로 산도(신맛)가 좀 있어서, 금속인 알루미늄과 접촉은 권장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 제품 중에는 산도가 다소 높은 것이 있다. 이런 제품들이 금속에 오래 노출될 경우 약간의 부식이 생기거나 쇠 맛이 날 수 있다.”

오지널비어컴퍼니의 사계절 맥주는 현재 4종이다. 가볍고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낮은 도수 제품으로는 샴페인의 청량감을 담은 ‘코스모스 에일’과 향긋한 밀맥주인 ‘월롱 블랑’이 있다. 높은 도수 라인에는 진한 풍미와 묵직한 보디감의 ‘불락 스타우트’와 위스키처럼 깊은 풍미를 가진 스카티시 에일 ‘문라이트’가 있다.

편의점 맥주는 캔 제품이 대세다. 캔 제품 개발 의향은
“당분간은 캔 생산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맥주 가격대가 ‘네 캔에 만원’ 하는 저가 맥주 위주의 편의점과는 맞지 않는다.”

자체 매장 운영을 안 하는 이유는?
“맥주 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매장 운영은 당분간 안 하기로 했다.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술만 맛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자체 매장은 위치·음식·서비스·인테리어 등 모든 조건이 완벽할 때 비로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를 감동하게 해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역량은 맥주 맛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지널비어컴퍼니 설립은 언제 했나
“2020년, 사실상 설립은 2019년 11월. 공장 다 지어서 제품 출시한 것은 2020년 7월이다. 작년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한 주세 개정의 가장 큰 수혜를 본 수제 맥주 회사가 우리다. 재작년처럼 종가세 체제였다면 우리가 만드는 맥주 한 병에 세금만 2만원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종량세로 전환하니까 세금이 병당 600원이다. 우리는 주세가 종량세로 바뀐다고 해서, 창업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다시 종가세로 되돌아간다면 우리 회사는 곧바로 폐업이다. 그만큼 우리 제품은 제조 원가가 높다. 제조 원가와 비례해서 세금을 매기는 구조인 종가세는 우리로서는 견딜 수 없는 구조다. 제조 원가가 병당 1만2000원 정도. 세금 포함해 소비자 가격은 병당 2만5000~3만원 정도다. 종가세였다면 최소한 병당 4만원이 넘었을 것이다.”

병맥주인데, 생맥주인가
“그렇다, 생맥주다. 살균 맥주가 아니다. 유통 기한을 고려해 냉장 유통을 고수한다. 냉장 유통 조건에서 유통 기한은 일 년이다. 카스와 하이트는 유통 기한이 일 년보다 더 길다. 살균 맥주이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불락 스타우트 같은 맥주는 와인 냉장고에 1~2년 묵혔다가 마실 것을 권한다. 술이 훨씬 더 맛있어진다. 오랜 기간 병입 숙성을 하면, 맛이 더 깊고, 향도 풍부해진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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