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e-208의 전면.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e-208의 전면.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가 한국에 출시한 첫 번째 전기차 ‘e-208’은 프랑스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모델이다. e-208은 엔진으로 달리던 기존 ‘208’보다 훨씬 날렵한 인상을 준다. e-208 차 길이(전장)는 이전보다 90㎜ 길어진 4055㎜이고, 전폭은 5㎜ 늘어난 1745㎜다. 반면 차 높이(전고)는 1435㎜로 기존 모델보다 25㎜ 낮아졌다.

외관 전면은 푸조의 디자인 콘셉트를 풍부하게 담았다. 푸조 플래그십 세단부터 이어져 온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DRL)이 헤드램프에서 범퍼 하단까지 수직으로 적용됐고, 이전보다 커진 그릴은 차체를 더 커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그릴 위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초록색 혹은 파란색으로 보이는 전기차 전용 사자 엠블럼이 부착돼 있다.

볼륨감이 강조된 측면은 전고가 낮아진 영향으로 역동적이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후면에는 좌우로 길게 뻗은 검정 유광 패널에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풀LED 3D 리어램프가 적용됐다. 소형 해치백 모델이지만 귀여운 느낌보다 단단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풍긴다.


안정적인 주행감…도심에서 높은 만족도

디자인 부문에서의 만족감과 주행 성능을 고려하면 상당한 가성비를 갖춘 모델이라는 평가다. 국내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중 하나다. ‘알뤼르’와 ‘GT 라인’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는데 가격은 각각 4140만원, 4640만원이다. 올해 국고 보조금 649만원과 서울시 지방 보조금 324만원을 지원받으면 알뤼르 트림의 경우 3167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인테리어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면에 탑재된 3D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다. 가상현실(VR) 안경 같은 모습인데, 세련된 느낌을 준다. 충전 상태와 현재 속도 등 주행 정보를 3D 레이어에 표시하는데, 체감되는 기능적 효과는 크지 않지만, 시각적으로 즐겁다. 동그란 일반 스티어링 휠과 달리 육각형으로 보이는 스티어링 휠도 감각적이다.

다만 주행 중 햇빛 때문에 클러스터 정보를 제대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간혹 있었고, 스티어링 휠에 시야가 가릴 때도 있었다. 최근 많은 모델이 적용하고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지 않다는 점도 조금 아쉬웠다.

전투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센터패시아의 토글스위치에는 자주 사용되는 기능이 담겼다. 센터패시아의 터치 반응 속도는 너무 실망스러웠지만, 내비게이션이 카카오내비라 사용하기 편리했다. 차체는 작지만, 내부 공간은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디자인이 상쇄하지 못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특히 앞좌석 등받이와 시트 포지션을 조절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차체가 작다 보니 뒷좌석에도 여유가 많지 않다. 특히 성인 남성이 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카시트를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고리를 설치하는 부분을 지퍼로 처리하는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패밀리카보다는 1~2인 가구를 위한 차량, 혹은 출퇴근이나 통학 도움 등을 위한 세컨드카 정도로 쓰기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해치백의 특성상 2열을 접으면 트렁크에 1106L의 상당한 적재 공간이 확보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행 성능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e-208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26.5㎏.m의 주행 성능을 내는데, 모터 최고 출력의 경우 경쟁 모델인 르노 ‘조에(100마력)’나 BMW ‘i3(125마력)’보다 높은 수준이다. 차체가 작아 순간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릴 때 민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향을 바꾸거나 곡선 구간을 지날 때 코너링도 꽤 단단했다.

일부 전기차의 경우 가속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해 출발할 때 고개가 젖혀질 만큼 가속이 거친 경우도 있는데 e-208은 출발할 때 가속도 부드러웠다. 좁은 골목길이 많고 주차 공간이 협소한 도심 주행에서 특히 만족도가 높았다.


푸조 e-208의 후면.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e-208의 후면.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e-208의 운전석.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e-208의 운전석. 사진 한불모터스

30분 만에 80% 충전 가능한 배터리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푸조는 초고장력강판과 고장력강판, 열간성형강, 알루미늄 등을 활용해 안전성과 차체 강성은 높이면서도 무게는 30㎏ 이상 경량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동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을 때 하부에서 ‘삐걱’ 하는 소음이 있고, 주행 중 소음도 신경 쓰였다.

전기차의 핵심인 주행 거리도 실망스러웠다. e-208의 환경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거리는 244㎞(저온 215㎞)다. 르노 조에와 쉐보레 볼트 EV의 주행 거리는 모두 300㎞가 넘는다. 다만 인증 기록보다 실제 주행 거리는 더 길었다. 80% 정도 충전된 상태에서 클러스터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300㎞를 넘었다.

시승은 서울 광화문에서 인천 영종도를 왕복하는 총 100㎞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이 끝나고 계기판을 보니, 주행 가능 거리 300㎞에서 약 120㎞ 줄어 있었다. 에어컨을 사용하고 고속 주행하여 실제보다 배터리가 조금 더 사용된 정도였다.

80㎞ 구간에서 시속 100㎞ 정도로 달렸고, 실내 온도를 23~24도로 설정해 에어컨을 계속 작동시켰다. 무선 스마트폰 충전기함에는 스마트폰이 계속 충전되고 있는 상태였다.

주행은 ‘노멀’ ‘에코’ ‘스포츠’ 모드로 할 수 있는데, 특별히 회생제동 시스템을 더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동’ 모드도 갖췄다. 제동 모드에서 주행감이 다소 떨어졌지만, 주행 거리는 크게 늘릴 수 있다. 50kWh의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100㎾ 출력의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30분만에 배터리 80%를 충전할 수 있다. e-208에는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비상 제동 시스템, 운전자 주의 경고 등 동급 최고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이 탑재됐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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