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용(왼쪽) 한강주조 대표와 이상욱 이사. 술친구로 시작해 술 사업까지 함께하게 됐다. 사진 네이버 다이어리
고성용(왼쪽) 한강주조 대표와 이상욱 이사. 술친구로 시작해 술 사업까지 함께하게 됐다. 사진 네이버 다이어리

“서울 쌀로 만든 막걸리가 대한민국 최고 막걸리로 뽑혔어요.”

100% 서울 쌀을 원료로 한 ‘나루 생막걸리’를 만드는 한강주조 양조장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2021년 우리술품평회’에서 막걸리 부문 대상을 받았다. 나루 생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도라는 대중적인 알코올 함량을 유지하면서도 인공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2019년에 출시하자마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설립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신생 양조장, 그것도 30대 청년 둘이서 만든 상업 양조장이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진 우리술품평회에서 막걸리 부문 최고상을 받은 것에 대해 전통주 업계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막걸리 부문 최고상은 알코올 도수가 10도 이상인 프리미엄 막걸리가 주로 수상했었다.

한강주조 양조장은 30대 청년인 고성용 대표와 이상욱 이사 둘이 ‘희석식 소주 말고 제대로 된 우리 술을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해 차렸다. 고성용 대표는 양조장 창업 전, 서울 성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했고, 이상욱 이사는 건축가 출신이다. 이들은 전통술 교육기관인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술 빚기를 배웠다.

한강주조는 나루 6도 막걸리 외에 나루 11.5도 제품도 내놓았으며, 올해 4월부터는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과 협업한 ‘표문 막걸리(6도)’로 대박을 터트렸다. 표문 막걸리(500㎖는 한 달에 3만 병, 나루 6도(935㎖)는 2만 병씩 팔리고 있다. 소비자 가격은 표문 막걸리가 4500원, 나루 6도 7000원, 나루 11.5도는 1만1000원이다.

홍대 입구 다음으로 젊은이가 많이 몰린다는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한강주조 양조장에서 만난 고성용 대표는 반바지 차림이었다. 7월 무더위 탓도 있었지만 연일 고두밥을 찌고 막걸리를 발효하고, 마지막 공정으로 병에 넣느라 땀이 식을 틈도 없어 보였다.


한강주조가 대한제분과 협업해 만든 표문 막걸리. 사진 한강주조
한강주조가 대한제분과 협업해 만든 표문 막걸리. 사진 한강주조

나루 막걸리는 어떤 막걸리인가
“가장 많이 팔리는 서울장수막걸리가 탄산이 들어간 청량감을 강조한 것과 달리, 나루 막걸리는 탄산을 최대한 억제해 단맛과 신맛의 조화를 가장 큰 가치로 친다. 무엇보다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쌀 본연의 단맛을 소비자가 느끼도록 만든 술이다. 감미료를 넣지 않는 대신, 쌀 함유량은 일반 막걸리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면서도 저렴한 페트병을 용기로 채택해 ‘착한 가격’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나루 6도는 935㎖ 한 병의 소비자 가격이 7000원이다. 장수막걸리보다는 비싸지만, 1만원을 훌쩍 넘기는 프리미엄 탁주와 비교해서는 착한 가격이다. 용량도 일반 막걸리보다 30% 더 많다.”

탄산을 의도적으로 줄인 이유가 있나
“모든 술은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는 발효가 필수적인데, 이때 술 속의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함께 토해내는 것이 이산화탄소, 즉 탄산이다. 탄산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스파클링 와인이나 맥주처럼 탄산이 주는 청량감이 그 술의 포인트인 술도 많다. 하지만 막걸리는 탄산이 강하면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깨진다고 본다. 그래서 탄산 생성을 최대한 억제한 것이다. 우리는 발효 과정을 잘 컨트롤해서 막걸리가 병입된 이후에는 후발효가 최대한 억제되도록 했다.”

표문 막걸리는 뭔가
“표문 막걸리는 곰표 밀가루 생산 업체인 대한제분과 협업해 만든 일종의 컬래버 제품이다. ‘표문’을 거꾸로 보면 ‘곰표’가 된다. 표문 막걸리와 나루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6도로 같다. 같은 용량 기준으로 가격도 비슷하다. 재료 차이도 없다. 둘 다 서울 쌀인 경복궁 쌀로 빚고 누룩도 같은 밀 누룩을 쓴다. 하지만 제조법이 다르다. 표문 막걸리는 다소 가볍고 뒷맛이 더 깔끔하다. 같은 도수이긴 하지만 나루 6도는 묵직하고 단맛이 있는 반면 표문 6도는 맛이 가벼워서 뒷맛이 더 깔끔한 차이점이 있다.”

고두밥 냉각기를 새로 들여놓았다
“고두밥을 고루 펴서 자동으로 식혀주는 설비다. 이전에는 고두밥을 쪄서 삽자루로 넓은 평상(트레이)에 옮겨 선풍기 틀어주면서 자연 냉각시켰다. 이 과정에서 고두밥이 고루 냉각되도록 주걱으로 밥을 여러 번 뒤집어줘야 했다. 그러나 사람이 하다 보니 고두밥을 똑같이 일정 온도로 식히는 게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막걸리를 생산할 때마다 미세하게나마 맛의 편차가 있었다. 또 손으로 하면 고두밥을 식히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런 고민은 고두밥 냉각기 도입으로 한 번에 해결됐다. 이제는 고두밥을 찌자마자 냉각기에 넣기만 하면 끝이다. 기계가 자동으로 고루 섞어 컨베이어벨트로 보내 급속냉각시킨다. 기계 도입 전에는 담금 한 번 할 때마다 고두밥을 식히는 데 2시간 이상 걸렸다. 이제는 30분가량 걸린다. 시간이 서너 배 이상 단축됐다.”

틈새시장 공략이 효과를 봤다
“그렇다. 시중에 나와 있는 프리미엄 탁주들은 알코올 도수가 대개 10도가 넘고 가격도 1만~2만원대다. 그 밑으로는 가격이 확 내려가는 알코올 도수 5~6도의 저가 막걸리가 주를 이루는데, 한결같이 인공 감미료를 사용한다. 반면에 나루는 전략이 달랐다. 알코올 도수는 대중 막걸리처럼 6도를 유지하면서도 고급 막걸리처럼 무감미료를 고수했다. 유리병은 쓰지 않지만, 페트병 디자인을독특하게 차별화(단순한 디자인)했다. 가격도 고급 막걸리와 대중 막걸리의 중간으로 포지셔닝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나루 생막걸리와 표문 막걸리의 원료로 쓴 쌀은 ‘경복궁 쌀’이다. 수라배·허브 등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경복궁 쌀은 서울 강서구가 원산지로, 밥맛 좋기로는 전국 최고로 꼽히는 김포 쌀과 이웃사촌이다. 막걸리 이름 ‘나루’는 나루터에서 나온 말이다.

제2양조장 설립 계획은 있나
“새로 개발하고 있는 약주는 레시피까지 거의 완성돼 있지만, 현재의 성수동 양조장은 생산 능력이 안 돼 또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 성수동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권을 제2양조장 부지로 염두에 두고 있다. 소비자들이 차박(여행할 때에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는 것)을 비롯해 힐링할 수 있는 휴식 공간도 함께 만들 생각이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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