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갤럭시Z 폴드3와 플립3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갤럭시Z 폴드3와 플립3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3세대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의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8월 11일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를 통해 제품을 공개한 지 약 1주일 만에 본격 판매에 나선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1위’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에 시달리는 중이다. 플래그십(고급형) 스마트폰 시장 최대 경쟁자인 애플의 신작 공개가 9월로 점쳐져 코앞으로 다가왔다. 중국 샤오미는 하반기 전략 신작을 공개하며 “3년 안에 삼성을 제치고 글로벌 1등이 되겠다”라고 공개적으로 도발했다. 허언이 아니었다. 샤오미는 이미 지난 6월 월간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대중화’를 통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뒤바꾼다는 계획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제품이다”라며 “개방성·혁신을 바탕으로 한 갤럭시 생태계와 모든 일상의 경험을 극대화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베일 벗은 삼성전자 3세대 폴더블폰

삼성전자는 3세대 갤럭시Z 시리즈에서 폴더블폰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약한 내구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3세대 갤럭시Z 시리즈는 폴더블폰 최초로 IPX8 등급의 방수 기능을 지원한다. 사용자가 실수로 제품에 물을 엎질러도 안전하게 보호된다. IPX8 등급은 수심 1.5m의 담수에서 최대 30분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역대 가장 튼튼한 스마트폰 알루미늄 소재인 아머 알루미늄과 코닝 고릴라 글라스 빅투스 강화 유리를 사용해 긁힘이나 낙하로부터 폴더블폰을 보호한다.

독일 인증기관인 뷰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로부터 20만 번을 접었다 펴도 이상이 없다는 검증도 받았다. 5년 동안 매일 100번 접었다 펴도 괜찮다는 의미다. 

펼쳤을 때 7.6인치 화면 크기의 ‘갤럭시Z 폴드3’는 디스플레이 픽셀이 전면 카메라 구멍을 덮어 ‘풀스크린’을 구현할 수 있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nder display camera)’ 기술이 적용됐다. 노치(스마트폰 전면에 카메라·센서를 배치해 화면 일부를 가리는 디자인) 없이 넓은 화면으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갤럭시Z 폴드3에는 ‘S펜’이 최초로 적용된다. 삼성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노트 대신 폴더블폰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작정한 만큼 노트의 충성 고객층을 빨아들이기 위한 조치다. S펜은 ‘S펜 폴드 에디션’과 ‘S펜 프로’ 두 가지로 나온다. 두 S펜 모두 갤럭시Z 폴드3의 메인 디스플레이에도 안심하고 필기할 수 있도록 충격 완화 기술이 적용된 특수 ‘프로 팁(Pro tip)’을 적용했다. 갤럭시Z 폴드3는 전작 대비 무게가 271g으로 가벼워졌다. 두께·폭도 줄어 더욱 편안한 그립감·휴대성을 제공한다. 팬텀 블랙, 팬텀 그린, 팬텀 실버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256GB(기가바이트) 내장 메모리 모델이 199만8700원, 512GB 내장 메모리 모델이 209만7700원이다. 512GB 모델은 팬텀 블랙, 팬텀 실버 두 가지만 나온다. S펜 폴드 에디션과 S펜 프로는 별도 판매하며, 가격은 각각 5만5000원, 12만1000원이다.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 사진 삼성전자

4배 커진 커버 디스플레이, 125만원으로 재무장 ‘갤럭시Z 플립3’

갤럭시Z 폴드3와 함께 공개된 ‘갤럭시Z 플립3’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9인치로 전작보다 4배 커진 커버 디스플레이다. 6.7인치인 스마트폰을 열지 않아도 최대 8줄까지 알림이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커버 디스플레이에서 삼성 모바일 금융 플랫폼 ‘삼성 페이(Samsung Pay)’를 바로 실행할 수 있어 굳이 펼치지 않아도 결제할 카드를 선택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 플립 모델이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점을 고려해 카메라 기능을 향상했다. 촬영 인원에 따라 자동으로 구도를 조절해주는 ‘자동 프레이밍(Auto framing)’이 대표적이다. 전원 버튼을 두 번 눌러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퀵샷(Quick shot)’ 기능도 있다.

256GB 내장 메모리 모델로만 출시되며, 가격은 125만4000원이다. 크림, 그린, 라벤더, 팬텀 블랙, 그레이, 핑크, 화이트의 일곱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톰브라운’ 에디션 한정판 또 인기몰이 기대

삼성전자는 톰브라운과 손잡고 한정판 모델도 출시한다. 톰브라운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화이트 색상이 갤럭시Z 시리즈 전반에 적용됐다. 힌지에는 빛의 반사 효과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도록 유광의 실버 색상이 적용됐다. 

갤럭시Z 폴드3 톰브라운 에디션과 갤럭시Z 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은 일부 국가에서 한정 판매된다. 국내에선 8월 12일 오전 9시부터 같은 날 오후 6시까지 삼성닷컴 홈페이지에서 신청받았는데, 약 9시간 동안 총 46만 명이 참여했다.

톰브라운 에디션은 당첨 확률이 낮은 데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에 ‘로또폰’으로 불린다. 앞서 지난해 삼성전자는 톰브라운과 협업으로 몇 차례 재미를 봤다. 갤럭시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은 출시할 당시 가격이 297만원에 달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00만원이 넘는 웃돈 거래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이폰에 밀린 ‘갤럭시S’ 위기 돌파구 될까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서 폴더블폰을 대량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약 900만 대로, 이 중 삼성전자가 약 88%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아이폰의 역대급 흥행에 밀린 ‘갤럭시S’ 시리즈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샤오미의 추격에도 맞설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위이지만,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8%로 1위를 유지했지만, 2위에 오른 샤오미(16%)와 격차가 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월간으로는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샤오미는 지난 6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7.1%로 처음으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5.7%로 2위로 밀려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갤럭시S21’을 야심 차게 내놨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부진한 상태다. 갤럭시S21 시리즈는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1350만 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1700만 대가 팔려나간 전작 갤럭시S20보다 20% 적은 수준이다. 2019년 출시된 갤럭시S10과 비교하면 47%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애플 아이폰12는 올해 4월까지 약 7개월 동안 누적 판매 1억 대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