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컬리넌. 사진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컬리넌. 사진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롤스로이스가 처음 선보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포르셰의 SUV 카이엔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람보르기니, 애스턴 마틴 등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SUV를 출시했는데, 롤스로이스의 컬리넌도 그중 하나다. 국내 시장에는 2019년에 처음 나왔다. 기본 가격이 4억8900만원에서 시작하는 초고가 차량이지만 출시 첫해 62대, 다음 해 88대가 판매됐다. 롤스로이스 국내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39대가 팔렸다. 컬리넌이라는 이름은 세계 최대 크기의 다이아몬드인 ‘컬리넌 다이아몬드’에서 따왔다.

시승한 차량은 컬리넌 기본 모델에 투톤 인테리어, 22인치 10스포크 휠, 발광식 도어 발판, 도어 안쪽 가죽에 환희의 여신 로고 양각 등의 옵션이 추가된 모델이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약 40㎞를 몰아봤다. 롤스로이스는 뒷좌석에 앉는 사람을 위한 차라고 하지만 적어도 컬리넌만큼은 운전하는 즐거움까지 있는 차였다.


롤스로이스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컬리넌의 외형(위), 차량 내부 운전대(아래 왼쪽), 차량 내부 좌석(아래 오른쪽). 사진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컬리넌의 외형(위), 차량 내부 운전대(아래 왼쪽), 차량 내부 좌석(아래 오른쪽). 사진 롤스로이스

남성적 강인함이 느껴지는 컬리넌

컬리넌의 외관은 로마 판테온 신전에서 영감을 받은 거대한 그릴이 눈에 띈다. 컬리넌은 롤스로이스의 가장 역사 깊은 모델인 ‘팬텀’을 기반으로 했는데, 전면만 보면 팬텀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외관이 유사하다. 같은 맥락에서 롤스로이스는 컬리넌을 SUV라고 부르지 않고 ‘하이-보디(High-Body)’라고 한다. 그저 지상고가 조금 더 높은 롤스로이스라는 것이다.

측면은 남성적인 강인함이 느껴진다. 차량의 벨트라인(창문과 차체의 경계선)보다 보닛이 다소 높고 전고(차의 높이)가 1835㎜에 달해 웅장함이 극대화됐다. 전장(차의 길이)과 전폭(차의 폭), 휠베이스(축거)도 각각 5341㎜, 2000㎜, 3295㎜에 달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다른 브랜드들의 초대형 SUV보다 오히려 살짝 작은 수준이다.

컬리넌은 외관뿐 아니라 운전석에 앉았을 때도 거대하게 느껴진다. 이는 차의 전반적인 비례 때문으로 보인다. 컬리넌의 경우 보닛이 굉장히 길어서, 운전석에 앉았을 때 보닛 끝에 있는 ‘환희의 여신상’이 굉장히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턱을 넘을 때 보닛에 가려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을 때도 있다. 휠베이스를 극대화해 내부 공간을 최대한 넓힌 것도 차가 거대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적재공간은 초대형 SUV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초대형 SUV들의 경우 보닛과 휠베이스는 다소 짧게, 적재공간은 최대한 늘린다. 컬리넌은 눈에 보이는 부분들이 굉장히 길고, 넓어서 비슷한 크기의 차들보다 더 웅장하게 느껴진다.

실내에 들어서면 폭신폭신한 양털 매트가 발밑에 느껴진다. 롤스로이스는 미국 텍사스주의 메리노 양(Merino Sheep)털을 사용하는데, 염색 작업을 하기 전에 양모가 희고 깨끗한지 확인하는 작업부터 엄격하게 진행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양모는 얼룩덜룩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검은색 이외의 다른 색으로는 염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모 염색 작업 시에도 천연 미네랄 워터를 사용한다.

센터패시아 상단은 ‘복스 그레인(Box Grain)’ 블랙 가죽으로 마감했다. 소가죽에 스탬핑을 한 것으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에서도 이런 가죽을 종종 사용한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생활 방수도 가능하다. 롤스로이스 한 대에는 18장의 가죽이 들어가는데, 흠 없는 가죽을 사용하기 위해 북유럽 고산지대에서 가두지 않고 방목해 키운 소를 사용한다.

센터패시아 중앙에는 터치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계기판도 완전히 디지털화됐다. 그러나 곳곳을 살펴보면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다. 송풍구를 여닫는 장치는 밀고 당기는 타입의 알루미늄 레버로 돼 있다. 공조 장치는 다이얼 형태인데 온도를 몇 도로 조절할 수 있는지는 표시되지 않는다. 다만 각 좌석의 위아래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독특하다. 뒷좌석 공간은 매우 넉넉하다. 키 180㎝ 이상의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헤드룸에 주먹 하나 이상이 들어가고 무릎 공간 역시 30㎝ 이상 남는다.

컬리넌에는 6.75L V12 엔진이 탑재됐는데, 시동을 걸어도 내부에선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액셀 페달을 밟아도 마찬가지다. 엔진음뿐 아니라 도로 위 다른 차들의 소리도 굉장히 잘 차단된다. 마치 독립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차체 무게가 3t에 가깝다 보니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빠르게 멈추지 않고 미끄러지듯 멈춰 선다. 터보엔진이라 액셀 페달을 밟을 때도 잠시 시간 차를 두고 나가는 느낌인데, 브레이크를 밟을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응하는 편이다.

롤스로이스 대부분의 차량은 내외부 디자인뿐 아니라 주행 질감도 요트에 가깝기로 유명하다. 운전할 때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나쁘게 말하면 차가 출렁거린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컬리넌은 롤스로이스의 다른 모델에 비해 주행감이 딱딱하게 세팅된 편인 듯하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은 그대로 갖고 있되, 출렁거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속도를 붙여나간다. 과속방지턱은 튀는 느낌 없이 지그시 밟고 지나간다. 또 차체 길이에 비해 회전 반경이 작은 편이어서 코너를 돌거나 유턴할 때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 때문에 운전이 생각보다 쉽게 느껴진다.

앞차와 간격을 조절하고 속도를 설정할 수 있는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은 탑재돼 있는데 스티어링 어시스트 기능은 없다. 충돌 경고 시스템, 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변경 경고 시스템 등은 탑재됐다.

컬리넌은 3박스(Three Box) 스타일을 적용해 뒤편 수납공간과 2열을 파티션으로 완전히 분리시켜 엔진실, 실내, 트렁크 등 3개의 독립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에 내부 공간이 더욱 아늑하게 느껴진다. 적재공간은 기본 560L, 2열을 접으면 1886L까지 늘어난다. 3박스 구조는 극한의 기후 지역에서 트렁크를 열 때도 최적의 온도를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컬리넌 최고 출력은 563마력, 최대 토크는 86.7㎏·m다. 시승한 모델의 가격은 옵션을 포함해 5억2800만원이다.

변지희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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