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동탄점 보이드.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동탄점 보이드. 사진 롯데쇼핑

8월 1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롯데백화점 동탄점(롯데 동탄점). 주차장을 통해 지하 2층에 들어서자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롯데백화점이 SPC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크라상과 함께 구성한 복합문화공간 ‘비 슬로우(Be Slow)’다. 이탈리아 도심 광장 피아차를 모티브로 조성한 공간으로, 빵집을 중심으로 주변에 어린이 놀이·교육공간, 문화센터, 심리상담센터 등이 들어섰다.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만큼 백화점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은 육아맘들이 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문화생활과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꾸몄다”며 “아이가 키즈 클럽에서 수업받는 동안, 엄마는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듣거나 브런치를 먹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8월 20일 개장한 롯데 동탄점은 롯데백화점이 수원점 이후 7년 만에 개관하는 신규 점포다. 수서고속철도(SRT) 동탄역에 인접해 있으며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24만6000㎡(약 7만4500평)로 경기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근에 거주하는 30~40대의 생활방식을 고려해 ‘스테이플렉스(Stay+ Complex)’라는 캐치프레이즈(표어)를 걸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머무는 백화점으로 꾸몄다.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F&B(식음료)와 리빙, 체험 콘텐츠로 구성했다.


경기 최대 규모⋯‘에루샤’ 대신 예술 작품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은 상점보다 넓은 보행로가 먼저 눈에 띄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도 될 만큼 보행 공간이 넓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이 1층에 두는 화장품 매장은 2층으로 올라갔고, 명품과 리빙 편집숍 ‘콘란샵’ 등이 널찍하게 들어섰다.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없었지만 메종 마르지엘라, 골든구스, 발렌시아가, 몽클레르 등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가 비중 있게 배치됐다.

명당을 차지한 브랜드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기획한 카페 ‘엘리멘트’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카페 엔제리너스와 양 디자이너가 협업해 선보인 갤러리 카페로, 도예 작품을 전면에 배치해 작품을 감상하며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이 백화점은 고객들을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각층에 카페를 조성하고, 곳곳에 예술 작품을 들였다.

1층 중앙에는 세계에서 그림값이 가장 비싼 작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사진 작품 ‘인 더 스튜디오, 디셈버 2017’이 걸렸고, 벽면과 기둥에선 영상 디자인 회사 디스트릭트의 미디어 아트 작품 ‘웨이브’가 상영됐다. 각층의 매장과 매장 사이에도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 100여 점을 걸어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도록 했다.

프랑스 브랜드 아페세(A.P.C)가 운영하는 ‘카페 A.P.C’, 베를린의 보난자 커피를 파는 ‘mtl’, 미슐랭 셰프가 운영하는 카페 ‘스카이파티오 by 류니끄’ 등도 입점했다. 3층에는 3300㎡(1000평) 규모의 야외 정원 ‘더 테라스’를, 6층에는 반려견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펫 파크를 조성해 휴식 공간을 극대화했다.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디어아트 전시장, 3D·드론 체험관 등 체험 공간도 들어섰다.

‘백화점엔 창문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천장과 벽면에 커다란 창을 내 실내에 자연광이 들어오게 한 것도 이 점포의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자연빛을 들이고 대리석 대신 붉은 벽돌을 점포 바닥재로 깔아 유럽 거리를 산책하듯 꾸몄다”라며 “고객들이 점포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휴식과 체험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1. 1층에 전시된 디스트릭트의 미디어 아트.2. 3층에 전시된 임정주 작가의 ‘논엘로퀀트’ 시리즈.3. 1층에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4. 지하 2층 ‘비 슬로우’ 전경. 사진 롯데쇼핑
1. 1층에 전시된 디스트릭트의 미디어 아트.
2. 3층에 전시된 임정주 작가의 ‘논엘로퀀트’ 시리즈.
3. 1층에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4. 지하 2층 ‘비 슬로우’ 전경. 사진 롯데쇼핑

자연광 들인 백화점⋯“롯데 같지 않네”

국내 백화점 최초로 선보인 곳도 있다. 지하 1층 ‘세서미스트리트’는 미국 유명 어린이 TV 방송인 ‘세서미스트리트’의 캐릭터를 활용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영어를 익히도록 한 공간이다. 3층 ‘샵16(#16)’은 16개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파는 O4O (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의류 매장이다. 온라인 펀딩 플랫폼 하고(HAGO)와 함께 조성한 이 매장은 ‘재고 없는 의류·잡화 매장’을 표방해 모든 제품을 사이즈별로 1벌씩만 진열했다.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고 모바일로 주문·결제한 뒤 집으로 돌아가 1~2일 내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은 “고급스럽다” “롯데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백화점이 그동안 선보인 친근한 이미지와 달라 새롭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이 연상된다는 평도 있었다. 1층부터 천장까지 건물 전체를 개방하고 중정(中庭)에 조경을 넣은 구조가 더현대서울과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의 ‘워터풀 가든’을 만든 캐나다 인테리어 시공사가 롯데 동탄점 인테리어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롯데 동탄점의 연 매출을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동탄은 계획 인구 42만 명의 수도권 최대 신도시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업무 단지가 있어 소득 수준이 높고, 구매력 있는 30~40대 부부가 다수 거주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롯데 동탄점이 위치한 화성시는 40대 이하 인구 비중이 약 72%로 전국 평균보다 13%포인트 높다. 수서역에서 SRT를 타면 15분 만에 올 수 있는 데다, 2023년 삼성~동탄 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이 점포 반경 20~30㎞ 거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등도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 판교점은 에르메스 입점을 확정했고, 신세계 경기점은 식품관을 개편하고 백화점 업계 최초로 식품관 전용 유료 멤버십을 도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지가 좋아 단시간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루샤 등 인기 명품도 1~2년 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근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줘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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