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3분기에 늘어난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13만3000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했다. 사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아마존은 3분기에 늘어난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13만3000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했다. 사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제국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아마존이 10월 28일(이하 현지시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미국 투자전문매체인 모틀리풀은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승승장구하던 아마존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 경제매체 CNBC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막대한 이익이 없었다면 아마존은 3분기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의 주가는 실적 발표일 장 마감 이후 5% 이상 급락했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서 앤디 제시로 최고경영자(CEO)가 바뀐 첫 분기, 아마존의 성적표는 부진했다. 아마존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1108억달러(약 132조원)였다. 매출 성장률이 전년도 3분기(3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 이상 줄어든 49억달러(약 5조8500억원), 순이익은 50% 감소한 32억달러(약 3조8200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은 증권가 예측치를 30% 밑도는 수준이다. 아마존의 실적 호조에 브레이크가 걸린 배경에는 공급망 타격, 노동력 부족, 인플레이션 등이 있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지난해 72% 올랐던 주가는 올 초부터 11월 1일까지 4% 오르는 데 그쳤다.


‘공급망 악몽’ 시달리는 아마존

아마존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꼽혔다. 코로나19로 많은 고객이 구매처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자, 빠른 배송과 다양한 상품으로 무장한 아마존은 더욱 인기를 끌었다. 아마존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7~43%에 달했다.

매출 증가세는 올해 2분기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다.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수요가 급증하자, 물건을 실어 나를 선박이 부족해졌고 급증한 물류를 감당할 인력도 부족해 ‘병목현상’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 13일 두 항구를 연중무휴 24시간 내내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CNBC, LA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수입품 40%를 처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에는 컨테이너선 수십 척이 정박을 위해 대기하고, 하역한 컨테이너가 쌓여 있을 정도다. 이전까지 트럭으로 운반하는 컨테이너는 평균 4일, 철도로 옮기는 컨테이너는 이틀이 안 걸려 처리됐지만, 현재는 컨테이너가 열흘 이상 항구 터미널에 머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꼬인 공급망은 아마존에 직격타가 됐다. 전자상거래 분석 회사인 커머스IQ에 따르면, 아마존 제품 15~23%가 품절 상태로, 역대 가장 심한 수준이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인 다니엘 아이브스는 “아마존의 성장을 늦추는 것은 규제 기관이나 경쟁자가 아니라 ‘공급망의 악몽’”이라고 꼬집었다.

아마존은 당장 다가올 연중 최대 할인행사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아마존은 LA항, 롱비치항 외 다른 항구를 통해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고 항공기, 트레일러, 트럭, 밴 등 운송 수단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은 공급망 문제로 예년보다 할인율이 낮아지고, 판매 상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손 부족에 어려움, 노조 결성 움직임도

미국 내 일손 부족도 아마존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줬다. 올 하반기 미국에서는 수백만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대퇴직(Great Resignation·줄사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8월에만 노동력의 3%인 430만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대퇴직 현상은 노동자 우위 현상으로 이어져 임금 상승, 인플레이션 흐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3분기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2% 올라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마존도 구인난과 대퇴직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인사 시스템은 무너졌고, 창고에는 근속 기간이 1년도 안 되는 직원들로 가득 찼다. 일부 창고에 인력이 부족해지면 상품을 다른 창고로 옮겨야 해 운송 비용이 올랐다. 아마존은 주문이 늘어났지만 이를 처리할 인력이 부족해 직원을 계속해서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마존은 직원 수를 늘리기 위해 신규 직원 임금을 시간당 18달러(약 2만1500원)로 높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보너스로 3000달러(약 360만원)를 추가로 제공해야 했다.

여기에 노사 문제도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아마존은 무(無)노조경영을 고수하고 있으나, 올해 두 차례나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었다. 앞선 4월 앨라배마주 베서머에서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다 무산됐지만, 10월 25일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아마존 창고 근무자 2000명이 노조 결성 투표를 치르겠다는 청원을 미 노동관계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임금 인상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 △유급 휴가, 휴식 시간, 병가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노조가 결성되면 회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노사 갈등이 지속될 경우, 아마존이 추구하는 연중무휴 고객 서비스와 당일(프라임) 배송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은 운송 비용이 오르고, 직원 임금이 상승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형국이다. 아마존의 3분기 비용은 임금과 인센티브로 약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원재료비·운송비 상승으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앤디 제시 CEO는 “4분기에도 수십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4분기 매출 성장률은 4~12%, 영업이익은 0~30억달러(0~3조5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이 물류 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탓에 고객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물론 아마존의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AWS가 원격 근무, 교육 등 디지털 전환 덕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WS는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3분의 1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3분기 AWS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각각 39%, 38% 성장하며 아마존의 실적 부진을 방어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망·운송 비용 문제가 해결돼 아마존 리테일 부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제임스 리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아마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공급망 문제와 운송 비용 상승은 일시적인 문제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에릭 셰리든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도 아마존 목표 주가를 4100달러(약 490만원)로 3.5% 내려잡으면서 “아마존의 3분기 실적과 4분기 전망이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분명하지만, 아마존은 인건비, 물류비, 코로나19 비용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은 11월 1일 3318달러(약 396만원)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