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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방송통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 간 결합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온 탓이다. 국내 1위 초고속인터넷 회사이자 인터넷TV(IPTV) 회사인 KT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TV 사업자마저 인수하는 사안으로, 업계 1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인수합병(M&A)으로 꼽혔다. KT스카이라이프는 승인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저지에 사활을 걸면서 통신 3사의 치열한 ‘삼국대전’이 벌어졌다.

당초 이 M&A에 대한 당국의 승인을 두고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인수 주체인 KT가 초고속인터넷과 IPTV 시장에서 국내 1위였고, 현대HCN 또한 영업하는 방송 구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 인수 당시의 SK텔레콤과 유사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이들의 결합이 불발된 것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알뜰폰 1위 사업자 간 결합이 방송통신 업계에 ‘경쟁 제한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5년 뒤, 공정위는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 간 결합을 승인했다. 2018년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2019년 SK브로드밴드(SKB)의 티브로드(Btv) 인수 때와 유사한 수준의 조건만 부과했다. 그 뒤엔 법무법인 율촌이 있었다. 율촌은 KT스카이라이프를 대리해 LG유플러스(법무법인 태평양), SK텔레콤(법무법인 광장)과 맞붙어 승리했다. M&A 성사의 숨은 주역인 율촌의 변호사들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약이냐 제자리냐⋯2016년 SKT 그림자 컸던 통신 시장

KT스카이라이프가 2020년 7월 현대HCN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가 술렁거렸다. 인수가 성공하면 KT그룹은 역대 최초로 위성방송과 IPTV, 케이블TV라는 ‘트리플’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간 성장이 정체돼 있었던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의 가입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하지만 SK텔레콤의 ‘불허’ 사례가 걸림돌이었다. 2015년 11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 당시 SK텔레콤과 2020년 KT의 상황은 비슷했다. 통신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하는 구조, 인수 주체가 업계 1위를 달리는 회사였다는 점이 유사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점도 같았다. SK텔레콤의 경쟁사였던 KT와 LG유플러스는 이를 근거로, 방송통신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공정위는 2016년 복수 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이 생긴다고 보고 불허했다.

이때의 논리는 2020~2021년 KT에도 적용됐다. 경쟁사들이 ‘방송통신 시장 장악’을 근거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KT가 결합 이후 현대HCN의 유통망을 자사 IPTV와 초고속인터넷 판매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취지다. 더군다나 KT는 2018~2019년 유료방송 사업자 딜라이브 인수를 시도했지만, 유료방송 합산 규제 우회 논란 등에 의해 자체 철수한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의 승인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KT스카이라이프 로고. KT스카이라이프
KT스카이라이프 로고. 사진 KT스카이라이프

글로벌 OTT 약진으로 인한 시장 변화 주장 먹혀

KT스카이라이프의 법률 대리인 율촌은 우선 인수 주체를 KT스카이라이프로 한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생존을 위한 결합’으로 현대HCN 인수가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케이블TV 가입자가 IPTV로 옮겨가는 데다 위성방송 또한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가입자 수 확보를 통해 생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가입자 수를 확보해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방송통신 업계에서 자금력의 기반은 가입자 수다. 가입자가 늘어야 콘텐츠에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사건을 대리한 한승혁(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글로벌 OTT에 대응하려면 규모가 필요하다는 점, 이를 통해 위성방송 고유의 공공성과 케이블TV의 지역성을 지킬 수 있는 점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더욱 중점을 둔 건 ‘시장 변화’다. 공정위로 하여금 2016년과 다른 판단을 하도록 한 ‘스모킹건’으로 꼽힌다. 그간 국내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에서 글로벌 OTT는 급성장했다. 율촌은 넷플릭스 등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OTT 업체를 기존 IPTV, 케이블TV와 함께 유료방송 시장으로 획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OTT 업체가 이미 기존 디지털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압력으로 자리매김했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율촌은 인접 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이 완화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기업결합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독과점 우려가 있다. 이는 공정위 심사에서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인접 시장에서 이런 독과점을 견제할 요소가 있을 경우, 경쟁 제한성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언급한 것이다.

그간 공정위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사례에서 글로벌 OTT를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율촌은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해외 사례를 분석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거대 통신 회사 AT&T와 미디어·콘텐츠 기업 타임워너의 합병 건에서 미 법무부가 유료방송과 OTT를 포함해 시장 획정을 한 사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OTT 서비스와 케이블TV 사이에 경쟁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충민(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이를 바탕으로 OTT를 유료방송 시장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을 했다”라고 말했다.


율촌, 불허·일부 매각 등 시정조치 피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유료방송 전체 1위 사업자임에도 공정위가 ‘불허’나 ‘일부 매각’ 명령을 하지 않은 것이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기업결합 건과 유사한 수준의 형태적 시정조치만을 부과받았다. 공정위가 부과한 조치는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 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단체 가입 수신계약 체결거부·해지 금지 등 7개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에 대해 “방송통신 융합을 지원하고,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의결서에선 “OTT 서비스는 이 사건 기업결합의 경쟁 제한성이 발생하는 8개 방송권역별 디지털 및 8VSB 유료방송 시장의 인접 시장으로서 적어도 경쟁 제한성 완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OTT가 경쟁 제한성 완화 요인”이란 율촌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공정위는 OTT를 디지털 유료방송 서비스의 ‘보완재’라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코드 커팅(cord-cutting·유료방송 서비스 해지) 또는 코드 셰이빙(cord-shaving·요금제 하향)이 활발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국내에서는 OTT 이용자 증가와 IPTV 가입자 비중이 확대되는 점 등을 근거로 각 서비스가 상호 대체적이기보다 보완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내린 OTT의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 편입 관련 판단에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에 비해 OTT 영향력이 더 커진 만큼 규제 기관의 선제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 코드 커팅이 활발하지 않은 점에 대해 다른 해석도 있다. 미국보다 유료방송 서비스 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소비자 부담이 적어 소비자들이 두 가지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김지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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