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카트는 복잡한 중간 유통과정 없이 인도 농민과 소매상들을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닌자카트 홈페이지
닌자카트는 복잡한 중간 유통과정 없이 인도 농민과 소매상들을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닌자카트 홈페이지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최근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가장 전통적인 산업인 농업을 혁신하고자 하는 기업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농업 혁신의 영역은 애그테크(agtech·농업 분야 첨단 기술)라고 불리며,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정 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글로벌 투자자들이 애그테크 분야 기업에 투자한 건수는 연평균 24.5%씩 증가했다. 한국의 대표적 애그테크 기업인 ‘그린랩스’의 경우만 봐도 농업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 회사는 농업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팜과 유통 서비스를 함께 제공, 농민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도록 하고 있다. 2021년에는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농업에 관한 관심은 국내를 넘어 인도에서 더 크다. 필자는 인구가 많고, 농업의 중요도가 매우 높은 인도 농업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인도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농업 종사자이며, 국토의 약 60%가 농경지로 사용될 만큼 농업의 산업적 중요도가 높다.

산업이 활성화돼 있지만, 농업 기술적 측면이나 조직화돼 있지 않은 유통채널은 해결할 문제가 많음을 보여준다. 인도는 실제로 ‘키라나(Kirana)’라고 불리는 재래시장 노점, 손수레 상인 등 조직화돼 있지 않은 유통채널이 전체 청과류 판매액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마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프랜차이즈화된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비율은 20% 이하다.

이처럼 발전되지 않은 농업 유통구조 속에서 농민부터 소비자까지 유통되는 청과류는 약 7~8단계의 중개상을 거치며 가격의 불투명성이 생기고 높은 중간마진(이익)이 발생해 소비자 가격이 올라간다. 소매 가격은 생산지 가격의 몇 배나 비싸고 농부와 소매상들의 수익은 적고, 소비자는 불필요하게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불균형이 발생해 왔다. 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배송하는데 2~3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냉동 물류 시스템이 부족해 약 40%의 청과류가 폐기되는 등 상품 품질 저하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 같은 인도의 농업 유통구조 문제를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통해 풀어나감으로써 농민과 소매상, 소비자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인도의 스타트업이 있다. ‘닌자카트(Ninjacart)’가 주인공이다.


유통과정 줄여 농민⋅소매상 수익 극대화

닌자카트는 인도의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청과류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다. 농부와 소매상을 직접 연결하는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사업 모델로, 다수의 중개상을 거치지 않도록 해 유통비를 줄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농민에게는 약 20%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고 소매상에게는 약 1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현재 닌자카트는 인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5만 명의 농민으로부터 청과류를 구매해 약 6만 명의 소매상에게 판매하고 있다. 인도 주요 5개 도시의 하루 청과류 거래량은 약 11만2000t으로 추정된다. 청과류는 ‘농민→ 컬렉션 센터→ 풀필먼트 센터→ 마이크로 유통센터→ 소매상’을 거쳐 유통된다. 닌자카트는 인도 각지에 센터를 설치해 유통과정 효율성을 높였다. 현재 인도 전역에 105개의 컬렉션 센터, 16개의 풀필먼트 센터, 320개의 마이크로 유통센터를 두고 있다.

컬렉션 센터는 농민들이 청과류를 집하시키는 출하장이다. 인도 각 지역의 청과류 생산지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 이내에 설치된다. 풀필먼트 센터는 각 컬렉션 센터에서 모인 청과류가 집결하는 중간 배송지다. 이곳에서 청과류의 분류가 이뤄지고, 가장 가까운 마이크로 유통센터로 배송을 준비한다. 마이크로 유통센터는 소매상들이 집중된 지역의 반경 3㎞ 이내에 설치된다. 청과류를 구매한 소매상들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장소다.

소매상들은 매일 다음 날 필요한 상품을 모바일 앱이나 전화 주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하루 전 저녁 6시까지 주문한다. 접수된 주문은 닌자카트 중앙 시스템에 집결된다. 주문은 미리 수집돼 있는 농민들의 출하 계획에 맞춰 시스템상에서 조정된다. 농민들은 직접 컬렉션 센터로 생산품을 가져가거나, 회사에 요청해 가져가도록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에게는 현재 근처 도매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닌자카트에 출하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증가시키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소매상들도 역시 가까운 도매시장의 가격을 실시간 제공받아 본인의 이익 확인이 가능하다.

닌자카트의 플랫폼은 총 다섯 가지의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애플리캐이션(앱)으로 구성된다. 수확 일정 관리와 실시간 상품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파머(Farmer) 앱’, 소매상들이 주문할 수 있는 ‘닌자카트 앱’, 배달기사들이 배송 일정과 기사 개인의 수익 관리를 할 수 있는 ‘블링크(Blink) 앱’, 닌자카트의 소매 공급을 담당하는 유통센터 직원들이 재고 관리와 지역별 출하를 관리할 수 있는 ‘오딘(Odin) 앱’, B2B 영업 담당자가 고객 관리와 신규 고객 유치를 할 수 있는 ‘팰컨(Falcon) 앱’ 등이 그것이다.


축적된 빅데이터로 재고 줄이고 수요·가격 예측

컬렉션 센터에서는 규격화된 배송 상자에 무선인식전자태그(RFID)를 부착해, 배송 경로를 추적한다. 운송 과정 중 농산품의 품질은 풀필먼트 센터와 마이크로 유통센터에서 두 차례에 걸쳐 확인되면서 데이터가 쌓인다. 밤새 트럭으로 마이크로 유통센터에 도착한 청과류들은 다음 날 오전 6~8시에 각각의 소매상들에게 배달된다. 이를 통해 재고가 거의 제로(0)에 수렴하도록 만들었다. 폐기되는 상품의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인도 내 청과류 유통과정에서 폐기율이 평균 40%인 점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

닌자카트는 지난 5년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통해 닌자카트만의 수요 예측 모델과 가격 결정 시스템으로 매입가와 판매가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매일 주문받은 물량보다 약 20% 정도를 더 구매해 추가 수요 등에 대비하고 100개 이상의 도매시장에서, 현장 에이전트가 경매에 참여함으로써 시장의 가격 변동을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도매 가격과 5년간 축적된 가격 및 수요, 공급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계산해 최적화된 가격을 결정한다. 또 목표 판매량과 실제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실시간 비교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변화하는 수요량을 고려한 가격 결정을 한다.

또 닌자카트는 RFID 기술을 활용해 상품별 재고 관리 및 물류 이동의 전 과정을 추적한다. 별도의 서류 작업 필요 없이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돼 상품을 식별, 분류하고 물류 흐름을 모니터링 한다. RFID 기술은 주파수를 이용해 ID를 식별하는 비접촉 인식기술이다. 상자에 탈부착이 가능한 RFID 태그를 스캔해 모든 물류센터를 거칠 때 실시간 물류 이동과정을 추적한다. 닌자카트는 약 4500대 이상 운송 트럭의 노선별 운송 방법을 계획하기 위해 14가지의 모델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배송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노선 자동 설정 시스템도 구축했다. 인도의 지역 특성상 골목과 지역의 배송은 오토릭샤(삼륜차)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닌자카트의 매출은 2017년 400만달러(약 48억5600만원)에서 2021년 1억430만달러(약 1262억원)로 지난 4년간 약 26배 급증했다.

농민의 문제해결을 돕는 그린랩스와 닌자카트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