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현장에서 구조 대원들이 구조·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월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현장에서 구조 대원들이
구조·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월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는 편법 재하도급 정황이 나왔다. 전문건설 업체인 A사는 본래 화정아이파크 공사의 콘크리트 타설 업무를 맡기로 원도급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붕괴 당시 타설 작업을 하고 있던 작업자 8명 모두 A사와 장비 임대계약을 맺은 B사의 직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레미콘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펌프 카)만 대여해주는 회사다. 이로 인해 B사가 A사 업무였던 콘크리트 타설 업무까지 맡은 것 아니냐는 ‘대리 시공’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연이은 대형 참사를 두고 고질적인 재하도급 관행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현장마다 이런 일이 잦다는 한숨 섞인 푸념도 나온다. 재하도급으로 건설 현장 기본이 무너졌다는 진단이 나온 이유다.


50억짜리 공사가 9억원에

현행 법령상 하도급은 발주자가 일반·종합 건설 업체(모든 공종별 면허가 있는 건설업자)에 도급을 맡기면 전문 건설 업체(토목·철근 등 특정 공종 면허만 가진 건설업자)에 하도급을 주는 식의 2단계만 가능하다. 전문 건설 업체가 다시 다른 업체에 도급을 맡기는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론 금지돼있다.

그런데도 불법과 편법을 넘나드는 재하도급 관행은 여전하다는 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재하도급은 이윤을 남기려는 하도급사와 영업·수주 비용을 절감하려는 재하도급사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발생한다. 하도급사는 재하도급을 통해 원도급사 수준으로 중간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고, 실제 시공을 수행하는 재하도급사도 입찰을 위한 영업활동이나 입찰 경쟁 없이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

한 건설 현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사 현장 10곳 중 7~8곳이 재하도급했다면, 노무현·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10곳 중 1~2곳 수준까지 줄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평균 얘기고 당국이 집중 관리·감독하는 수도권은 이제 재하도급이 쉽지 않지만, 공무원 수가 부족한 지방은 여전히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라 재하도급하는 현장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하청 업체가 원청 업체와 계약한 대로 수행하지 않고 업무를 또 다른 업체에 넘긴다면, 하도급 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더 적은 돈으로 재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공사를 하는 사람들은 자재비와 인건비까지 줄여가면서 공사를 하게 된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정상적인 건설공사인 경우에도 재하도급 계약 금액은 원도급의 73.2% 수준으로, 도급 과정에서 약 27%가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정 법률사무소의 김소정 대표 변호사는 “지방에서 공사할 때는 장비를 옮기는 비용도 많이 들고, 공사비도 부담이 되니까 관행적으로 50% 이상은 공사비를 깎는 불법 하도급 거래가 이뤄진다”면서 “자재비가 관건인데, 하도급 단계가 늘수록 공사비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현장에서 보면 공사비가 줄어드는 폭은 상상 초월”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누수가 발생하면 자재비가 가장 먼저 줄어든다. 불법 재하도급이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음은 인건비다. 건설 현장 관리자는 “정해진 인원보다 적은 인원을 투입하거나 비숙련공, 심지어 무자격자까지 투입하게 된다. 부실 공사가 나타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했다. 심지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대비한 비용까지도 재하도급사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2021년 광주 학동4구역의 철거 현장 붕괴사고에서는 하도급사인 한솔기업이 재하도급사인 백솔기업에 분진 민원 발생에 대비한 살수 장비 등의 동원 비용도 떠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 위해 일단 수주부터, 감당 안 되면 재하도급”

재하도급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하도급 관행을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의 영세 업체가 난립했기 때문이다. 하도급·재하도급 시장을 담당하는 전문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건설협회에 등록된 전문건설 업체만 전국에 5만여 개, 경기도에만 6800여 개가 있다”며 “이들 절대다수는 영세한 규모라 1~2개 공종별 면허만 가지고 있는데, 하도급·재하도급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현장 관리자는 “영세기업들은 모든 사업장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할 수 없으니 더 영세한 업체에 재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는데, 이런 단계가 반복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들이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매우 넉넉히’ 남기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하도급 금지 규정을 어길 경우 원도급사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된다. 하도급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1년 이내 영업정지 또는 도급 금액의 100분의 30 상당 과징금 △500만~2000만원 과태료 대상이 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처벌 규정으로 재하도급 관행을 뿌리 뽑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장 관계자는 “지난해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사고의 경우 단위 면적당 공사비는 당초 3.3㎡(1평)당 28만원이던 것이 재하도급을 거치며 4만원까지 떨어졌다”면서 “12만6400㎡(3만8000평)에서 재하도급으로 남긴 돈에 비하면 500만원, 2000만원 수준의 과태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도 주요 인력 구성은 그대로 법인 이름과 경영진 일부만 바꿔 영업을 계속한 경우도 많았지만 처벌 없이 끝난 판례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법령 적용이 매우 제한적이라 원도급사의 경우 지시·공모·묵인·해태 여부를 당국이 입증해야만 하고, 불법 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답은 “시간·돈 들여서 제대로 짓자”
 

건설 현장에서는 결국 낮은 공사비와 공기(工期)에 대한 압박이 재하도급 관행의 양분이 되고 있다고 본다. 한 전문건설 업체 관계자는 “저가 입찰하고 단가 낮게 받으면 하도급사에서 직접 월급제로 채용할 수 있는 인력은 30%에 불과하다”면서 “원청에서 저가로만 내려보내면 우리도 부족한 70%를 채우기 위해 편법 재하도급 형태로 인력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관리자는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관련해 만악의 근원은 공기라고 봐야 한다. 이번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도 결국 공기를 맞추기 위해 겨울철 콘크리트 양생을 소홀히 하면서도 속도를 낸 것이 직접적 이유 아닌가”라면서 “재하도급 역시 건설 품질은 뒷전으로 어떻게든 싸고 빠르게 기한만 맞추기 위해 써먹는 꼼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건설 현장의 안전과 공사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비용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모든 변수를 감안해 아파트를 짓는다면 분양가도 지금의 두 배 이상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이 실제로 비용 인상을 감내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한 번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유병훈·최온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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