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300 사업 시행 전 노후화된 백미항 숙박업소의 모습(왼쪽)과 시행 후 건립된 B&B 하우스의 모습. 사진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300 사업 시행 전 노후화된 백미항 숙박업소의 모습(왼쪽)과 시행 후 건립된 B&B 하우스의 모습. 사진 해양수산부

“마을의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가 관광객이 한 번은 와도 두 번은 찾지 않는다는 문제였다. 시설이 워낙 노후돼 불편했다. 관광객 100명이 찾아오는 것도 고맙지만, 우리는 1명이 100번을 찾아오는 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어촌뉴딜300은 단순히 시설을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어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사업이다.” 정용원 백미항 지역협의체 감사의 말이다. 

1월 27일 경기도 화성 톨게이트에서 서쪽으로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인구 400여 명의 작은 마을 ‘백미항’. 마을 입구에는 ‘어촌에 부는 새로운 바람, 어촌뉴딜 백미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손님을 반기 듯이 펄럭였다. 썰물에 맞춰 바닷물이 빠지면서 길이 2㎞가 넘는 탁 트인 갯벌이 장관을 이뤘다. 한쪽에서는 빨간 모자를 쓴 마을 부녀회 회원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북을 치며 ‘난타’ 공연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작은 어촌마을이라고 하기엔 활력(活力)이 넘쳐보였다.

이곳은 바지락, 낙지 등 해산물 종류가 많고 그 맛이 다양하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백미(百味)’ 마을이라고 불렸다. 서울 등 수도권과 가까워서 갯벌 체험을 하기 위해 연평균 1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백미항은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300 사업을 통해 ‘해양생태계체험마을’로 탈바꿈했다. 관광객들이 꾸준하게 찾는 곳이었던 백미항이 어촌뉴딜300 사업으로 선정된 배경은 뭘까. 백미리는 화성시내 해안 마을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한 마을 중 하나였다.

마을주민(400여 명)의 4분의 1 정도인 108명만 어업 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어촌계원으로 등록됐다. 40대 이하 인구(40여 명) 비율은 10%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백미리 마을주민 10명 중 7명은 연간 수익이 2000만원 이하였다. 주 수입원은 관광, 어업이었다. 갯벌 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연간 10만 명에 육박했던 관광객이 3~4년 전부터 급감하면서, 마을의 유일한 소득원이다시피 했던 관광수입도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었지만, 시설 노후화가 백미항의 관광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진단이 나왔다.

임시 가건물 등으로 주차 공간은 없었고 갯벌 체험 뒤에는 씻을 장소도 없었다. 특히 일회성 갯벌 체험만으로는 관광객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차 한 대 지나가기도 비좁은 단선(單線) 도로 등도 걸림돌이었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촌계 등 마을주민들이 나섰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포기하고 하나둘씩 마을을 떠나던 찰나, 2018년 해수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300’ 사업이 발표됐다. 마을주민들은 떠나더라도 한번은 해보고 떠나자는 심정으로 사업에 공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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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뉴딜300 사업 선정 후 환골탈태

어촌뉴딜300은 전국 300개의 어촌·어항에 대한 어촌 필수생활 기반시설(SOC)을 현대화하고 지역특화 사업을 발굴, 지역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최근 마지막 어촌뉴딜300 사업 대상지 50곳을 끝으로 총 300곳의 대상지 선정이 완료된 상태다. 화성시 백미항 어촌뉴딜300 사업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102억4300만원이 투입됐다.

우선 숙박시설인 B·B하우스가 건립됐다. 이 건물에는 총 8호의 숙소가 있고 테라스식 바비큐장도 마련됐다. 또 갯벌 체험 이외에도 염전·머드 체험이 가능한 백미힐링마당과 저녁에 지는 붉은 해를 감상할 수 있는 낙조캠핑장이 구축됐고,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산책로도 조성됐다.

주민들을 위해서는 회의나 다양한 목적으로 실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주민공동이용시설(세미나실)도 신축됐다. 또 주변 국도에서 백미항까지 연결되는 2차선 관광도로도 건설 중에 있다. 이 밖에도 농구 코트와 100여 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됐다.

해수부는 역량강화 교육을 통해 주민들도 업그레이드했다. 마을주민들은 사업 아이디어로 ‘슬로푸드 체험관’을 제시했다. 갯벌에서 갓 잡은 해산물로 직접 파스타를 요리해 먹을 수 있고, 김·감태를 활용한 아이스크림도 판매한다. 복합공간 한쪽에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유한 ‘주민카페’가 들어섰다.

“마을로 들어오는 도로는 좁고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번듯한 커피숍 하나 없는데, 우리가 무슨 돈으로 마을을 리모델링하겠습니까. 다들 떠나던 찰나에 어촌계에서 어촌뉴딜300 사업에 도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다같이 한번 해보자는 뜻을 모았습니다. 젊은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마을에 살겠다고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보기가 매우 좋습니다.” 홍창선 백미리 노인회장은 말했다.

이번 백미항 사업의 특징은 단순히 그간 어촌 활성화 정책과는 차이가 컸다. 대표적으로 백미항을 상징하는 로고를 제작했다는 점이다. 그간 관광객들의 기억에 백미항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없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로고를 제작한 것이다. 로고의 문구인 ‘백 가지 맛, 백 가지 즐거운, 백 가지 행복’도 주민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해수부는 로고를 바탕으로 백미항을 브랜드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백미항 로고에 기반한 에코백 등 다양한 기념품이 전시돼 있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도 활용됐다. RFID를 이용한 스마트팔찌 시스템을 도입했다. 갯벌 체험에서 지갑을 가져 나올 경우, 분실의 위험이 높고 한 번 잃어버리면 찾기도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했다.

이뿐만 아니라 도로와 해안 안전펜스가 신설되고 어획물을 보관하거나 가공하는 공동 작업장도 새로 생겼다. 마을에 기반시설이 재정비되자, 주민들은 합심해서 새로운 특산물을 개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속속 내놨다. 대표적으로 꼬막 양식이었다. 작업장이 건설되고 백미항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귀어인들도 하나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겨울철에는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주민들이 생계를 꾸려가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꼬막 양식에 성공하면서 연간 약 360t 정도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을의 주요한 수익원이 된 셈이죠. 백미항 관광과 연결해,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는 꼬막을 직접 팔기도 합니다. 또 최근에는 젓갈 가공도 시작해 마을의 수익원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창미 백미항 어촌계 사무장이 말했다. 

이미 백미항에도 6명이 수산직불금제도를 위해 귀어를 신청해둔 상태다. 경영이양 직불제는 어촌계원 자격을 50세 이하 젊은 후계 어업인에게 이양하는 경우 2~10년간 직불금을 지급해 고령 어업인의 노후를 안정시키고 청년 등 신규 인력을 유입하는 제도다. 이들 6명은 교육과 마을사업 참여 등을 통해 일을 배운 뒤 1년 후 귀어를 인정받는 일종의 인턴 기간을 보내고 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어촌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마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어촌뉴딜300 사업을 통해 백미항이 어업, 가공, 유통, 관광 등이 접목된 융·복합 6차산업을 선도하는 어촌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최근 마지막 어촌뉴딜300 사업 대상지 50개소를 발표, 총 300개소의 대상지 선정을 완료했. 후속 사업으로 올해부터는 신규 인구 유입, 어촌 생활 서비스 지원을 강화한 ‘포스트 어촌뉴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낙후된 어촌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소멸 등 어촌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박성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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