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물적분할에 대비할 수 있을까. 최선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물적분할 후 재상장할 것 같은 기업을 미리 알고 피하는 것이다. 셔터스톡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물적분할에 대비할 수 있을까. 최선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물적분할 후 재상장할 것 같은 기업을 미리 알고 피하는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기업공개(IPO)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이 화려하게 상장했다. 그러나 정작 LG에너지솔루션을 떼어낸 LG화학 주가가 폭락하며 물적분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내에서 상장기업이 영위 중인 유망한 사업 분야를 물적분할한 후에 신설 기업을 다시 상장시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흔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IPO 최대어였고 더욱이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에 가세하며 유독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물적분할에 우호적인 입장에서는 주주에게 피해가 없다고 주장한다. 물적분할 후에도 신설 회사 실적은 모(母)회사의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물적분할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기업 가치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모회사 주가는 왜 하락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게 되면 핵심 사업이 빠진 기존 모회사의 가치 하락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LG화학 물적분할 당시에도 주주의 우려는 LG화학의 알짜 사업인 배터리 사업이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문제는 신설 회사가 모회사의 100% 자회사로 존속하지 않고 상장으로 인해 지분 변동이 발생하면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자회사를 상장하면 자회사에 새로운 주주가 생기기 때문에 모회사는 더 이상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지 않게 된다. 즉, 기존 주주는 자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모회사를 통해서 모두 가져갈 수 없고 새로운 주주와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지주사 주가가 자회사 가치를 단순 합한 것보다 할인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물적분할 논란이 부각시킨 ‘법’의 역할

현재 분할·합병 등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소액주주가 반대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게 된다. 실제로 LG화학은 대주주인 LG의 지분율이 33%였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적분할이 가능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8월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SK온을 설립했는데, 이때 SK이노베이션도 대주주 SK가 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는 물적분할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사실 최선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물적분할 후 재상장할 것 같은 기업을 미리 알고 피하는 것이다. 그만큼 현행 제도에서 소액주주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얘기다. 만약 투자 중인 종목의 물적분할 뉴스가 나왔다면 재빠르게 판단해 매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기업 물적분할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시장에서는 주주끼리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는 매도할 타이밍을 놓친다.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실질적 주주 가치에는 변화가 없다는 낙관적 논리가 주를 이루고, 주주 반대가 기업 경영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증권가에서도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결국 국내 증시에서 물적분할과 자회사 재상장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 역사는 반복돼왔다. 개인 투자자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건 정보 비대칭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는 일단 최대한 재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위에 말한 것처럼 물적분할을 알리는 공시가 뜬다면 지난 투자 경험에 비추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LG화학 주주가 만약 LG화학이 물적분할한다는 공시를 보고 LG화학 주식을 즉각 매도한 후에 그 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청약했다면, 이 주주는 과연 손해를 봤을까, 이득을 봤을까. 신설 회사를 IPO 할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도 다른 일반 투자자와 동일하게 공모주 청약을 통해 신설 회사의 주식을 배정받아야 한다. 결국 기존 주주는 신설 회사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지는 탓에 이 경우에도 기존 주주는 피해를 보게 된다. 결국 법적 보호 말고는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물적분할과 재상장 이슈를 놓고 상장 기업과 개인 투자자가 대립하는 소모적 갈등은 법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으로서는 물적분할 제도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적분할은 합법적으로 자본 시장에서 지분 희석 없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합법적 제도로 인해 개인 투자자는 날벼락을 맞게 되는 셈이다.


물적분할에서 기존 소액주주 피해를 막는 방안은

현재 이런 문제에 관해서 다양한 대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적분할 후 상장 금지’ ‘물적분할 반대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물적분할 후 상장 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등이 정치권과 금융 당국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 물적분할은 인수합병(M&A), 부실기업 정리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점이 많은 제도인 만큼, 물적분할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기존 주주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해결 방안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분할이나 합병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사실상 소액주주 동의가 없는 기업 분할을 막는 법안도 발의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임시방편으로 법을 만들다 보면 법이 너무 복잡해져 결국 기업 발목만 잡고 소액주주의 실익도 놓치는 이도 저도 못 한 법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 해외 어느 국가에서도 물적분할한 계열사의 동시 상장을 법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것이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도 주주 가치 훼손을 일부 축소하는 방안이지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소액주주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법을 개정한다면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말라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보호 의무를 강제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법 규정이 복잡할수록 예외적인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규정 차제도 허술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짧은 시일 내에 근본적인 상법 개정이 이뤄지는 건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면 개인 투자자는 스스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물론 투자자는 유망한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기에 물적분할로 상장하는 유망 기업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물적분할 뉴스가 있을 때,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엄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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