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변호사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 사법시험 47회, 사법연수원 37기 사진 지평
박성철 변호사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 사법시험 47회, 사법연수원 37기 사진 지평

“에듀파인은 국가 세금으로만 운영되는 곳에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재산권 침해의 악법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사립유치원 회계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도입된 공적 가계부인 ‘에듀파인’에 반대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019년 기자회견을 열고 내놓은 주장이다. 에듀파인을 두고 촉발된 사립유치원과 정부 간의 갈등 끝에 헌법재판소는 정부 손을 들어줬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정부가 에듀파인 사용을 강제하자 정부를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줄줄이 패소했고, 헌법재판소에서 2021년 11월 합헌 결정이 나왔다.

교육부는 2019년 2월 국공립유치원에 적용하던 에듀파인의 사용을 사립유치원에도 의무화했다. 에듀파인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이다. 물품구입비, 급식운영비, 학생복지비, 교과활동비, 체험활동비 등을 입력하는 프로그램이다. 2010년부터 교육기관들은 에듀파인에 예산과 결산 관련 상세 내용을 입력하고 있다.

에듀파인을 사용하면 모든 회계 기록이 남는다. 과거에는 유치원 원장이 자신의 월급이나 수당을 높게 책정하거나,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해 월급을 지급하는 식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었다. 에듀파인을 사용하면 부정행위를 할 경우 즉시 적발되는 구조다.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284명은 에듀파인 의무화가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유치원 운영을 제한한다며 소송전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의 수업료가 사립유치원에 지급된 이상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지원금·수업료의) 소유자”라며 “정부가 지정한 회계시스템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를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과 동인을 상대로 승소했다. 지평은 유치원비 통계와 지원금 및 보조금 통계 등 자료를 제시해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에듀파인 사용에 대한 헌법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 판결을 이끌어냈다. 


정부 지원금 받는 사립유치원⋯‘공공성’에 주목한 헌재

2019년 교육부는 국회에서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골자로 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자 교육부령인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 원아가 2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도 에듀파인을 쓰도록 의무화했다.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할 경우 세 차례 시정명령 후 최대 15%까지 정원감축 조치를 받을 수 있고,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됐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재산권 침해 주장과 함께 “교육부가 법률 개정 없이 하위 규칙을 개정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하려 한다”면서 “이는 헌법상 법률 유보 원칙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사립유치원을 ‘비영리 개인사업자의 사유재산’으로 규정하면서 “사립유치원은 운영경비를 대부분 경영자가 조달해야 하므로 전액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처럼 에듀파인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성철 지평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이 사립학교법상 비영리 교육기관인 학교로, 공교육의 일부를 담당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증명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 데이터를 분석했다. 자료를 기반으로 2012년 이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이 시행됐고, 매년 약 3조8000억원 정도가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에서 지원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지원금 중 사립유치원에 약 1조60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는 점을 짚었다. 사립유치원은 설립 주체의 사유재산으로 설립·운영된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등 교육 관계 법령에 의해 국‧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지원과 감독‧통제를 받는 학교이고, 공공성 유지를 전제로 설립인가를 취득한 비영리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헌법재판관들도 지평의 변론을 인정해 에듀파인 의무 도입에 대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립유치원의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을 때 중요하고, 에듀파인 도입 의무화만으로 사립유치원의 운영이 제한되는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도 “사립유치원의 재정 및 회계의 건전성과 투명성은 교육의 공공성과 직결된다”면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재정적 기초를 다지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법익”이라고 판단했다.


지평, 재판관 설득 위해 에듀파인 매뉴얼까지 분석 

지평은 에듀파인에 접속해 매뉴얼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헌법재판관에게 에듀파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연하는 동영상과 캡처 자료들을 첨부해 제출했다. 에듀파인이 실행되는 화면을 본 재판관들은 에듀파인의 사용이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일반적으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경우 청구인들의 기본권 제한이 있는지 파악하고 헌법적 한계 내에 있을 경우 합헌, 이를 벗어날 경우 위헌 판단을 내린다. 이 사건의 경우 재판관들이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의 재산권에 제한을 준 부분조차 없다고 보고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 변호사는 “헌법에 추상적인 면이 있다 보니 눈에 보이는 증거 없이도 말의 논리만으로 주장을 전개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에듀파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재판관을 설득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사립유치원에 쓰이는 에듀파인을 검토한 뒤 “청구인들에게 적용되는 회계시스템은 초·중·고교에 적용되는 회계시스템과 다른 사립유치원의 고유한 회계시스템”이라며 “사립유치원의 특성에 맞추어 회계 업무 간소화를 도모하는 방안들이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전원 일치 결정을 이끌어낸 배경으로 헌법·행정팀의 도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0여 년 전 출범한 지평의 헌법·행정팀은 매달 세미나를 열어 실제 사건과 헌법재판소 결정례 등을 분석한다. 그동안 약 150회의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에서는 진행 중인 사건을 두고 여러 변호사가 참여해 다양한 시각에서 난상토론을 벌인다.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이공현 명예 대표 변호사가 매번 참석해 논의를 이끌고 있다.

박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의 역할과 유아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진행됐다”면서 “에듀파인을 둘러싼 논란으로 잇달아 소송이 제기됐었는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제도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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