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곡동 마곡지구 코오롱원앤온리타워. 사진 코오롱그룹
서울 마곡동 마곡지구 코오롱원앤온리타워. 사진 코오롱그룹

서울시 마곡동 마곡산업지구, 서울식물원을 마주한 입지에는 건축으로 쌓아 올린 ‘옷’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코오롱그룹의 인더스트리·글로텍·생명과학 등 계열사의 영업·사무·연구개발 조직이 한데 입주한 ‘코오롱원앤온리(One&Only)타워’다.

코오롱원앤온리타워(이하 원앤온리타워)는 미국의 유명 건축 사무소 모포시스 아키텍츠와 국내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아, 코오롱글로벌이 시공한 건물이다. 대지면적 1만8484㎡에 연면적 7만6000㎡로 건폐율은 약 40%이며, 지하 4층부터 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됐다. 

이 건물은 지난 2020년 세계적 권위의 건축상인 ‘국제건축대상’에서 기업 업무빌딩 부문으로 수상하기도 했을 만큼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친환경 측면에서는 앞서 2018년 말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로부터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골드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가장 작은 소재를 가장 크게 표현한 ‘직조 무늬 구조물’

원앤온리타워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전면부를 뒤덮고 있는 거대한 비정형 구조물(파사드)들이다. 총 450개의 유리 섬유 강화 플라스틱(GFRP)으로 구성된 이 구조물은 코오롱그룹이 만드는 섬유 소재를 형상화한 것이다. 가까이서는 형상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멀리서 보면 건물 전체가 마치 니트 옷감처럼 보이도록 했다.

섬유는 코오롱그룹의 근본이다. 코오롱이라는 사명부터가 ‘코리아 나일론(KOrea nyLON)’이라는 단어의 줄임말이다. 입는 옷부터 덮는 이불, 우리가 매일 쓰는 마스크, 자동차 시트와 안전벨트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밀접한 ‘패브릭(fabric)’에는 코오롱에서 만든 소재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마곡지구에 코오롱그룹의 핵심 연구개발 거점을 세우면서, 이런 코오롱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자 했다. 원앤온리타워가 유리로 둘러친 벽 위에 수억 배로 확대한 섬유의 겉옷을 입게 된 것은 그런 까닭이다.

직조 무늬 구조물 하나하나에도 코오롱의 첨단 기술이 스며들어 있다. 원앤온리타워를 기획하고 시공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한 김일호 코오롱글로벌 건축신사업팀장은 “강철의 5배 강도를 갖는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을 구조물에 혼합했다”면서 “수십 년을 거뜬히 버틸 수 있을 만큼 견고하면서 개당 무게는 약 200㎏밖에 되지 않아 건물 하중에 부담을 적게 준다”고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섬유로 꼽히는 헤라크론은 방탄·방염복과 안전 장갑뿐만 아니라 고성능 타이어, 광케이블 보강재 등으로 쓰이는 소재다. 최근에는 코오롱FNC 브랜드인 ‘볼디스트’에서 출시한 워크웨어에도 아라미드 섬유가 적용됐다.

코오롱원앤온리타워 내 그랜드스테어. 사진 최상현 기자
코오롱원앤온리타워 내 그랜드스테어. 사진 최상현 기자

‘그랜드스테어’가 선물하는 시선의 마법

원앤온리타워 건물은 크게 E 자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다. 직조 무늬를 입은 전면 건물은 ‘공용 공간’으로 구성됐고, 그 뒤에 파일럿(pilot)동과 연구동, 사무동이 나란히 배치된 구조다. 파일럿동은 코오롱 각 계열사가 개발한 소재와 제품 등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세 개의 동은 그 쓰임새가 다른 만큼 층고도 다르게 구성됐다. 먼저 파일럿동은 층고가 8~10m로 가장 높다. 거대한 실험 장비를 수용하기 위함이다. 중간에 위치한 연구동은 5.2m 층고의 8개 층으로 구성됐고, 사무동은 4.2m의 10개 층으로 나눴다.

이렇게 층고가 다른 세 동은 모두 공용 공간으로 통한다. 김일호 팀장은 “‘공간이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경영진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인재가 소통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공용 공간이 매우 넓게 설계됐다”면서 “각 동의 층고가 다른 만큼 사이사이는 브릿지로 이어냈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통과 융합의 의도가 가장 짙게 담긴 공간이 바로 2층부터 6층까지를 잇고 있는 ‘그랜드스테어’다. ‘층과 층 사이를 걸어 올라가는 용도’라고 보기엔 너무 거대한 계단. 계단 대신 수십 개의 회의실이 들어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언뜻 비효율적인 공간 활용의 극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그랜드스테어가 조성하는 ‘시선의 마술’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평평하고 넓기만 한 광장이라면 각 직원들은 눈앞에 있는 ‘익숙한 상대’에만 주의를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아래로, 또 아래에서 위로 시선이 교차하는 거대한 계단이라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낯선 이’들이 나누는 말들과 하는 행동들에 주의를 분산할 수 있다.

오고 가는 시선 속에 낯섬과 다름이 부딪히는 그랜드스테어에는 시시각각 수많은 ‘우연’이 발생한다. 다른 계열사 직원들과 대화에서 오랜 난제를 돌파할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할 동료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연구개발 조직이 입주 인원의 반을 차지하는 원앤온리타워에서는 더없이 소중한 우연이다. 사무실 칸막이의 벽을 넘어 새로운 교류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설계한 것이다.


회의실까지 소재에 ‘진심’이었다

바깥에 있는 직조 무늬 구조물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히트 소재, ‘헤라크론’이 활용됐듯이, 원앤온리타워 내부 곳곳에서도 ‘코오롱 소재’의 다양한 변주를 찾아볼 수 있다. 그랜드스테어 양 측면을 비추고 있는 마름모꼴 조명의 필터는 모두 코오롱이 생산하는 첨단 섬유로 만들어졌다. 이 조명들은 계단에 빛을 비추는 것뿐만 아니라, 큰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울림을 잡아주고 외부 직사광선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회의실은 아예 콘셉트 자체가 코오롱 소재와 제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한 색색의 섬유사(絲)로 레이어드한 회의실이 있는가 하면, 코오롱글로텍의 고기능성 아킬렌으로 만든 안전벨트가 책상과 의자, 시계를 지탱하는 지지대로 활용된 회의실도 있다. 이외에 직원 개개인이 원사를 감은 벽돌로 쌓아 올린 방, 인조 잔디로 바닥과 벽면을 도배한 방, 카시트 원단으로 꾸민 방, 광학용 필름으로 조명을 비춘 방 등 가지각색이다.

김일호 팀장은 “회의실은 지루한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고, 타 계열사에서 만드는 소재를 일상적으로 접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서 “찾아온 고객을 샘플로 가득 찬 방에서 맞이할 수 있다는 점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원앤온리타워라는 건축물의 ‘맛’은 ‘소재’에 대한 이 기업의 진심이 엿보이는 지점에서 나왔다. 3개 계열사의 연구 인력 500여 명과 영업·사무 인력 500여 명이 씨줄과 날줄처럼 짜이도록 세워진 코오롱그룹의 ‘첨단 기지’다. 이곳 연구동에서 개발되고 파일럿동에서 실증해 사무동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수출될 최첨단 소재들은 앞으로도 타워 곳곳을 수놓으며 채워나갈 전망이다.

최상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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