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법률사무소 박성수(왼쪽) 변호사와 이응택 변리사. 박 변호사는 법학 석·박사는 물론이고 ‘공학 석사’라는 이색 경력도 갖고 있다. 이 변리사는 건축학을 전공, 건축·토목 분야에 강점이 있다. 사진 김앤장 박성수 변호사서울대 법대 학·석·박사, 연세대 공학 석사, 전 대법원 재판연구원 이응택 변리사서울대 건축과, 전 삼성물산 건설부문 엔지니어
김앤장법률사무소 박성수(왼쪽) 변호사와 이응택 변리사. 박 변호사는 법학 석·박사는 물론이고 ‘공학 석사’라는 이색 경력도 갖고 있다. 이 변리사는 건축학을 전공, 건축·토목 분야에 강점이 있다. 사진 김앤장

특허 관련 소송에서 특허침해 소송(권리범위확인 심판)과 특허무효 소송은 병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권리범위심판에서는 무효 여부는 판단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대법 판례), 문언으로 기재된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분쟁을 겪고 있는 제품이 ‘속하는지’ 또는 ‘속하지 않는지’만 판단한다. 즉, 해당 특허를 무효로 할지 여부를 따지는 무효 소송과는 원칙적으로 별개의 사건이다.

하지만 두 사건은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서 병행된다. 예를 들어, 무효 소송에서 특허가 무효가 돼버리면 권리범위는 이미 판단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별개의) 무효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 권리범위확인사건에서 승소해 특허 인정 범위를 함부로 넓혀버리면, 진행 중인 무효 사건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반면 특허 인정 범위가 좁으면 좁을수록 무효가 되지 않고 유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례적인 소송’이 등장했다. 특허침해 소송과 특허무효 소송이 병행되지 않았을 뿐더러, 앞선 침해 소송 사건에서 최종 패소한 측이 나중에 진행된 특허무효 소송 1·2심에서 승소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만약 대법이 원심을 확정(심리불속행 기각)할 경우, 앞선 특허침해 소송 대법 판결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재심’ 판정의 사유가 될 수 있어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 패소에도 ‘무효 소송’ 과감한 베팅

특허권자인 덕신하우징(법무법인 율촌 등)이 다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특허침해 소송은 2014년 10월에 시작됐다. 다스코는 1심 격인 특허심판원에서 패소하자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사건을 맡겼다. 

과거엔 건축물의 층간 바닥이나 지붕을 이루는 판형 구조물인 ‘철근콘크리트 슬래브’를 시공하려면 거푸집 및 철근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 후 거푸집을 떼어냈다. 이른바 거푸집 방식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거푸집 역할의 데크와 철근조립체인 트러스거더를 일체화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 후에도 데크를 탈형하지 않는 ‘데크플레이트 방식’이 최근 사용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근래에는 이러한 데크플레이트와 달리 콘크리트가 굳은 후 데크를 떼어내 재활용이 가능한 ‘탈형 데크플레이트’ 기술이 새로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로 이 기술이 이 사건 특허로, 보다 구체적으로 덕신하우징의 특허는 탈형 데크와 트러스거더 사이를 이격시키는 ‘탈형 데크용 스페이서’에 대한 것이다.

스페이서(간격재)는 건축물 층간 바닥이나 지붕이 되는 판형 구조물을 만들 때 이격거리를 두기 위해 쓰인다. 콘크리트를 부을 때 간격을 잘 둬야 피복(콘크리트가 철근을 둘러싸게 함) 두께가 유지되고, 두께가 잘 유지되면 철근 부식을 방지하고 콘크리트 부착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기술이 발전해 스페이서 1개가 아닌, 2개를 연결한 새로운 형태의 ‘바(bar) 스페이서’가 나왔는데 상부에 부착된 연결 모양의 형태가 달랐다는 게 이 사건의 쟁점이 됐다. 즉, 이 사건 특허 청구범위에는 ‘ㅅ 자 형상’의 스페이서가 기재된 반면, 다스코의 스페이서는 ‘유(U) 자’ 형상이었다.

2심 격인 특허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양측의 스페이스를 아예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덕신하우징 특허의 권리범위에 다스코 제품이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9년 대법원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은 (ㅅ이든 U 모양이든) 다 같은 바(bar) 형태의 스페이서라고 봤다. 다스코 제품은 덕신하우징 특허와 기술상 차이가 근본적으로 없고, 설사 청구범위의 일부 기재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특허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균등론’을 근거로 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김앤장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는 제기하지 않은 무효 심판에 명운을 걸어보기로 했다.


‘콘크리트 모형’ 법정에 들고 간 김앤장

특허침해 소송에서 피소됐다 패소한 다스코는 2019년 3월 29일 ‘절치부심’ 끝에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의 진보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지만, 무효 소송에서는 앞선 선행발명에 비해 이 사건 특허가 ‘진보성’이 없다는 판단을 이끌어낸다면 해당 특허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셈이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ㅅ 자 모양의 바 스페이서가 진보성이 없는 발명이라는 것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였다.

사건을 대리한 이응택(51기) 변리사는 “권리범위확인 사건에서는 특허의 진보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침해사건에서는 특허의 무효성 여부까지 판단해서 침해 여부를 판단하게 돼 있다”면서 “문제는 무효 여부를 판단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사법부가 선행기술을 조사해서 판단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낸 증거에 한해 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침해 소송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면서 무효를 주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앤장과 또 다른 원고 측, 보조참가인 측은 총 10개에 달하는 선행발명을 찾아냈다. 특히 김앤장은 이 가운데 선행발명 2개를 조합해서 이 사건 특허발명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찾은 선행발명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콘크리트 모형’까지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변리사는 “재판에 가지고 가는데 꽤나 묵직하더라(웃음)”며 “우리가 찾은 선행발명들을 결합하면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고, 그래서 특허의 진보성이 없어 무효화돼야 한다고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덕신하우징 측은 “다스코의 제품들은 과거 거푸집 방식 때의 스페이서”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지만, 결국 재판부는 다스코와 김앤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학 석사학위 소지자’이자 특허법원 판사 출신인 박성수(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는 “사실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특허침해를 인정한 대법 판결은 범위를 너무 넓힌다는 점에서 해당 특허가 무효화할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이례적 판단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효 소송에서 (앞선 특허침해 소송에서 제출되지 않았던) 증거자료로서 바 스페이서 공개 기술들을 적극 제출하고, 탈형 데크플레이트 분야에서도 해당 방식은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 잘 받아들여졌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또 “건축·토목 분야의 특허 사건에 전문화되고 최적화되도록 구성됐다는 김앤장의 강점이 발휘돼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학사·석사·박사 학위와 연세대 공학 석사 소지자로서 대법원 재판연구원 등 16년간 사법계에 몸을 담았던 특허법원 판사 출신이다. 현재 김앤장 지식재산권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함께 승소를 이끈 이 변리사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건설부문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등 건축·토목 분야의 사건에 최적화된 전문가다.

이미호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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