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사진 마세라티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사진 마세라티

마세라티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7월 기블리 GT 하이브리드에 이어 2021년 말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르반떼 GT 하이브리드’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어서 보통의 하이브리드 모델보다는 배터리 용량이 적지만, 고배기량 엔진에 웅장한 배기음을 자랑하는 마세라티로서는 큰 변화다. 최근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서울에서 경기 여주까지 왕복 150여㎞를 몰아봤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기존 르반떼와 거의 비슷하다. C필러(뒷문과 뒷유리 사이에서 차량 지붕을 받쳐 주는 기둥)에 부착된 삼지창 모양의 로고와 브레이크 캘리퍼를 파란색으로 해 친환경차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차체 측면의 에어 벤트(공기를 배출하거나 유입하는 구멍)도 테두리를 파란색으로 둘렀다. 실내 가죽 스티치와 헤드레스트에 수놓아진 로고도 모두 같은 파란색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차 길이) 5020㎜, 전폭(차폭) 1970㎜, 전고(차 높이) 1695㎜다.

내부에는 해상도와 그래픽이 개선된 8.4인치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눈에 띈다. 예전에 마세라티 차량에 탑재됐던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떨어져 ‘옥에 티’라고 생각될 정도였으나, 새롭게 탑재된 스크린은 시인성이 좋고 터치도 부드러웠다.

실내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화려한 외관과는 다르게 깔끔했고 실용성이 돋보였다. 불필요한 장식은 걷어냈지만 질 좋은 가죽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계기판의 속도계나 엔진 회전계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연비 등을 표시하는 그래픽은 이전 모델 대비 선명해졌다. 중앙 스크린 밑에 공조 버튼 등을 간결하게 배치해 조작이 간편했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오토홀드(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가 멈춰있는 기능)가 없는 것은 아쉬웠다.

마세라티는 배기음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배기음을 디자인하는 엔지니어들을 주축으로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이 참여해 배기음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도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기가스 흡입관의 기류를 조절하고 공명기를 활용해 브랜드 특유의 배기음을 그대로 살렸다. 앞서 출시된 기블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배기음을 더욱 시원하게 내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연기관 모델의 웅장한 배기음과 비교한다면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4기통 2.0L 가솔린 엔진과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해 최고 출력 330마력, 최대 토크 45.9㎏·m의 성능을 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245㎞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6초다. 변속기는 ZF사의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르반떼의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배터리와 더불어 벨트 스타트 제너레이터(BSG), e-부스터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와 e-부스터의 조합으로 낮은 엔진 회전수(RPM)에서도 훌륭한 초반 가속력을 보여준다. 저속에서 중속, 중속에서 고속으로 가기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눌렀을 때 즉각 반응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 SUV임에도 차체가 좌우 또는 상하로 흔들리는 느낌 없이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48V 배터리를 차량 후면에 배치하는 등 전후 무게 배분에도 신경 썼다. 

접지력도 놀라운 수준이다. 깊은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마세라티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Q4 올 휠 드라이브’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후륜에 100%의 토크를 전달한다. 그런데 고속으로 코너링을 하거나 노면이 미끄러워 후륜 구동력을 상실한 경우 등에는 필요한 구동력을 전륜에도 즉시 전달한다. 마세라티는 “엔지니어들이 특수 개발한 첨단 알고리즘이 속도, 스티어링, 출력과 휠 접지력, 운전 스타일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고 설명했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외관과 내부. 사진 마세라티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외관과 내부. 사진 마세라티

차체 무게는 2.2t에 달하지만 넉넉한 성능 덕에 주행 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르반떼 다른 모델들에 비해서는 50㎏가량 가볍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의 섀시는 높은 강성, 낮은 무게 중심을 구현하는 것과 더불어 차체 무게도 줄였다고 한다. 도어와 보닛, 트렁크에 초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는 등 경량 소재를 두루 사용했다.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노멀(Normal) 모드가 기본으로 적용되는데 스포츠와 오프로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서스펜션 높이가 한 단계 낮아지면서 주행 안정성이 더 높아진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을 통해 차고 높이를 여섯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주행 시에는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고 탄탄한 느낌을 주는데, 운전의 즐거움을 살리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준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개선됐다. 예전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고속도로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도로에서든 활성화시켜 최대 시속 145㎞까지 달릴 수 있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고 설정된 속도에 맞춰 주행하도록 해준다. 실제로 이 기능을 사용했을 때 이질감 없이 잘 작동했지만, 최근에 출시되는 차량들이 주변 차량의 움직임과 상태를 화면에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기도 하다. 

CO2 배출량은 유럽 WLTP 기준 가솔린 모델보다 20%, 디젤 모델보다 8% 줄었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7.9㎞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7.5㎞가 나왔다. 가솔린 모델 연비는 6~7㎞ 수준이어서 다소 개선됐다. 

판매 가격도 다른 가솔린 모델에 비해 1000여만원 이상 낮췄다. 가솔린 V6엔진의 우수한 성능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연비는 향상시키고 가격대는 낮춘 것이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1800만원이다.

변지희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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