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경북 경산시 환타스틱스 공장에서 만난 김영회 대표. 권오은 기자
3월 22일 경북 경산시 환타스틱스 공장에서 만난 김영회 대표. 사진 권오은 기자

“어떻게 알았는지 포켓몬 스티커를 따로 파느냐는 전화가 하루에 50통씩 옵니다.”

3월 22일 경북 경산시의 스티커 전문 중소기업 환타스틱스 공장. 사무실 문에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대표 캐릭터인 ‘피카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환타스틱스 사무실 전화기가 불이 난 원인이다.

SPC삼립은 2월 23일 포켓몬 빵을 다시 출시했다. 포켓몬 빵에 들어있는 159종의 포켓몬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일 수 있는 스티커)’을 모으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포켓몬 빵은 한 달 만에 약 700만 개가 팔렸다. 편의점에 줄 서서 포켓몬 빵을 구매하려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났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포켓몬 스티커를 수만원에 거래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환타스틱스는 포켓몬 빵에 들어가는 포켓몬 스티커를 전량 생산·공급하고 있다. 포켓몬 스티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환타스틱스에 걸려 오는 전화도 하루 50통까지 늘었다. 김영회(35) 환타스틱스 대표는 “전화로 따로 포켓몬 스티커를 살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고, 아예 돈을 댈 테니 포켓몬 스티커를 생산하자는 제안도 있었다”며 “라이선스 문제도 있고 계약 관계상 신의도 지켜야 해서 결코 따로 판매하거나 유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도는 공장에도 품귀현상

김 대표는 주변에서도 포켓몬 스티커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환타스틱스가 자체 생산하는 다른 스티커를 주면서 거절한다고 했다. 직원들은 물론 김 대표도 포켓몬 스티커를 다 모으기 어렵다고 했다. 

포켓몬 스티커 수량도 두 단계에 걸쳐 집계해 관리한다. 최종 재단 과정에서 재단기가 자동으로 수량을 집계하고, 불량품을 제외한 정품은 별도로 정리해 관리한다. 도난이나 유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불량품을 뺀 정품 수량에서 한 개의 오차도 없이 포장해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켓몬 빵의 인기가 커지면서 음모론까지 불거졌다. 품귀현상을 만들기 위해 포켓몬 스티커를 덜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회사 직원 27명이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만들고 있다”며 “다른 고객사에 양해를 구해가면서 포켓몬 스티커 납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50m 길이의 설비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스티커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7단계다. 우선 스티커로 제작하기 적합하도록 외곽선 등 디자인을 다듬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스티커를 인쇄할 수 있는 판을 제작한다. 이후 종이를 가공하고, PVC(폴리염화비닐) 원료 등을 투입해 스티커를 형성한다. 컬러를 입히고 후가공까지 거친 뒤, 최종적으로 재단해 낱개 스티커로 만들면 완성품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다하는 데 최소 3주가 걸린다. 디자인 수정 등이 오래 걸리면 최대 6주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


1 3월 3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포켓몬 빵이 진열돼 있다. 뉴스1 2 3월 23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오픈 전부터 줄을 서있다. 뉴스1 3, 4 포켓몬 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에는 포켓몬 빵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연합뉴스·뉴스1
1 3월 3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포켓몬 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 뉴스1 
2 3월 23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오픈 전부터 줄을 서있다. 사진 뉴스1 
3, 4 포켓몬 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에는 포켓몬 빵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 연합뉴스·뉴스1

가업 이어받고 10년, 스티커 질 높이는 데 ‘집중’

환타스틱스는 김 대표의 아버지가 1983년 세운 스티커 회사 유니테크가 뿌리다. 1999년부터 포켓몬 빵에 들어가는 ‘띠부띠부씰’을 생산했다. 이때 사명도 수출용 상표였던 환타스틱스로 바꿨다. 일반 스티커가 접착제를 쓴다면 띠부띠부씰은 점착제 기반이어서, 여러 차례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 “포스트잇과 비슷한 원리”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1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회사를 이어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스티커와 함께했던 경험이 가업으로 이끌었다. 그는 “일본에 배낭여행을 갔는데 현지에서 스티커를 구경하고 있었다”며 “그때 ‘이게 내 길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제품의 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지금 유통되는 포켓몬 스티커도 아버지 때 생산한 1기 포켓몬 스티커(1999~2002년)와 차이가 있다. 다양한 색상 표현이나 디테일한 선 묘사가 가능해졌다. 특히 스티커를 붙이는 면의 바탕색에 따라 스티커 색깔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김 대표는 “유리에 스티커를 붙일 때 앞과 뒤로 2번 작업하지 않도록 양면이 다른 스티커를 하나로 인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번 포켓몬 스티커에 이 기술을 적용해 어떤 바탕색에 붙여도 선명한 색깔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100년 기업’ 목표…원재료·물류비 부담은 고민

포켓몬 빵을 비롯해 SPC삼립의 ‘디지몬 빵’ ‘케로로 빵’ ‘펭수 빵’ 등에 함께 들어가는 스티커도 모두 환타스틱스가 만들었다. 환타스틱스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면서 SPC삼립을 비롯해 20년 이상 거래를 이어가는 고객사가 많다. 

일본의 다이이치 빵이 만드는 포켓몬 빵 스티커도 환타스틱스가 모두 납품하고 있다. 일본 외에 미국, 중국, 이탈리아 등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에서도 환타스틱스가 자체 생산하는 스티커를 팔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스티커 수요가 줄면서 환타스틱스의 연 매출은 20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기회가 됐다. 좌석간 한 칸 띄우기, 앞 사람과 1m 간격 두기 등 거리 두기를 표시하는 스티커 주문이 늘면서 환타스틱스는 2020년과 지난해 연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를 고민하고 있다. 포켓몬 스티커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폭등하는 바람에 수익성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지 등 원재료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40% 올랐고, 물류비는 세 배 가까이 뛰었다. 김 대표는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데, 선적할 배를 구하지 못해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며 “그만큼 물류비 부담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량 주문을 중심으로 한 고객사를 더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직원도 더 채용하고 있다. 현재보다 20%가량 증원할 예정이다. 생산라인 1기를 추가로 운영해 10년 안에 매출을 두 배 이상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지향점은 ‘100년 기업’이다. 김 대표는 “질적인 측면에서 환타스틱스의 스티커를 따라갈 업체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일본 같은 경우에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많은데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권오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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