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3월 부분변경모델로 출시한 ‘AMG GT 43’. 연선옥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3월 부분변경모델로 출시한 ‘AMG GT 43’. 사진 연선옥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 3월 ‘메르세데스-AMG GT 43’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AMG GT 43은 다양한 고성능 모델을 만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브 브랜드 ‘메르세데스-AMG’가 독자 개발한 첫 번째 4도어 스포츠카다.

3월 24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AMG 스피드웨이 트랙에서 새로운 ‘AMG GT 43’을 시승했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보다 좁은 부지에 건설돼 직선 구간이 짧고 경사와 곡선이 반복되는 구간이 많다.

AMG GT 43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장엄한 느낌마저 드는 배기음이다. 시동을 걸면 으레 예상하는 으르렁대는 배기음이 아니라 낮게 깔린 베이스톤 배기음이 육중한 차체와 잘 어울렸다. AMG GT 43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MRA 플랫폼’을 공유해 길이 5055㎜, 폭 1955㎜로, 제네시스 ‘G80(길이 4995㎜·폭 1925㎜)’보다 크다.

대형 세단에 고성능 엔진을 단 차라 성능이 궁금했는데, 트랙에 입장해 속도를 높이자 스포츠카라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은 부드러우면서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렸고, 반복되는 곡선 구간에서 가속과 제동은 날카롭고 정확했다. 이 정도 덩치가 큰 차를 몰고 가속하면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을 받거나 차체를 끌고 간다는 느낌을 받는데, AMG GT 43은 속도를 150㎞ 이상으로 올려도 날렵한 차체가 스스로 밀고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2도어 스포츠카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차체가 크기 때문에 트랙에서 느끼는 주행 즐거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선 구간에 진입했을 때 좌석 시트와 안전벨트가 조여지기도 했지만, 차체는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도로에 바짝 붙어 중심을 잡았다. 이번 AMG GT 43에는 벤츠가 새로 개발한 ‘AMG 라이드 컨트롤 플러스’ 서스펜션이 탑재돼 노면 상황에 따라 각 휠의 댐핑(완충장치) 강도를 개별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조절한다.

AMG GT 43에는 ‘AMG 스피드시프트 TCT 9단 변속기’가 탑재됐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돼 최고 367마력 출력을 낸다. 최대 토크는 51㎏·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5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시속 270㎞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AMG 스피드시프트 TCT 9단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와 함께 엔진에 맞게 설정돼 출발하거나 변속할 때 운전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경사가 급해지는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 경험한 제동력도 탁월했다. 브레이크가 고성능 모델이라기엔 다소 무르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필요한 답력이 약한것과 달리 제동 거리는 짧고 정확했다. 앞바퀴에 AMG를 상징하는 골드 캘리퍼(유압식 패드를 바퀴 디스크에 밀착해 제동력을 내는 부품)가 적용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대형 세단의 몸집에도 스포츠카 못지않은 고성능 주행을 즐길 수 있지만 트랙을 벗어나면 패밀리카로서도 손색이 없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바꾸면 엔진의 떨림이 잦아들면서 승차감이 한결 편안해진다. 일반 스포츠카 모델 대부분은 뒷좌석의 효용이 거의 없지만 AMG GT 43의 뒷좌석은 상당한 공간을 확보했다. “스포츠카의 역동성과 일상에서의 실용성을 겸비한 차”라고 표현한 요하네스 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사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후면 라인이 낮게 떨어지는 쿠페형이라 뒷좌석 승객의 머리 위 공간은 다소 좁아 답답한 느낌이 든다. 

부분변경 모델에서 외관 디자인 요소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AMG 특유의 수직 그릴이다. 전면에 낮게 배치된 ‘상어 코(샤크 노즈)’ 요소도 날렵한 이미지를 준다. 낮게 떨어지는 후면 라인은 매끈한 차체 디자인을 강조하고, 뒷부분에는 GT 차량의 상징인 얇고 길게 뻗은 후면 램프가 자리 잡았다. 내부에는 고성능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무엇보다도 스티어링 휠(운전대)이 압도적이다. 두께가 상당해서 손이 작은 운전자는 처음에 부담스러울 정도다. 익숙해지면 그립감이 좋아 트랙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드라이브 모드를 조절할 수 있는 두 개의 다이얼을 포함해 다양한 설정 메뉴가 스티어링 휠 안에 탑재됐다. 게임을 즐기는 조이스틱 느낌이다.


AMG GT 43의 앞모습. 연선옥 기자
AMG GT 43의 앞모습. 사진 연선옥 기자
AMG GT 43 내부. 연선옥 기자
AMG GT 43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보드) 설정에는 트랙 페이스, 랩타입 체크, 드래그 레이스 등 트랙을 달리면서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있다. 가속력과 제동력, 엔진 출력 등 주행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텔레메트리(원격 측정기)도 있다.

전면에는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하나로 연결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 적용됐고, 벤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가 탑재돼 음성 인식, 터치스크린으로 편의 사양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그런데 몇몇 내부 디자인 요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어링 휠에 너무 많은 버튼이 탑재됐고, 전면 중앙에 송풍구가 네 개나 배치돼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어 노브 양옆에 배치된 사각 버튼도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이번에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서 외장색이나 휠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1㎞이고, 판매 가격은 1억4310만원이다.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가 추가된 스페셜 에디션 가격은 1억6960만원이다. 국내에는 2019년 10월 처음 출시된 AMG GT 4도어 쿠페 모델은 올해 2월까지 총 3478대가 판매됐다. 높은 가격에도 상당한 판매가 이뤄진 셈이다. 

AMG는 세계 스포츠카 시장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셰나 페라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마니아층을 위한 모델만 생산했지만, 메르세데스-AMG는 공도에서는 패밀리카로, 트랙에서는 스포츠카로 달릴 수 있는 다양한 고성능 모델을 출시하면서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에 출시된 AMG GT 43이 바로 이런 AMG의 유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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