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0억원 규모의 법인세 반환 여부를 놓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한국 국세청이 벌여온 소송전에서 대법원이 MS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 연합뉴스
6300억원 규모의 법인세 반환 여부를 놓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한국 국세청이 벌여온 소송전에서 대법원이 MS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기업이 미국 기업의 특허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만들고 국내에서 판매해 돈을 벌면, 그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이 보유한 특허 로열티에 대해선 예외가 적용된다. 1976년 체결된 ‘한·미 조세조약(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 증진을 위한 협약)’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수년간 특허 로열티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로열티에 대한 과세를 ‘지급지 주의’로 판단한다. 지급지 주의는 쉽게 말해 원천이 발생한 나라, 소득이 발생한 국가에서 징수한다는 원칙이다.

반면 한·미 조세조약은 ‘사용지 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특허를 사용한 장소에서 과세하도록 한 것이다. 사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과세 장소가 달라질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법원은 ‘특허는 등록된 국가에서만 유효하다’는 속지주의 원칙과 한·미 조세조약상 ‘사용’을 결부해 “미등록 특허는 한국에서 사용한다는 개념 자체가 불가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허의 사용은 등록이 요구되는 권리로 해당 특허가 등록된 국가에서만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 세무 당국은 지금까지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미국 기업에 대해 세금을 징수할 수 없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지식재산권(IP) 사용료(로열티) 수지 적자는 30억6000만달러(약 3조81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특허나 상표 등 라이선스 계약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것보다 지급하는 금액이 한참 큰 상황이다.

이처럼 매년 로열티 수지에 대한 적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2008년 우리 정부는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당시 개정한 법인세법은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됐고,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 세무 당국은 본격적으로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해서도 미국 기업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4년 대법원에서 우리 법인세법보다 한·미 조세조약을 우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한·미 조세조약상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외에는 특허권의 침해가 발생할 수 없어 이를 사용하거나 사용의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을 관념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미국 법인이 특허권을 국외에서 등록하고 국내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미국 법인이 그와 관련해 지급받는 소득은 국내 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 사용료 원천지 판단이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 우리 세무 당국은 연달아 패소 판결을 받아왔다.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시 법원에서 진행 중인 미등록 특허 사용료 사건은 26건이었고, 미국 기업의 소송 제기가 더 늘어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세무 당국에 따르면 동일한 쟁점으로 국세청이 국내외 기업들과 진행 중인 소송의 액수만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우리나라 세무 당국 간의 6300억원대 세금 소송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1·2심은 “특허권의 로열티 중 국내에 등록된 부분만 국내 원천소득에 해당하고, 미등록 특허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 사실상 사용됐는지와 관계없이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2011년 MS와 삼성전자가 계약을 맺은 것이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됐다. MS는 당시 삼성전자에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기기 사업에 필요한 특허 사용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MS나 MS 자회사들이 장래에 소유·통제할 특허까지 모두 포함하는 계약이다.


최승재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서울대 독어교육과,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사법시험 39회, 사법연수원 29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현 국제 지적재산권보호협회 AIPPI 한국 부회장, 현 국세청 조세법률고문 사진 법무법인 클라스
최승재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서울대 독어교육과,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사법시험 39회, 사법연수원 29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현 국제 지적재산권보호협회 AIPPI 한국 부회장, 현 국세청 조세법률고문 사진 법무법인 클라스

이후 삼성전자는 2012∼2015년 MS라이선싱의 계좌로 특허권 사용료를 보낸다. 4년 동안의 특허권 사용 대가는 약 4조3582억원이다. 삼성전자는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금액의 15%(약 6537억원)를 MS 측의 법인세로 세무 당국에 납부(원천징수)했다. 특허 사용료를 주면서 일부를 세금으로 떼어놓은 셈이다.

MS는 2016년 세무 당국에 ‘특허권 사용료 중 한국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의 사용 대가는 국내 원천소득이 아니므로 원천징수 세액을 환급해야 한다’는 경정 청구를 했다.

2015년 기준, 5만4600여 건인 MS의 전체 특허 중에서 국내에 등록된 특허는 1733건이었다. MS는 이를 토대로 원천징수세액 약 6537억원 가운데 6344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세무 당국이 경정을 거부하자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세무 당국의 패소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MS의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MS 측이 받은 특허권 사용료에 국내 원천소득으로서 원천징수 대상인 저작권, 노하우, 영업상의 비밀 등의 사용 대가가 포함돼 있다’는 세무 당국의 주장을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한 부분은 2심 마지막 기일 직전 세무 당국 측에 선임된 법무법인 클라스의 최승재(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가 내놓은 주장이다. 대법원은 법률심으로 1·2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두고서만 법리적 검토를 진행한다. 만약 최 변호사가 사실심인 2심 종결 전까지 새로운 논리를 제시하지 않았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는 2심에서 MS 측의 소프트웨어 특허의 특징에 착안점을 두고 변화구를 던졌다. 삼성전자가 MS로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특허 중 대부분은 소프트웨어인데,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이전할 때는 저작권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하우나 영업 비밀도 함께 전수를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취지다.

예를 들어 MS의 소프트웨어를 삼성전자가 새로 출시하는 갤럭시 휴대전화 등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조정이 필요한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MS가 노하우를 전수해 주거나 자신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MS와 삼성전자 사이의 라이선스 계약은 특허뿐만 아니라 사용료의 원천징수 대상인 저작권, 노하우, 영업상 비밀 등 대가가 포함돼 있다는 취지다.

최 변호사는 “이번 특허 라이선스 계약은 삼성전자가 MS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가져와서 안드로이드 기기에 적용하려는 게 포인트인데, 소프트웨어가 그 자체로 완결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나온 갤럭시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새 주장의 기초적인 논리”라며 “특허권 하나만으로 삼성전자가 과연 4조원을 낸 것이 맞는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한·미 조세조약을 개정해 줄리 없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우리나라의 과세권을 지키기 위한 논리적 기초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삼성SDI와 MS 사내 변호사로 근무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한 최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지식재산권법과 공정거래법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지재권 정책자문위원을 맡았고, 현재는 국제 지적재산권보호협회 AIPPI 한국 부회장과 국세청 조세법률고문을 담당하고 있다.

김종용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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