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사진 박진우 기자
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사진 박진우 기자

탈모치료기, 피부관리기, 전자식 마스크 등 가끔 특이한 가전제품을 내놓는 LG전자가 또다시 문제작을 출시했다. 바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채소나 꽃을 길러주는 기계다. 이를 가리켜 LG전자는 식물생활가전이라고 부른다. 

LG전자는 2021년 10월 디오스 와인셀러를 연상하게 하는 크기와 모양의 식물생활가전 ‘틔운’을 내놨다. 당시 기자는 그 제품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좁은 집에 설치하기에는 크기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3월 초 탁자에도 올릴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틔운 미니’가 출시됐다. LED로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오리지널 틔운과 다르지 않지만 집 안 어느 공간에 놓아도 되는 작은 크기가 매우 실용적으로 보였다. 인테리어 효과도 상당해 보였다. 1인 가구나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반려식물 재배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됐다. 

곧바로 제품을 주문했다. 사전 판매 기간이었으나, 하루 뒤에 곧바로 틔운 미니를 배송받았다. 설치 기사는 “오늘 하루에만 10대 이상 설치가 예상돼 있다”고 했다. 실제 LG전자는 초기 물량으로 1000대를 준비해 놨는데, 출시 6일 만에 모두 판매했다. 

틔운 미니는 두 개의 박스를 이어 붙인 씨앗 키트를 기기에 올리고, 물과 영양제만 제때 넣어주면 식물이 알아서 자란다. 집 안을 식물로 꾸미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에 가장 적합한 가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요즘 사람 중에 크고 작은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이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식물을 보며 ‘힐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앗 키트는 청경채, 루콜라, 비타민 등 식용 채소도 있지만, 메리골드 같은 꽃도 준비돼 있다. 

구성은 간단하다. 하얀 본체는 가로 480㎜, 세로 165㎜, 높이 261㎜의 크기다. LG전자는 개방형 담액수경재배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식물을 기르지만 온실처럼 닫힌 구조가 아니고 구조가 열려있다는 의미다. 흙에 기반한 화분이 아니라 물을 담아 식물을 키우는 방식이다. 무게는 2.3㎏이다. 상황과 집 안 분위기에 맞게 놓을 수 있다. 


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사진 박진우 기자
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사진 박진우 기자

출시 초기 LG전자는 틔운 미니의 씨앗 키트를 세 가지 마련했다. 메리골드와 청경채로 구성된 ‘어여쁘고 소중한 패키지A’, 쌈추와 청치마상추가 들어있는 ‘푸르고 소중한 패키지A’, 루콜라와 비타민을 키우는 ‘향긋하고 소중한 패키지A’다. 두 개의 박스는 모두 같은 식물로 구성돼 있고, 상단에는 구멍이 5개 뚫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멍에는 씨앗 4~5개가 들어있는데, 흙 역할을 하는 스펀지 같은 물질이 있다. 키트 하단은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제일 먼저 비타민 키트를 본체에 설치했다. 물은 키트 설치 전 물탱크에 직접 부어도 되고, 키트 설치 후 키트와 본체 사이로 물을 보충해도 된다. 약 300~400㎖의 물이 한 번에 들어간다. 일주일 정도면 식물들이 물을 모두 빨아들이는데, 본체 중앙에 물의 양을 알 수 있도록 부표를 설치해놨다. 물이 부족하면 LED 조명이 깜빡거려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다만 부표가 물의 양에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부표만 믿고 물을 계속 붓다가는 물이 넘칠 가능성이 있다. 또 물이 과다하면 식물 생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설치 후 일주일 뒤에 씨앗 키트와 함께 들어있는 영양제(A·B)를 1포씩 물에 넣어줬다.

키트를 설치한 지 며칠 만에 싹이 올라왔다. 비타민의 발아율은 80%, 패키지에 함께 들어 있는 루콜라는 75% 정도. 키트 위에 써 있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싹이 자라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이에게 성장 일기를 써보라고 했다. 

틔운 미니에는 늘 LED 조명이 들어와 있다. 빛 공급과 식물이 자라는 데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에 LG전자 가전제품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인 LG싱큐 앱을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기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씨앗이 자라고 있는지, 언제 설치했는지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원격으로 LED 조명 상태, 조명을 켜고 끄는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3주 정도 식물을 길렀더니 제법 많이 자랐다. 이대로 가면 LED 조명까지 닿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럴 때는 LED 조명 위치를 높여줘 식물이 더 크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한다. 제품 하단의 연장 기둥을 이용하면 된다. 씨앗 키트를 잠깐 본체에서 빼내고, 물탱크를 분리한 뒤 본체를 뒤집어 연장 기둥을 뺄 수 있다. 굉장히 거추장스럽다. 물을 항상 머금고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물이 모두 쏟아질 수 있다. 수건 등으로 물이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하고, 물탱크도 깊지 않아 쏟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LG싱큐 앱으로 조명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앱에서 조도를 조절하려고 하면 ‘조명이 어두우면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 말을 걸러 듣기 어렵다. 그래서 매일 일정 수준 이상의 밝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꽤 밝게 느껴진다. 광고 이미지에서는 은은한 조명으로 표현되나, 이는 광고 사진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식물 생장에 적합한 조명의 광량은 계속 보고 있으면 눈에 살짝 피로감이 올 정도다. 무드등이나 취침등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조명을 켜지 않고 어두운 복도에 놓았더니, 알맞다. 하루 14시간 정도 조명을 켜놓는 것이 적당하다는 게 LG싱큐 앱의 조언이다. 그 이하로 시간을 조정하려고 하면, 또다시 식물 생장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씨앗 키트의 경우 박스 두 개 구성인데, 모두 같은 식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아쉽다. 좌우의 식물이 다르다면 기르는 재미가 더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추후에 변경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키트에 ‘A’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것으로 보아 아마, 다음 출시될 키트들은 더 다양한 조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만원 이상인 씨앗 키트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 등에서 틔운 미니를 구입하면 씨앗 키트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종종 있다. 이런 기회를 십분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많은 사람이 집에 식물만 들이면 왠지 모르게 말라 죽는다고 한다. 비교적 키우기 쉽다는 식물도 기자 손으로 정리해야 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식물도 생물인지라 죄책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맙게도 틔운 미니로 키운 비타민은 20일 정도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솎아 주다가 줄기를 건드려 죽은 한 구멍 녀석만 빼면 곧 우리 집 식탁에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볶아 먹으면 맛이 좋다고 한다. 

틔운 미니의 가격은 LG전자 홈페이지 기준 19만9000원이다. 이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할인점 등에서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식물 재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꿋꿋이 자라는 식물을 보며 드는 마음의 안정을 고려하면 그 돈이 그렇게 아까우냐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 생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기자만은 아닌 듯하다. LG전자 홈페이지의 틔운 미니 리뷰를 쓴 32명의 사용자는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별 5개를 줬다.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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