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청길 금정산성막걸리 대표 1997년 금정산성토산주 대표 취임, 2013년 막걸리 분야 최초의 대한민국 식품명인 지정 유청길 금정산성막걸리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유청길 금정산성막걸리 대표 1997년 금정산성토산주 대표 취임, 2013년 막걸리 분야 최초의 대한민국 식품명인 지정 유청길 금정산성막걸리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기자

부산 유일의 산성인 금정산성 중턱에 자리 잡은 금정산성 마을에는 500년 동안 전통 방식으로 누룩을 빚고 있는 누룩 공장이 있다. 그리고 그 누룩 공장에서 만든 누룩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50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유한회사 금정산성토산주. 이 막걸리 양조장의 정식 명칭이다. 그러나 이 이름보다는 ‘금정산성막걸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수기지 사령관으로 근무 당시부터 즐겨 마셨다는 막걸리다. 그러나 그땐 정식 양조장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법에 양조장 지역 제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79년, 대통령령(제9444호)으로 금정산성막걸리를 우리나라 최초의 민속주로 지정했다. 

금정산성막걸리를 지금의 금정산성막걸리로 만든 것은 8할이 누룩이다. 금정산성막걸리는 병당 가격이 2000원 정도인 대중 막걸리다. 그런데도 전국 막걸리 양조장 중 국내 유일하게 직접 만든 전통 누룩으로 2000원대 막걸리를 빚는다. 가격이 1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막걸리조차 개량 누룩으로 술을 빚는 현실과 지극히 대조적이다. 전통 밀 누룩을 쓰는 양조장이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고급 탁주, 약주를 제조하는 곳에서 주로 쓴다. 그나마도 누룩을 직접 만들어 쓰는 양조장은 극히 드물다. 

지금도 이곳 금정산성막걸리 근처 누룩 공장에는 500여 개의 전통 밀 누룩을 매일 만든다. 70~80대 할머니들이 직접 발로 디뎌 둥근 모양의 누룩을 만든 다음, 일주일간 누룩 방에서 발효를 거쳐 누룩을 완성한다. 그렇다고 곧바로 술 원료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발효가 끝난 뒤 누룩 꽃이 활짝 핀 누룩을 한 장 한 장 펴서 다시 2~3일 정도 햇볕에 바짝 말린다. 이 과정을 법제라고 하는데, 살균 효과를 위해서다. 

그런데 금정산성 누룩은 법제 후에도 창고에서 한 달 정도 더 건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술 원료로 투입된다. 거의 40일 동안 누룩을 말린 뒤에 술 빚는 데 사용할 정도로 정성과 시간을 기울인다. 유청길 금정산성막걸리 대표는 “워낙 오랫동안 누룩을 건조하기 때문에 발효 탱크에서 누룩이 물을 엄청나게 빨리, 많이 흡수했다가 다시 토해낸다”며 “이 과정에서 누룩 속 다양한 미생물이 술에 자연스럽게 배어, 금정산성막걸리의 진한 맛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양조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누룩 공장을 먼저 찾았다. 금정산성막걸리 유 대표의 안내를 받았다. 유 대표는 2013년, 정부로부터 막걸리 분야 최초의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았다. 지금도 ‘막걸리 명인’은 그가 유일하다. 금정산성 누룩의 과학적인 분석, 산성막걸리의 전통적인 제조 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노력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 56세였다. 

금정산성막걸리의 정체성은 신맛이다. 이 신맛은 결국 전통 누룩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신맛을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금정산성막걸리의 신맛은 외연 확장(매출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도대체 전통 누룩을 쓴 막걸리에서 왜 신맛이 나는 걸까. 유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 누룩은 제조 과정에서 여러 잡균이 많이 생깁니다. 학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잡균이 많다는 것은 유산균 함량이 엄청나게 풍부하다고요. 그래서 우리 술은 다소 신맛이 강합니다. 술이 빨리 십니다. 그냥 놔두면 식초가 됩니다. 유통기한도 20일로, 다른 술에 비해서는 좀 짧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술을 잘 모르는 분들은 한잔 맛을 보고 나서는 ‘술맛이 왜 이렇게 시지? 벌써 상한 거 아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신맛이 좋다는 분들보다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주력 제품인 8도 막걸리 외에 6도, 5도 제품도 내놓았습니다. 도수가 다소 낮은 제품은 신맛도 훨씬 덜합니다.”

그러나 ‘술꾼들의 사랑방’ 전통 주점 반응은 금정산성막걸리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내 최대 전통주 전문점인 서울 백곰막걸리에서도 금정산성막걸리는 인기 상품이다. 전체 막걸리 판매 10위권에 든다. 


금정산성막걸리에 사용되는 전통 누룩은 족타법으로 생산된다. 일일이 발로 밟는다. 피자 도처럼 가장 자리가 중앙보다 약간 더 두껍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막걸리에 사용되는 전통 누룩은 족타법으로 생산된다. 일일이 발로 밟는다. 피자 도처럼 가장 자리가 중앙보다 약간 더 두껍다. 사진 박순욱 기자

유 대표는 금정산성막걸리의 자랑은 누룩에 있다고 강조했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전통 누룩을 쓰는 유일한 막걸리다. 만약 우리마저 가격이 부담돼 전통 누룩을 쓰지 않는다면, 전통 누룩 존재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전통 누룩을 막걸리에 쓰는 이유는 전통 누룩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전통 누룩을 지킬 수가 없다. 귀한 전통 누룩을 쓰지만, 우리 막걸리 한 병은 2000원 안팎이다. 실제로 남는 게 거의 없다. 누룩의 대중화, 특히 전통 누룩의 대중화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전통 누룩으로 막걸리 만드는 것도 아마 내가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 그다음은 없을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입국 누룩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금정산성막걸리는 현재 3종이다. 주력 제품인 8도 막걸리가 곧 금정산성막걸리다. 8도 금정산성막걸리는 ‘사나이들의 술’이다. 술 좀 마신다는 꾼들이 좋아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특유의 산미와 누룩 향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지만, 부담스럽다는 소비층이 더 많다. 특히, 젊은층과 여성들은 금정산성막걸리의 신맛과 높은 도수에 거부감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내놓은 술이 알코올 도수 6도의 ‘금정산성막걸리 순’이다. 도수를 낮춘 라이트(약한) 버전으로 도수 낮은 술을 선호하는 현대 트렌드에 맞춘 술이다. 상대적으로 맛이 부드럽고 순하다. 

2021년 11월에는 더 순한 술이 나왔다. ‘금정산성막걸리 청탁’이다. 알코올 도수는 5도다. 지평막걸리와 같은 도수다. 유 대표의 아들인 유혜수 대리의 작품이다. 유 대표는 “대학에서 발효공학을 전공한 아들이 양조장에 입사해 양조하고 있는데, ‘더 순한 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청탁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가격은 금정산성막걸리보다 비싼 3000원. 부산가락농협의 황금쌀을 쓴다고 한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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