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미래에셋자산 운용 홍콩법인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본부장 ‘아시아 투자의 미래’ 저자
이필상 미래에셋자산 운용 홍콩법인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본부장 ‘아시아 투자의 미래’ 저자

중국 경제가 오랫동안 고도성장을 구가했지만 이제는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 2010년대만 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8%대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5% 아래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티은행에 따르면, 중국 경제 성장률은 지금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4%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중국의 모든 산업과 기업이 고도성장에 취해 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마다, 기업마다 성장률 차이가 심해질 것이다. 일부 산업은 퇴보할 것이나 일부 산업은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다. 한국이 2000년대 이후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경험했듯이 말이다. 중국의 저성장 시대, 주요 산업들의 부침(浮沈)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부동산⋅인터넷 산업 성장세 둔화

우선 주요 산업 중에서 성장 둔화 혹은 후퇴가 예상되는 산업을 몇 가지 살펴보자.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는 부동산 개발 산업이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 산업은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도시화와 고도성장을 상징했다. 중국의 연간 부동산 투자액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20%씩 늘어났다. 부동산 개발 산업의 매출을 결정하는 부동산 가격과 분양 물량 모두 계속 증가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과잉 공급이 누적되면서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중국 내 부동산 투자액은 한 자릿수 성장으로 꺾였다. 지난해 헝다 부도 사태를 맞은 중국의 올해 부동산 개발 산업은 중국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투자와 연계돼 있는 인프라 투자 및 건설 관련 산업들도 향후 저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터넷 산업 모델 일부도 생각보다 일찍 성장 둔화기를 맞이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0년간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고도성장을 한 배경 중 하나는 기존 오프라인 광고 매체로부터 광고 매출을 가져왔던 덕분이다. 그런데 2021년 기준으로 온라인 광고가 전체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새 80%에 도달했다. 이제는 ‘온라인 광고 시장=광고 시장’이 된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 광고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명목 GDP 성장률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아는 인터넷 기업 중 상당수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 광고 시장에 의존한다. 바이두, 텐센트,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 서비스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이 부문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 바로 요즘 중국인의 시간을 홀리고 있는 ‘더우인(抖音⋅해외에서는 틱톡)’이 그것이다.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이 서비스는 지난 5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더니 이제는 중국 인터넷 유저(사용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활성 유저의 경우에는 하루에 2시간 이상을 더우인에서 쓴다. 광고 관점에서는 플랫폼에서 유저의 활동 시간이 길수록 광고 매체로 유용하다. 바이두 등 1세대 인터넷 기업을 능가하는 더우인 같은 신생 인터넷 기업의 등장으로 인해 한정된 온라인 광고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별 기업들이 얻는 수익이 줄어들 여지도 적지 않다. 

한편 온라인 산업의 또 다른 중요 비즈니스 모델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산업은 어떨까. 소매 판매 대비 전자상거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해서 2021년 기준 32%에 이르렀다. 한국과 더불어 전 세계 이커머스 침투율 1위다. 이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커머스 점유율이 한계에 도달해서 앞으로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커머스 침투율 추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이 있다. 인공지능(AI) 및 무인 배달이 상용화한다면 택배 비용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커머스 침투율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커머스 침투율의 한계는 소액 상품 혹은 신속 배달 주문 시 ‘라스트마일 운송(운송 서비스 마지막 단계)’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만약 무인배달이 자리 잡는다면 이커머스의 비용 경쟁력을 한 단계 레벨업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분기 동안 이커머스 산업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10%대로 내려왔다는 것이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증거로 언급되곤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연간 30%씩 성장했던 산업이었는데 말이다. 알리바바, 징둥 같은 기존 강자 이외에도 최근에는 더우인과 콰이쇼우(快手) 같은 숏폼 비디오 앱이 전자상거래 경쟁자로 나온 점도 부담스럽다. 


자율주행차. 사진 셔터스톡
자율주행차. 사진 셔터스톡

“전기차⋅자율주행 산업 中 경제 이끌 것”

반면 향후 10년간 중국 경제를 이끌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 산업들도 있다. 중국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신성장 산업으로는 전기차, 자율주행, 반도체, 자동화 장비, 태양광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중국의 전기차, 자율주행 산업은 성장 잠재력과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경쟁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셀 제조 부문에서 한국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전후방 산업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배터리 생태계가 포괄적이다. 중국은 배터리셀을 제조하는 것뿐 아니라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자동화 장비, 레이저 머신 등 배터리와 관련한 생태계 전 영역에서 풍부한 제조 경험과 관련 엔지니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 자율주행 산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부문을 주도할 조건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을 가지고 있다. 자율주행은 전기차 위에서 구현될 때 더 좋은 성능을 낸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내리는 명령에 전기차 파워트레인이 일반 내연기관차의 엔진 파워트레인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기차 보급률이 글로벌에서 가장 높은 중국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시험하기도 좋다.

둘째, 자율주행과 관련해 정부 지원이 적극적이다. 베이징, 광저우, 선전 등 주요 도시들이 앞다퉈 자기 지역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및 시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덕분에 이미 2021년 말부터 베이징 지역에서 바이두, poni.ai 등이 로봇택시 상업화를 시작했다. 셋째, 이 분야에 벤처 자금이 대량으로 투입되면서 자율주행 기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 중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중국에서 자율주행 전문가 집단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자율주행 산업에는 크게 두 가지 수익화 모델이 있다. 첫 번째 수익화 모델은 택시 및 운송 서비스를 무인화하는 것이다. 보통 택시 운용 비용의 50%는 택시기사 인건비로 나간다. 만약 무인 택시가 가능해진다면 택시 운임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 업체가 기존 택시 시장을 쉽게 차지할 수 있다.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 부문을 주도하는 기업으로는 바이두, 오토X, poni.ai 등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수익화 모델은 기존 승용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해 자동차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간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전기차 기업들이 자율주행 부문을 주도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중국 전기차 및 자율주행 선두 기업인 샤오펑은 2021년 고속도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했으며 2022년 상반기 중 중국 내 최초로 도심 자율주행 서비스(point to point navigation)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자동차의 상품성과 가치는 전기차 기능과 자율주행 수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중국 산업 생태계가 다른 국가보다 먼저 수준급으로 올린다면, 중국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 산업은 오래된 산업이고 성장이 둔화된 산업이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연 매출 300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산업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독일, 일본, 미국, 한국 등 선진국 대부분은 자동차 산업과 인력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중국은 배터리 제조와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워 자동차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이다. 


태양광 발전. 사진 셔터스톡
태양광 발전. 사진 셔터스톡

성장성 높은 태양광⋅자동설비 산업 중국이 주도

태양광 산업 역시 꽤 중요한 중국의 성장 산업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말 글로벌 4대 발전 지역인 중국, 미국, 인도,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으로 태양광이 등극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및 석탄 가격이 급등해 태양광 원가는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가스 발전이 유행했던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00% 가까이 올랐고, 더 이상 태양광 발전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하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량이 전 세계 글로벌 발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4%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연간 설치량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에서부터 태양광 모듈, 태양광 유리, 태양광 인버터 그리고 관련된 장비 대부분을 직접 제작하는 등 태양광 산업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 소재로 기존의 실리콘 대신 페로브스카이트가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 소재를 적용할 수도 있는 차세대 셀 생산 방식인 이종접합태양전지(HJT) 설비를 이미 생산하기 시작했다. 

자동화 장비 및 기계 산업 역시 중국 성장 산업의 한 축이다. 이 부문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전통의 강호인 일본이나 유럽 기업들보다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사회적 에너지가 강하다. 

첫째, 핵심 부품을 중국 안에서 내재화하려는 사회적 의지가 강하다. 중국 기업들 간에 가능하면 중국 내 생산된 부품이나 기계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를테면 중국의 대표적인 로봇 제작 기업인 난징 이스턴의 경우 과거 몇 년간 로봇 핵심 부품인 컨트롤러 서보모터를 내재화했고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감속기 역시 중국산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둘째, 중국에서는 새롭게 성장하는 신제조업이 등장하고 있고 이는 로컬 기업에 초기 진입 기회를 주고 있다. 일례로, 중국 배터리셀 업체들이 설비를 투자할 때 중국 자동화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발주를 주면서 이들에게 기술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대표적인 사례는 배터리 장비 글로벌 1위 업체로 자리 잡은 중국의 우시리드(Wuxi Lead)가 글로벌 최대 배터리셀 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에 설비를 납품하면서 동반 성장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신규 투자되는 배터리 공장들에 놀랍게도 중국산 기계 및 자동화 설비들이 다수 채택됐다. 기계 산업의 본산(本山)인 유럽에서 말이다.

중국은 더 이상 고도 성장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신흥 성장 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열의가 더 뜨거운 것 같다. 한국에서 2000년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섰을 때 반도체, 자동차,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산업이 주목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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