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의 대형 SUV ‘타호’ 주행 모습. 사진 한국GM
쉐보레의 대형 SUV ‘타호’ 주행 모습. 사진 한국GM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브랜드 쉐보레가 국내에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타호’를 출시했다. 차박(차에서 숙박) 인구가 늘면서 대형차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자 한국GM이 미국 정통 SUV 모델을 국내 시장에도 선보인 것이다. 1994년 처음 출시된 타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대형 SUV 모델이다.

타호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경호 차량으로 자주 등장해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한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중 가장 체격이 크다. 차 길이(전장)가 5350㎜로 경쟁 모델인 포드 ‘익스페디션(5335㎜)’뿐 아니라 기아의 미니밴 ‘카니발(5155㎜)’이나 현대차 대형 레저용차(RV) ‘스타리아(5255㎜)’보다 길다. 일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면 차량 전면부가 주차선을 넘을 정도의 크기다.

육중한 차체를 보니 좁은 골목길이나 이면도로를 지나기에는 상당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로를 주행할 때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높이는 1.9m를 조금 넘는데 다른 대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라 높이가 2.1m 이하 차만 출입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에도 별다른 제약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서울 양재동에서 경부·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용인을 왕복하는 100㎞ 구간을 시승했다. 일반 도로뿐 아니라 마른 스키 로프를 지나는 오프로드 체험과 3t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었다.

타호의 측면. 사진 연선옥 기자
타호의 측면. 사진 연선옥 기자

최고 출력 426마력 내는 대형 SUV

타호의 전면 디자인은 압도적이다. 높게 자리 잡은 파워돔 스타일의 보닛과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인한 인상을 준다. 그릴 바깥쪽을 감싸는 ‘ㄷ’ 자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과 범퍼 하단 좌우에 있는 일자형 공기흡입구도 인상적이다. 옆면의 직선 디자인 요소는 육중한 차체를 더 세련돼 보이게 한다. 후면의 3분의 1은 거대한 창이 자리 잡고 있고 아래로 갈수록 볼륨감이 커진다. 트렁크 공간의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리어 램프 크기는 조금 작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차체가 높지만 문을 열 때 발 받침대(사이드 스텝)가 나와 오르내릴 때 크게 어려움은 없다. 운전석에 앉으면 넓은 시야가 확보돼 전후방 좌우를 확인하는 데 편하다. 주행력도 거침이 없었다. 부드럽게 가속해 속도를 올리는 힘이 좋았다. 타호에는 6.2L V8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m의 주행 성능을 낸다. 2.6t이 넘는 차체가 시속 100㎞ 이상으로 달려도 안정감이 뛰어났다. 10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돼 변속이 민첩했다. 곡선 도로를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달릴 때도 큰 차체가 바른 자세를 유지했다.

한국GM은 “고속으로 달릴 때 자동으로 지상고를 20㎜ 낮추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이 적용돼 차량의 쏠림을 막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대형 SUV에서 흔히 발생하는 진동과 롤링(좌우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1000분의 1초 단위로 도로를 인식해 승차감을 개선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도 장착됐다.

하지만 차량 속도를 줄일 때는 차체가 앞으로 많이 쏠려 충분한 제동 거리를 확보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진 배기음이 좀 크다는 것도 단점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 등 주행을 돕는 편의 사양이 탑재됐지만, 다른 브랜드가 최근 내놓고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보조적인 기능만 하는 정도였고, 주행은 운전자가 주도적으로 해야 했다. 차선을 이탈하면 운전자 시트가 진동하면서 경고했는데, 전후좌우를 살필 수 있는 카메라는 유용했다.

이날 오프로드 성능을 시험해 보기 위해 20도 경사의 스키 로프에 어른 주먹만 한 굵은 돌이 있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렸지만, 거침이 없었고 승객에게 전달되는 흔들림도 지나치지 않았다. 경사로를 내려올 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량이 일정 속도로 내려오는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오프로드를 달릴 때 주행 모드에 따라 차고가 최대 50㎜ 높아져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오프로드 주행 능력은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차체가 워낙 커 활용성은 조금 떨어져 보였다.

3t이 넘는 캠핑 트레일러도 거뜬히 견인했다. 타호의 최대 견인력은 3402㎏으로, 차체보다 더 무거운 물체를 견인할 수 있다. 이날 트레일러 역시 타호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고 크기도 컸지만, 커브를 돌 때 사이드미러를 통해 견인체 전체를 보기 어렵다는 것 말고는 견인에 큰 무리가 없었다.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과정도 어렵지 않다. 운전석에서 카메라로 연결 과정을 살필 수 있다.

타호의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타호의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낮은 연비는 단점⋯가격은 1억원 육박

외관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요소가 많이 적용됐지만, 내부 디자인은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다. 중앙에 있는 10.2인치 터치스크린은 차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작았고 중앙 버튼의 배열이 다소 난잡했다.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시스템을 조절하는 버튼은 직관성이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나 애플 스마트폰 모두 케이블 없이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어 사용하기 편리했다. 또 미국 대형 SUV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컬럼식 기어가 보편적인데, 이번 타호는 오른쪽 중앙에 버튼식으로 기어 버튼이 들어가 편리하다. 2열 승객을 위한 12.6인치 디스플레이도 기본 장착됐다. 총 7개의 에어백이 탑재됐고, 전방 보행자 감지, 제동 시스템,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등이 탑재됐다. 

내부 공간은 광활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내부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가 3071㎜, 2열 무릎 공간이 1067㎜다. 기본 적재 공간은 722L인데, 2열까지 접으면 3480L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3열 좌석을 접고 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차박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이만한 공간을 제공하는 모델은 국내에서 흔하지 않을 것 같다. 연비는 거대한 차체를 고려해도 너무 낮은 수준이다. 1L에 6.4㎞(복합 기준)를 달리는데, 경쟁 모델인 포드 ‘익스페디션’ 연비는 리터당 7.4㎞다. 배기량은 6162cc로, 웬만한 SUV 모델의 두 배가 넘는다. 가격도 다소 부담스럽다. 국내에는 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만 판매되는데 개소세 인하분을 적용해도 9253만원이다. 다크나이트 스페셜 에디션 가격은 9363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