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류품평회에서 호평받은 안동 진맥소주 제품들.  양쪽 맨 끝에 있는 제품들이 오크통에서 1년 이상  숙성한 술들이다. 사진 맹개술도가
해외 주류품평회에서 호평받은 안동 진맥소주 제품들. 양쪽 맨 끝에 있는 제품들이 오크통에서 1년 이상 숙성한 술들이다. 사진 맹개술도가
박성호 맹개술도가 대표 2019년 안동진맥소주 출시   안동 진맥소주 생산업체인 맹개술도가 박성호 대표는 3만 평의 농장에서  직접 지은 밀로 증류주를 만든다. 박순욱 기자
박성호 맹개술도가 대표
2019년 안동진맥소주 출시 안동 진맥소주 생산업체인 맹개술도가 박성호 대표는 3만 평의 농장에서 직접 지은 밀로 증류주를 만든다. 사진 박순욱 기자

한국 프리미엄 전통 소주인 안동 진맥소주가 세계적인 주류품평회에서 2년 연속 쾌거를 이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SFWSC·San Francisco World Spirits Competition)에서 진맥소주 53도와 오크 숙성 진맥소주가 가장 우수한 출품작에 수여하는 ‘더블골드(Double Gold)’ 메달을 받은 것이다. 진맥소주는 유기농 밀로 만든 증류주로, 안동의 맹개술도가 박성호 대표가 직접 지은 밀로 만든 프리미엄 소주다. 

진맥소주 40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골드(Gold)’ 메달을 수상하며 우리 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새롭게 출시되는 오크 숙성 진맥소주는 한국 소주의 지평을 넓히며 세계적인 품질과 풍미를 인정받았다.

국제적인 권위의 주류품평회인 SFWSC는 전문적이고 엄격한 심사 기준으로 유명하다. 골드 메달은 주류 전문가 40여 명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쳐 특별한 술로 평가될 때 주어진다. 더블골드 메달은 평가인 전원이 골드 점수를 부여했을 때만 수상이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세계적인 주류 대회인 런던주류품평회(LSC·London Spirits Competition)에서도 진맥소주 53도는 금상, 진맥소주 40도는 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LSC는 상업적 관점에서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주류 대회로, ‘품질 점수(Q)+가치 점수(V)+패키지 점수(P)’를 합산 평가해서 수상작을 엄선한다.

진맥소주는 3년 전 안동의 맹개술도가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세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소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상의 원료를 선별하기 위해 유기농법으로 직접 밀 농사를 지어 3단 담금 발효 후 상압 증류 방식으로 빚는 진맥소주는, 밀꽃의 깊은 향기를 풍부하게 머금도록 저온 장기 숙성을 거치는 프리미엄 소주다. 박 대표는 “역사적으로 화려했던 안동소주의 품격을 높이고,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위스키, 진, 고량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증류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에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오크 숙성 진맥소주가 해외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은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오크 숙성 진맥소주는 알코올 함량 40%와 54.5%로 출시돼 기존 라인업과 함께 우리 술의 특별한 맛과 멋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진맥소주를 만드는 밀밭이 모여있는 맹개마을은 주변 자연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거센 낙동강 물이 마을을 휘감고, 퇴계 이황이 자주 찾았다는 청량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 제작팀이 두 번이나 찾아와 촬영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매년 8000명이 이곳에서 농가 스테이를 체험하고 있다. 드라마 세트장으로 꾸민 주막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이곳 방문객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 대표는 1992~96년 말까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IT(정보기술) 기업인이다. 1997년 예스컴을 창업, 공연문화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15년 전 안동으로 내려와 농부로 1차 변신했고, 양조인으로 또 한 번 거듭났다. 특히나 직접 키운 농산물로 술을 만든 사례는 국내 양조장에서 보기 드물다. 

농부가 직접 지은 농산물로 술을 빚는 가장 흔한 경우가 와이너리(와인 양조원)이다.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 국내에서도 영천, 영동을 비롯해 수십 곳의 와이너리에서 직접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 그러나, 직접 지은 밀을 술 원료로 쓰는 양조장은 현재 이곳 안동의 맹개술도가 말고는 듣지 못했다. 

 

진맥소주는 어떤 술인가.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길 162-129에 위치한 맹개마을 3만 평 농장에서 키운 유기농 통밀로 만든 증류주다. 2019년에 출시됐다. 진맥은 밀의 옛 이름이다. 안동은 원래 쌀 소주의 본고장이다. 쌀과 누룩으로 막걸리(술덧)를 만들어, 증류한 술이 안동소주다. 하지만 진맥소주는 쌀이 아닌 밀로 만든다. 밀은 보리와 함께 맥주, 위스키의 주재료다. 진맥소주는 밀과 누룩으로 발효주인 막걸리를 먼저 만든 뒤에 상압증류한 술이다.”

이번에 진맥 오크도 호평받았는데.
“진맥소주는 항아리 숙성이 기본이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오크통에서 진맥소주를 숙성시켜왔다. 이것이 ‘진맥소주 오크’다. 18만원이라는 절대 낮지 않은 가격인데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전통주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고급 위스키 대우를 받고 있다.”

해외 주류품평회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머지않아 해외시장에 진맥소주를 내놓을 작정이기 때문이다. 오크 숙성 진맥소주를 새로 출시한 것도 해외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진맥 오크는 위스키와 재료가 같고 숙성 용기까지 같다. 이렇게 닮은 점이 많은 술이라서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맥소주는 ‘한국의 프리미엄 증류주’라는 가치를 뛰어넘어 세계 유수의 증류주와도 맞대결을 벌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진맥소주를 만들고 있다.”

쌀이 아닌 밀로 소주를 만들게 된 이유는.
“안동에 내려오면서 우리 밀 농사를 짓게 되었고, 밀을 좀 더 알게 되면서부터 단순한 밀가루나 빵 이상의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농업의 꽃이 술’이라고 하지 않나. 술로 만들면 부가가치도 다른 어떤 상품보다 높아지는 것도 고려했다. 안동이 쌀 소주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으로 알려졌지만, 고려를 침범한 몽골이 안동에 병참기지를 두면서 증류주 기술을 우리에게 전수했는데 그때 빚은 술이 쌀 소주가 아닌 밀 소주라는 기록이 수운잡방에 나온다. 쌀 소주보다 밀 소주가 먼저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다.”

대표 상품인 진맥소주 40도를 소개해달라.
“높은 도수임에도 통밀빵의 고소함이 느껴진다. 밀의 고소함, 따뜻하고 부드러움, 거기에 소주가 가진 불의 특징을 잘 나타내려고 노력했다. 진맥 53도는 곡물 향과 시원한 멜론과 바닐라 향을 갖고 있으며 밀의 구수한 맛과 단맛, 약간의 매운맛과 시트러스한 맛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

시장 여건은 어떤가.
“다행스럽게도 시장 반응이 아주 좋다. 이미 주문받은 양만 일 년치 생산량이 넘는다. 백화점은 현대백화점에서만 공급하고 있는데,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생산설비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숙성이 오래 걸리는 증류주 특성을 고려하면, 1~2년은 지나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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