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의 중형 SUV ‘레인지로버 벨라’. 사진 연선옥 기자
랜드로버의 중형 SUV ‘레인지로버 벨라’. 사진 연선옥 기자
벨라의 앞모습. 사진 연선옥 기자
벨라의 앞모습. 사진 연선옥 기자
벨라의 뒷모습. 사진 연선옥 기자
벨라의 뒷모습. 사진 연선옥 기자

랜드로버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레인지로버 벨라’의 P400 R-다이내믹 HSE 트림을 시승했다.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중간 모델로, 디자인 측면에서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다.

랜드로버는 SUV가 강인하고 스포티하기만 한 모델이라는 인식을 일찌감치 깬 브랜드로, 고급스럽고 부드러우면서 매끈한 디자인의 고급 SUV 모델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영어권 국가에서 벨라의 디자인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윤이 나고 매끈하다는 의미의 ‘슬릭(sleek)’이다. 물결 모양의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얇은 헤드램프, 특별한 주름 장식 없이 깔끔한 조개껍데기 모양 클램셸 보닛을 보면 이 단어가 벨라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측면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보닛에서부터 매끄럽게 이어지는 측면 라인이 깔끔하게 균형을 잡아준다. 다른 SUV 모델 대부분은 디자인을 통해 날렵함을 강조하지만 벨라는 부드럽고 유려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공을 들인 것 같다.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낮아지는 차체 라인도 인상적이다. 뒷모습은 묵직하지 않은 볼륨감이 느껴진다. 리어 램프가 있는 얇은 중앙 벨트 덕분에 세련된 느낌을 준다. 또 P400 R-다이내믹 HSE 모델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21인치 5 스포크 휠이 적용돼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운전을 시작하면 벨라의 유려함은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큰 차체가 상당한 힘으로 치고 나가는데, 처음 운전석에 앉았을 땐 가속 응답성이 너무 예민해 차를 제어하기 부담스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벨라에는 트윈터보 과급 방식의 3.0L I6 가솔린 엔진이 적용됐지만, 출력·토크 등 주행 성능을 향상시켜주는 터보차저와 랜드로버가 직접 개발한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기술의 전기 슈퍼차저가 함께 탑재돼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시차를 두고 엔진이 반응하는 이른바 ‘터보 래그’ 현상을 크게 줄였다. 토크 응답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벨라가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는 엔진 회전수 범위는 2000~5000rpm이다. 낮은 회전수에서도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다는 건데, 실제로 출발하거나 낮은 속도로 주행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차가 힘 좋게 치고 나갔다.

특히 랜드로버의 MHEV 시스템은 감속할 때 회수한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48V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벨트 일체형 스타터 모터를 통해 엔진 구동을 보조하는 데 사용한다. 이와 함께 연속 가변 밸브를 적용해 공기 흐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서 출력은 높이고 배기가스 배출은 줄였다.

고속도로에서도 차는 가볍고 경쾌하게 쭉쭉 뻗어나갔다. 벨라는 최고 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56.1㎏·m의 성능을 낸다. 출력이나 토크 모두 웬만한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5.5초가 걸리고 최고 속도는 250㎞/h에 달한다.

가속 성능만큼 흥미로운 부분은 가볍고 빠르게 회전하는 능력이었다. 차체가 높지만 회전 구간에서 부드럽게 방향을 바꿨고 탑승자가 느끼는 흔들림이나 진동도 크지 않았다. 랜드로버는 에어 서스펜션과 차체 움직임을 초당 500회 감지해 승차감을 개선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오프로드에서 주행을 돕기 위해 최상의 접지력을 유지하는 지능형 토크-온 디맨드 사륜구동(AWD) 기술도 적용됐다. 야외 활동이 많은 운전자에게는 3D(3차원) 서라운드 카메라와 도강 수심 감지 기능이 유용하다.

다만 지나치게 큰 배기음은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창문을 모두 닫은 상태에서도 우렁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엔진음이 난다. 주행할 때 소음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벨라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벨라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실내 디자인은 고급스럽다. 중앙에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를 설정하는 중앙 스크린이 있고 그 아래 공조 시스템을 위한 스크린이 또 하나 있다. 기어는 묵직하게 잡히는 로터리 방식이 적용됐다. 터치 방식의 설정이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수납공간의 효율성도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뒷좌석이나 트렁크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벨라의 차 길이는 4797㎜로 현대차 ‘싼타페(4785~4800㎜)’와 비슷한데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거)는 2874㎜로, 싼타페(2765㎜)보다 더 길다. 폭도 1930㎜로 넓은 편이고 탑승자의 머리 위 공간도 여유롭다.

랜드로버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PIVI Pro)를 벨라에 탑재했는데, 티맵 모빌리티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어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을 것 같다. 또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Soft Over The Air) 기능이 탑재돼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9㎞, 벨라의 최상위 트림 P400 R-다이내믹 HSE 가격은 1억1470만원이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최상위 트림으로 가격이 1억원이 넘지만 접근 가능성이 큰 트림도 있다. 랜드로버는 2021년형 벨라부터 엔트리 트림인 ‘P250’ 모델을 새로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P250 모델에는 인제니움 2.0L I4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적용돼 최고 출력 249마력, 최대 토크 37.2㎏·m의 주행 성능을 낸다. 이 모델 가격은 9530만원이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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