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여성, 중국계 미국인 남성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있다. 사진 리바이스
한국계 미국인 여성, 중국계 미국인 남성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있다. 사진 리바이스
사진 리바이스
사진 리바이스

‘나이 든 아저씨만 입는 옷’이라는 오명을 벗어나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에게 어필하며 부활한 브랜드가 있다. 1853년 탄생한 청바지의 원조 ‘리바이스 스트라우스(Levi Strauss & Co.)’다. 1990년대 후반 유행이 빠르게 변하자 게스, 캘빈 클라인 등 경쟁 기업이 차별화된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리바이스는 변화를 거부한 탓에 인기가 떨어졌다. 1971년 뉴욕증시에 상장했지만, 계속된 하락세에 1985년 상장 폐지를 결정할 정도였다. 리바이스의 매출은 1997년 70억달러(약 9조원)였지만, 2001~ 2010년에는 45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무너져갔다. 

하지만 리바이스는 2011년 P&G 출신 칩 버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서면서 변화를 시작한다. 칩 버그 CEO는 고객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문제점을 찾았고, 경영진 전면 교체를 통해 조직문화를 완전히 바꿔나갔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유레카 혁신사무소’를 옮겨 새로운 시도에 나섰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을 활용하며 젊은 브랜드로 탈바꿈하기에 이른다. 

리바이스는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고, 남성용 청바지라는 핵심 사업 부문을 안정화했다. 또 매출 비중이 작았던 여성 의류와 상의 라인업도 강화했다.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리바이스는 자발적으로 상장 폐지한 지 34년 만인 2019년 3월 뉴욕증시에 재상장하며 부활을 증명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이 다소 악화했지만, 다시금 안정적인 매출을 보이고 있다. 

리바이스의 2021년 매출(2020년 11월~2021년 11월 기준)은 57억6400만달러(약 7조4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의류 가격을 10% 인상했지만,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칩 버그 CEO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가 있지만, 리바이스라는 브랜드 강점과 건전성 덕분에 2022년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바이스가 부활하고 코로나19에도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1│소비자 접점 만들며 직접판매 늘려

리바이스는 자사 매장과 온라인 쇼핑 매출이 40%에 달할 정도로 백화점·도매점 매출 의존도가 낮다. 리바이스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지난 5년간 두 배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애플리케이션(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전분기 대비 두 배로 늘었다. 

리바이스가 소비자 직접판매를 늘릴 수 있었던 건 고객 경험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자사 매장 곳곳에 디지털 스크린을 설치해 상품 사이즈와 스타일에 대해 알려주고, 리폼 전문직원을 배치해 패치워크, 페인팅 같은 고객 맞춤 리폼 서비스를 제공했다. 온라인 구매 시에도 사이즈나 패턴, 스크래치, 패치 등을 주문 제작할 수 있게 하면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청바지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또 모바일 앱 이용자에게 한정판 상품 독점 구매권을 제공해 충성도를 높였다. 리바이스는 온라인·모바일에서 주문한 상품을 매장에서 받을 수 있게 하거나,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자신과 키, 체형, 피부색과 유사한 사람이 입은 모습을 보여줘 구매에 실패를 줄이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2│데이터·AI 접목해 비용 줄이고 혁신

리바이스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재고를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감축하기도 했다. 소비자 구매 행동 변화뿐 아니라, 날씨나 경제, 소셜미디어 트렌드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상품 수요를 예측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을 계획·생산하는 대신, 데이터를 통해 재고를 줄이는 식이다.

리바이스는 상품 제작에도 데이터를 활용한다. 그간 활용했던 직물, 단추, 집화 자료는 물론, 3D 렌더링 프로그램을 청바지 제작에 활용한다. 수천 개 데님 조각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색하는지, 세탁하면 청바지 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샘플을 만들지 않아도 제품을 디자인, 생산할 수 있다. 리바이스는 상품에 직접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실험하고 있다. 2017년과 2019년 구글과 함께 ‘스마트 재킷’을 선보였다. 소매의 멀티터치 센서를 누르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자 메시지나 메일을 들을 수 있고,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AI가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리바이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코딩, 통계에 대한 지식이 없는 매장 관리자에게도 통계 분석을 가르치는 부트캠프를 시작했다. 매장 관리자들은 이 교육을 받을 경우, 데이터과학자라는 새로운 직책을 얻을 수 있다.

 

3│Z 세대 문법 읽는 리바이스

리바이스는 젊은 세대 잡기에도 열심이다. 먼저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Z 세대(1997~20 10년생)의 눈높이에 맞췄다. 지난해 패션 인플루언서인 엠마 체임벌린,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 등과 ‘더 잘 사서 오래 입는다’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젠 세이 리바이스 사장도 “리바이스 청바지는 한 계절에만 입는 게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입어야 한다”며 지속가능성 정신을 강조했다. 

리바이스는 청바지 생산공정을 자동화하는 프로젝트 ‘F.L.X’를 추진하며, 환경오염을 줄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청바지 생산은 탈색, 세척을 위해 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데, 리바이스는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20단계의 작업을 3단계로 줄였다. 기존보다 물을 덜 활용하는 공정을 개발하기도 했다. 리바이스 제품 76%는 이 기술을 활용해 만들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까지 물 40억L를 아낄 수 있었다. 

리바이스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Z 세대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3월부터는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플랫폼 제페토(ZEPETO)와 파트너십을 맺고, 청바지, 티셔츠, 셔츠 등 15가지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고객 경험을 구축해 전 세계 MZ 세대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plus point

Interview 누홀트 후이사멘(Nuholt Huisamen) 리바이스 아시아·태평양 상무이사
“리바이스의 부활, 혁신 DNA가 비결”

누홀트 후이사멘  리바이스 아시아· 태평양 상무이사 사진 리바이스
누홀트 후이사멘 리바이스 아시아· 태평양 상무이사 사진 리바이스


리바이스가 다시 쿨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비결은. 
“리바이스의 혁신 DNA 덕분이다. 우리는 디지털 사고방식을 가지고 모든 일에 데이터와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젊은 소비자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리바이스를 더욱 민첩하게 만들고, 비즈니스 방식을 변화시킨다. Z 세대는 우리의 우선 고객이고, 우리는 마케팅과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바이스는 데이터와 AI를 어떻게 활용하나. 
“데이터와 AI는 리바이스의 공급망과 작업 방식에 혁신을 가져왔다. 우리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예측해 낭비를 줄이려고 한다. 또 소비자 경험을 향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AI는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좋아하는 청바지 사진을 올리거나, 인플루언서 사진을 가지고 검색해 비슷한 리바이스 청바지를 찾을 수 있다. 웹과 모바일 앱 사용자에게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리바이스는 멤버십 회원들에게 개인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로열티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로열티 프로그램을 선보인 이후, 전 세계 회원이 500만 명으로 늘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는 2012년 성장전략을 수립해 패션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턴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며 다시금 사랑받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향후 10년 내 세계 최고 브랜드 가치를 가진 청바지 회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다. 

리바이스는 계속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지역을 넓히고, 카테고리를 늘릴 것이다. 각종 채널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유연성과 탄력성도 높이려 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소비자들의 변화를 이끌었고, 우리는 이를 빠르게 추적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팬데믹을 넘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집중할 것이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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