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사진 삼성물산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사진 삼성물산

윤석열 정부가 탈(脫)원전 폐기 공약 실천과 미국과의 원전 협력에 나서면서, 건설업계도 원전 사업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 사업은 국내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해외 수주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만회할 주요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차세대 원전 기술인 원전 해체와 소형모듈원전(SMR) 선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5월 10일 미국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손잡고 SMR 기술 확보 및 시장 진출에 나선다고 밝혔다. 뉴스케일파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아, 60㎿(메가와트)급 SMR 12기로 이뤄진 원자력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뉴스케일파워와 손잡았다면 현대건설은 미국에서 원전 해체 사업을 하는 ‘홀텍 인터내셔널(홀텍)’과 협력한다. SMR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홀텍을 통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원전 해체 사업에 직접 참여한다. 현대건설은 “SMR 등 신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여 미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글로벌 대형 원전 사업에도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 배경엔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공식화와 미국과의 원전 협력 강화가 있다. 새 정부 출범 직전인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세 번째에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 계획을 포함했다. 또 윤 대통령은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후 “신형 원자로 및 SMR의 개발과 수출 증진을 위해 양국 원전 산업계가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기업의 원전 시공 능력은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해외 발주처들이 일감을 잘 안 주려는 분위기”라면서 “이런 분위기가 바뀌면 아무래도 기업들의 상황도 나아질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해외 원전 시공 규모는 매출 기준 2016년 1조6141억원에서 2020년 절반 미만인 7458억원으로 줄었다.

양사의 구상은 단순히 기존 대형 원전 시공 사업의 재개를 넘어 아직 국내 업계가 진출하지 못한 원전 해체와 SMR로의 사업 확장이다.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 24기 중 17기가 가동 연한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것들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원전 해체 기술, 이로 인한 전력 공백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이란 평가를 받는 SMR로 대체하는 기술의 선점을 놓고 건설사들이 다투고 있다. 향후 글로벌 시장 규모는 각각 수백조원으로 추정된다.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갖춘 양사는 경쟁력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양사는 국내 최초의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1호기 시공에 나란히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원전 24기 중 가장 많은 14기의 시공 참여 경험이 있다.

폴란드, 체코 원전 수주에 도전 중인 대우건설 등 다른 건설사들도 시장 진출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원자력 부문 조직을 확대 개편한 ‘원자력사업실’을 신설, SMR 기술 확보와 사업 진출을 추진한다.

김윤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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