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후 재계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SK, LG 등 10대 대기업그룹이 밝힌 투자 금액은 약 1055조원에 달한다. 이를 통한 신규채용 규모도 38만7000명에 이른다. 대부분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집행된다. 

삼성그룹은 5월 24일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발표를 통해 올해부터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중 80% 수준인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삼성은 ‘반도체 초강대국’을 달성하기 위한 선제 투자와 30년간 선도해온 메모리 분야의 ‘초격차’ 위상 강화에 주력한다. 신소재·신구조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하고, 첨단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할 계획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는 평택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 확대와 3나노 이하 제품 조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 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5, 6공장 건설을 통해 위탁개발생산(CDMO)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고, 바이오시밀러 투자 확대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5년간 국내에서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같은 날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약 6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를 주축으로 투자를 전개할 방침이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에 16조2000억원, 로보틱스와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8조90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기존 내연기관 부문에도 38조원을 투입한다.

롯데는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산업에 37조원을 투자한다. 바이오 사업을 포함한 헬스 앤드 웰니스 부문에서는 국내 바이오 의약품 CDMO공장 신설에 1조원 규모를 투자한다. 모빌리티에도 6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올해 실증 비행을 목표로 하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중심이다. 

한화그룹은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항공우주 등에 2026년까지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투자 금액은 20조원 규모다.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 수소혼소 기술 상용화, 수전해 양산 설비 투자 등 탄소중립 사업 분야에 9000억원을 투입한다.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 등에 2조1000억원, 방산·항공우주 분야에도 2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6년까지 2만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5월 26일 차세대 성장동력인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에 5년간 24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중 179조원은 국내에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2026년까지 △반도체와 소재에 142조2000억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에 67조4000억원 △디지털에 24조9000억원 △바이오 및 기타에 1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5년간 국내서 5만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LG그룹도 같은 날 향후 5년간 국내에 10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R&D, 최첨단 고부가 생산시설 확충,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하며, 투자액 중 40%인 43조원을 배터리·AI·친환경 소재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조기 확보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2026년까지 매년 약 1만 명 이상을 직접 채용, 5년간 국내서 5만 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또 포스코는 53조, GS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21조원, 신세계는 2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이번 투자 계획에서 특히 ‘국내 투자’를 강조했는데, 이는 ‘민간 주도 경제성장’ 추진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려는 의지를 보인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5월 20~22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당시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이 발표한 대미 투자 확대와 관련, 국내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정의선 만난 바이든
‘통 큰 對美 투자’ 삼성·현대차에 “땡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 동안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방한 첫날인 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 이 부회장과 함께 공장 주요 시설을 둘러본 그는 이후 연설에서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1조94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지난해 5월에 약속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이 투자를 통해 텍사스에 3000개의 새로운 첨단 산업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이는 삼성이 이미 미국에서 창출하고 있는 일자리 2만 개에 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 텍사스주(州)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중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공장은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약 500만㎡(150만 평)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새 공장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마지막 날인 5월 22일, 정 회장과 단독 만남을 가졌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앞선 5월 21일 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55억달러(약 7조1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1183만㎡(약 358만 평) 부지에 조성되는 이 공장에서는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아울러 정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 직후 2025년까지 미래 먹거리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455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 전기차 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55억달러 외에,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미국 기업들과 로보틱스, 도심항공, 자율주행,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대미 투자 규모는 총 105억달러로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의 추가 투자 발표에 “미국 제조업에 대한 100억달러(약 13조5500억원)가 넘는 투자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