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사진 왼쪽)과 시범아파트(오른쪽). 사진 셔터스톡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사진 왼쪽)과 시범아파트(오른쪽). 사진 셔터스톡

“옛날엔 내가 가장 잘나갔는데…” 한때 서울의 랜드마크였던 ‘63빌딩(63스퀘어)’이 초고층 빌딩과 주상복합단지에 밀리더니 이제 공동주택에도 밀리는 신세가 됐다. 서울시가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다양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여의도 한강변 아파트의 초고층 설계안을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51세 여의도 시범아파트 60층까지 올라간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여의도의 대표 노후 단지인 시범아파트 및 한양아파트와 각각 최고 60층, 최고 50층으로의 재건축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5월 28일 서울시가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연 설명회에서 공개됐다.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초안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바로 옆 63빌딩과 비슷한 60층 높이로 들어선다. 서울시는 현재 3종 주거지역인 이들 지역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공기여(부지 기부 채납)로 공원과 문화 시설 등을 조성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1971년 준공된 시범아파트는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로 현재 최고 13층, 1584가구 규모다. 계획대로 재건축되면 최고 60층, 2400여 가구로 커진다. 1975년 지어진 한양아파트는 최고 12층 588가구에서 최고 50층, 1000여 가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하반기 주민 공람 등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3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공약이었던 한강변 재개발을 통한 ‘한강 르네상스’ 부활을 예고하며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계획에는 앞으로 20년간 서울시가 지향할 도시 공간의 미래상이 담겼다.

대표적인 변화는 주거용 건축물 높이를 서울 전역에서 일률적으로 ‘35층 이하’로 제한한 것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해당 높이 규제가 한강변 등의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이끌었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는 개별 정비 계획 심의 단계에서 지역 여건에 맞게 층고를 허용해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 시장은 당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뚝섬유원지에서 잠실 쪽을 보면 칼로 두부를 잘라놓은 듯한 잠실아파트 단지를 볼 수 있다. 반면 광진구 쪽을 보면 조화롭게 배치된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며 “바로 그런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계획에 담겼다”고 했다.


마천루의 숙명, 이젠 한물간 서울 랜드마크

서울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면서 영화로운 과거를 뒤로 하고 쓸쓸한 신세를 맞게 되는 건물도 있다. 한때 서울의 랜드마크였던 63빌딩이 대표적이다. 서울 시범아파트와 어깨를 맞닿은 입지에 있어 60층으로 올라간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의도에는 초고층 주상복합과 오피스 건물이 많이 들어섰지만, 63빌딩은 초고층 건물이 밀집한 여의도역이나 여의나루역 인근과는 거리가 있기에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이젠 정말 흔한 고층 빌딩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63빌딩은 한때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하는 명소였다. 1985년 완공됐을 때만 해도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었다. 지상 60층, 높이 249.6m에 달했다. 하지만 주상복합 열풍이 불면서 최고층 빌딩 명성은 사라졌다.

2003년 서울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256m)에 1위를 내주더니 2004년엔 최고층 빌딩 명성 주인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64m)로 바뀌었다. 2011년에는 부산에 WBC 더팰리스(265m)와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301m)가 들어서면서 부산이 잇따라 최고층 빌딩 타이틀을 가져갔다. 2012년에는 여의도 IFC(283m)와 해운대 아이파크(298m)가 최고층 자리를 넘겨받았다가 2014년 부산 국제금융센터(289m)와 동북아무역센터에 넘겨줬다. 2017년엔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서면서 초고층 빌딩으로서의 명성은 더욱 퇴색했다. 롯데월드타워는 국내에서 첫째, 세계에서 다섯째로 높은 빌딩으로 높이가 555m다. 

건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천루 경쟁은 늘 치열하기 때문에 최고의 자리는 언젠가 내줄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라면서 “아파트 숲에 가려진다는 점은 옛날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는 이에겐 서글픈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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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오피스도 신축 시대…“렌트프리 더 줘야 입점”

사실 여의도 지구 내에서도 63빌딩의 입지는 줄어든 지 오래다. 여의도 옛 통일주차장 부지에 파크원이 2020년 들어선 데 따른 것이다. 파크원은 약 4만6465㎡(1만4056평) 부지에 지하 7층~지상 69층, 지상 53층 규모의 오피스빌딩 2개 동과 8층 규모 쇼핑몰 1개 동, 31층 규모 호텔 1개 동으로 구성됐다. 입주 당시엔 공실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렌트프리(임대료 무료) 시기도 1개월이면 협상을 잘한 축에 속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물론 여의도에 오피스 임차 경쟁이 늘면서 4월 기준 63빌딩의 공실률도 0%다. 다만 63빌딩의 경우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초고층 빌딩과는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63빌딩에는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사들이 주로 임차해 있다. 63빌딩은 한화생명이 소유하고 있고, 한화호텔&리조트가 운영을, 한화63시티가 관리를 맡고 있다.

한 부동산 개발 업자는 “63빌딩은 접근성과 주변 인프라가 취약하고 리모델링을 했으나 노후 빌딩이라 과거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면서 “과거 공실이 많았을 때 렌트프리를 많이 줘서 지금 입주해 있는 업체들의 실질 임대료는 높지 않다”고 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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